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슈스케' 완생이 되지 못할지라도

[문완식의 톡식]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10.30 13:18 / 조회 : 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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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포스터(위)와 엠넷 '슈퍼스타K6'


드라마 '미생'이 화제다. 케이블채널 tvN이 개국 8주년으로 기획한 이 드라마는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다 포기하고 상사에 들어간 장그래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 호평 받고 있다. '스펙'이 넘쳐나는 세상에 고졸에 '무스펙'의 이 '남다른' 친구 이야기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후벼 파며 공감을 얻고 있다. 장그래가 출근 첫날 입은 아버지 양복 마냥 후줄근한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며 "그래, 내 이야기네"란 말이 절로 나오는 수작이다.

금요일,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엠넷에서 '슈퍼스타K6'을 한다. 200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도전했고, 이제 단 6명, 톱6만 남은 상황이다. 사실 가수의 꿈보다는 유명한 가수의 꿈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톱6만 보더라도 이미 앨범을 낸 가수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단지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미생(未生)'은 바둑용어다.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한다. '미생'의 대척점에 '완생(完생)'이 있다. 외부를 향한 활로가 막혀도 죽지 않는 상태의 돌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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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장그래 역 임시완 /사진=tvN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자신이 프로바둑기사가 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보잘 것 없는 신세가 된 것을 "열심히 살지 않아서"라고 했다. 장그래를 처음 본 오 과장은 이 볼품없는 인턴사원에게 "나에게 너를 팔아보라"고 하고, 장그래는 "누구 보나 열심히 노력 할 수 있다"는 열성적이지만 그리 끌리지 않는 답변을 내놓는다. 후에 오 과장이 하는 말, "노력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미생'을 보고나서 '슈퍼스타K6'을 보면 '완생'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는 도전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기성 가수 못잖은 실력을 갖췄다. 단지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장그래의 말대로라면 열심히 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다시 주어진 '슈퍼스타K6'은 그래서 다시 열심히 해볼 수 있는 무대이다. 하지만 오 과장의 말대로 '열심히'는 어차피 시청자들이 모른다. 단지 3분 정도의 짧은 무대라는 '결과'만이 시청자들의 평가 잣대다. 물론 심사위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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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슈퍼스타K6' 생방송 첫회 탈락자 이해나 /사진=화면캡처


'슈퍼스타K6' 생방송에 올랐던 11명 중 5명이 탈락했다. 걸그룹 출신 이해나, 전남 함평에서 온 10대 여우별밴드, 미국서 가수의 꿈을 위해 도전한 브라이언박, 필리핀 자매 그룹 미카, 10대 소년 이준희까지. 우승을 꿈꿨던 도전자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우승자는 1명이다. 그러면 우승자는 '완생'일까. 그렇지 않다. '슈퍼스타K6' 우승은 프로가수로 가는 길이 이제 열렸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탈락자들 역시 떨어졌다고 해서 '미생'의 인생을 슬퍼할 필요는 없다. 다시 판을 시작하면 된다.

우리도 그렇다. 드라마 '미생'을 보며 '아, 내 인생이여' 자조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완생'도 주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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