염정아 "도경수 엄마라 좋았다..'카트' 잘될 것"(인터뷰)②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30 14:53 / 조회 : 6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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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사진=홍봉진 기자


염정아는 1991년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미스코리아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시절이다. 미스코리아라면 화려함의 대명사였다. 염정아는 화려한 미녀의 대명사였다.


그랬던 염정아가 마트 직원 역할을 맡았다. 11월13일 개봉하는 '카트'(감독 부지영, 제작 명필름)에서 대형마트에서 일하던 비정규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되자 복직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염정아는 죽어라 일해 겨우 정규직원이 될 기회를 얻었다가 졸지에 해고된 여인을 맡았다. 지방에서 일하는 남편에 두 아이를 건사하기도 쉽지 않아 깜빡 잊고 급식비조차 못내는 엄마다. 그랬던 염정아는 등 떠밀려 복직투쟁 주동자가 됐다가 점차 아무 말도 안하면 아무 취급이나 받는다는 걸 알게 돼 변하게 된다.

염정아는 과연 어울릴까란 선입견을 보기 좋게 걷어찼다.

-'카트' 시나리오를 보고 먼저 하고 싶었다고 하던데.

▶내가 영화로 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내가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는데 감사하게 제의를 받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 투쟁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나.

▶단순히 그런 것보단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점. 여자들의 우정, 화합, 단결, 이런 것들이 좋았다.

-염정아라면 화려함의 대명사라 과연 이런 역할이 어울릴까도 싶었고, 스스로도 이 역할이 기존 작품에서 맡았던 것과 다르다는 걸 알았을텐데.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그 이야기에 나를 맞춰야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내가 살아가는 삶이 변했듯이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생활은 평범한데 보여 지는 게 화려할 뿐이다. '카트' 속 역할은 나한테는 사실 자연스럽다. 물론 처녀 시절이라면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라는 감정을 이해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출연료도 굉장히 적었는데 그런데도 택했다. 이야기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게 있었나.

▶돈은 상관없었다. 돈이 먼저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회적인 책임이나 의무감 같은 건 아니었다. 하고 싶었으니깐, 이야기가 좋았으니깐, 이게 내겐 전부였던 것 같다.

-누군가는 '카트'에 참여했다고 좌파 연예인이라며 색안경을 낄 텐데.

▶설마요. 전 연기만 했는데요. 괜한 소리를 하는 거겠죠.

-부지영 감독은 섬세하다면 섬세하고, 세심하다면 세심한 디렉션을 준다고 알려져있던데.

▶주문하는 게 굉장히 많다. 되게 꼼꼼하다. 현실에 많이 와 닿는 걸 원했고, 나도 그랬다. 특히 이 여자의 심경이 변하는 게 굉장히 잘 보여줘야 하는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

-부지영 감독의 남편이기도 한 김우형 촬영감독의 카메라 워킹이 정말 좋던데.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면서도 슬쩍 빠져서 더 드러나게 하고.

▶'오래된 정원'에서도 같이 했었다. 100% 신뢰한다. 배우가 연기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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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사진=홍봉진 기자


-아들 역으로 그룹 엑소의 도경수가 출연했다. 도경수가 밀린 아르바이트 비 때문에 편의점 점장과 싸우다 경찰서에 간 장면에서 염정아의 얼굴이 온통 클로즈업으로 잡히는데.

▶정말 감정이 어려웠다. 아들이 부당한 세상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엄마가 뭐를 해줄 수 있을까.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찍었는데도 역시 아쉽다.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도경수가 워낙 괜찮아서 친아들이 도경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립서비스인가.

▶아니다. 인성이 바르고 하는 행동이 예쁘다. 도경수 엄마라 좋았다. 정말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 일부러 연기를 가르쳐주진 않았다. 누가 가르쳐서 하는 것보다 자신이 터득하는 게 더 좋더라. 그리고 정말 빨리 잘 채득했고.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하게 되는데. 서글프지 않나.

▶'로열패밀리'에서 유키스 동호 엄마를 하면서 내가 엄마 역할을 하는구나란 자각이 들더라. 이상하게 동호만 보면 눈물이 나고.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게 서글프다. 그렇다고 내게 그런 건 큰 문제는 아니다. 욕심이 좀 없는 편이다. 허황된 걸 바라지도 않고. 그저 내가 맡은 역을 연기를 못해서 사람들이 감정을 이입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할 뿐이다. 연기를 못해서 누를 끼치면 어쩌나. 외부적인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잘하면 뿌듯할 뿐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출연 제안을 했다던데. 심 대표랑 부지영 감독이 염정아의 어떤 모습이 '카트'와 어울린다고 하던가.

▶그런 이야기는 아직 안하더라. 글쎄, 내 어떤 모습을 봐준 게 아니겠나. '카트'가 그런 결과물일 수도 있고. 요즘은 어떤 역할을 줄까, 나한테서 뭘 바랄까란 생각에 기다리는 게 너무 재밌다. 무조건 좋게 생각한다. '카트'도 그래서 잘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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