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을(乙)이니까 공감한다①

[리뷰]카트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30 14:56 / 조회 :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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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해내는 극적인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기대한다. 마트 노동자들이 거대 기업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음에도 '카트'를 보고 나면 어쩐지 카타르시스 보다는 현실의 무게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카트'는 마트에서 부당 해고 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회사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 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염정아가 얼떨 결에 노조 지도부가 되는 선희를, 문정희가 노조를 이끄는 혜미를 연기했다. 도경수는 선희의 아들 태영 역을 맡았다.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로 채워진 더 마트. 노동자들은 항상 잔업을 요구받고, 근무 태도가 좋지 않으면 의자에 앉아 반성문을 쓴다. 칸막이를 세워 만든 조악한 탈의실, 난방도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휴게실에서 숨어 밥을 먹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마트는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소중한 직장이다. 어느 날 본사는 이들을 해고하고 용역 직원으로 재계약을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마트를 점거하며 농성에 들어가고, 강대리(김강우 분)가 이끄는 정규직 노조까지 가세하며 이들의 파업은 장기화된다.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는 일부만 복직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긴 싸움에 지친 사람들은 점점 와해된다.

투쟁에 나서는 사람들은 모두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제는 특별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편모가정의 엄마, 맞벌이 부부, 정규직이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사는 직원들, 근로계약서의 내용도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 생활비 한 푼, 급식비 한 푼을 벌기 위해 벌이는 투쟁. 몇 번이고 좌절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마지막은 그래서 더 처절하다. 엄청난 반전이나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인생이 항상 우울한 것은 아니듯 이들의 투쟁도 마냥 심각하지는 않다. 잔뜩 장을 봐서는 농성 중에도 제대로 된 한 상을 차려 다 함께 밥을 먹고, 집에 홀로 두고 올 수 없어 파업현장에 데려온 아이의 재롱에 웃는다. 농성의 과정에서도 서로 격려하며 즐거움을 찾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도 농담거리로 삼으며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카트' 속 투쟁은 비단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희의 아들 태영(도경수 분)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처우 문제도 자연스럽게 극으로 끌어온다. 점주에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바른 말을 하고도 뺨을 맞는 상황,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슬프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와 청소년 노동의 현실을 표현해 낸 엑소 도경수는 사실상 첫 연기 경험이라는 점을 차치하고도 칭찬 받을 만하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미 몸소 겪고 있는 팍팍한 을의 삶을 스크린으로 본다는 것이 일상에 지쳐 위로를 받기 위해 극장에 온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 답답함도 '카트'의 미덕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너와 나의 이야기이기에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이 아니겠나. 11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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