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놀란느님이 들려주는 거대한 공상과학①

[★리포트][리뷰]인터스텔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30 10:05 / 조회 : 8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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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했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누군가가 준다면, 그 대신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인터스텔라'는 이 선택에 대한 거대한, 아주 거대한 답이다.

'인터스텔라'는 '다크나이트' 3부작과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영화다. 제작부터 우주와 관련한 영화라는 정보만 찔끔 공개됐을 뿐 전혀 사전정보가 드러나지 않아 수많은 영화팬들이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프로젝트다. 관련된 정보, 영상이 살짝 드러날 때마다 전 세계 놀란 감독 팬들은 열광했다. '놀란느님'이 새로운 세계를 또 다시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했다.

마침내 '인터스텔라'가 베일을 벗었다. 28일 오전9시30분이란 이른 시간에도 '인터스텔라' 첫 시사가 열린 서울 용산CGV에는 영화기자, 배급, 평론가 등등 수많은 영화관계자들이 몰렸다.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이고, 궁금증이 들어 찬 얼굴들이었다. 극장을 나갈 때 그 얼굴들은 경탄에 차 있거나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가까운 미래. 기상 변화 때문일지, 세계의 정부들은 힘을 잃었다. 군대도 사라졌다. 농사를 지어도 병충해 때문에 불 태워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늘 굳건할 거라 믿었던 땅은 사람들을 버렸다. 거대한 먼지바람이 세상을 뒤덮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호기심 가득한 딸과 농사를 하리라 결심한 아들과, 옥수수밭을 일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직 NASA 비행사 쿠퍼.

그는 유령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딸의 말을 무시하다가 그 메시지에서 한 장소의 좌표를 알게 된다. 그 장소에는 해체된 줄 알았던 NASA가 우주 비행선을 만들고 있었다. 지구는 멸망할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의 터전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아 나서는 미션을 준비 중인 것.

태양계를 벗어난 어떤 곳으로 갈 수 있는 웜홀이 발견됐고, 그곳을 통해 여러 별들 중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내야 하는 미션이다. 쿠퍼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미션을 받아들인다. 유령이 "가지 말라"고 했다는 딸의 말을 뒤로 한 채, 그는 떠난다.

별들은 지구와 달랐다. 한 시간이 지구의 7년인 별도 있으며, 꽁꽁 얼어붙은 별도 있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우주와 달라진 시간으로 지구에 남겨진 딸은 이미 아빠와 같은 나이가 됐다. 딸은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을 우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중력의 비밀을 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빠는 딸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멸망의 끝자락에 있는 지구는 어떻게 될지, '인터스텔라'는 거대한 답을 내놓는다.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이라고 옮기다 보니 한낱 공상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 이래 공상과학에서 얼마나 많은 설렘과 두근거림, 철학을 빚졌는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상상했던 많은 것들, 공상은 또 과학은 그걸 확인해가는 작업이 아닌가.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공상하고 과학으로 짚어낸 질문이자 답이다. '인터스텔라'에서 거대한 옥수수 밭 장면을 위해 60만평에 옥수수를 심었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웜홀과 블랙홀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모르면 어떤가, 그는 듣기만 해봤을 이 이론에 스티븐 호킹까지 철저히 공부한 뒤 웜홀과 블랙홀을 만들어냈다.

어마어마한 거대함. 광대한 우주.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표주박 같은 배 하나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찬양하는 듯 해 불편할 수 있지만 어둠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는 박수칠 일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야기에 또 다른 이야기를 겹쳐 깨달음을 주는 방식을 즐겨 썼다. 이번에는 다르다. '인터스텔라'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거창함 대신 꿈을 택한 남자와 가족의 이야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에서 겹치기 보단 늘어놨다. 인간의 욕심, 탐욕, 이기심, 책임, 그리고 사랑이 얽히지 않고 늘어선다. 이런 방식이 크리스토퍼 놀란 답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실망할 수도 있다.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는 주제가 너무 뻔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뻔한 답을 얻기 위해 이야기를 돌리지 않고 포개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간다. 거장의 뚝심이다.

'인터스텔라'는 황홀하다. 영화는 신기한 볼거리란 본연에 충실하다. 웜홀과 블랙홀, 특히 블랙홀 속은 공상이자 과학이다. 아름답고 황홀하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웃음에 충실한 각진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이래 로봇이란 인간의 충실한 동료 아닌가. 크리스토퍼 놀란은 로봇마저 공상과학에 충실했다. 문제는 늘 그렇듯 인간이다.

시간축과 상대성이론, 블랙홀과 웜홀, 듣기만 해도 멀미가 나기 십상인 것들을 황홀하게 그려낸 건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가능했다. '놀란느님'의 들려주는 공상과학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될 수 있으면 커다란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음향효과가 좋은 곳일수록 더 좋다.

11월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69분. 허리가 아플 순 있지만 길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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