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의 '보수'-김기태의 '혁신' 대충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1.01 09:00 / 조회 : 8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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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 /사진=뉴스1








1982년 3월 27일, 지금은 사라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삼성과 MBC가 원년 개막전을 펼치며 시작된 한국프로야구가 33번째 시즌을 마무리해 가고 있다.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감독 교체가 마치 소용돌이치듯 이뤄져 포스트시즌 경기가 감독들의 계약 소식에 묻히는 느낌까지 주고 있다.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파격적인 감독들이 현장에 복귀했고, 교체의 폭 역시 크다.

2014 페넌트레이스 개막 직후인 4월 23일 LG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한 김기태 감독이 선동렬 감독의 후임으로 28일 KIA와 3년 계약을 맺는 것을 보며 프로의 세계는 그 어떤 전문가도 상식적이거나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올 시즌도 최하위인 9위에 머문 한화 구단의 김성근(72) 감독 영입과 8위 KIA가 전격적으로 김기태(45) 감독과 계약한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이었을 때 김기태 감독은 쌍방울 선수였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해 LG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 이전 LG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켜 한국시리즈까지 갔던 마지막 감독이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2002 페넌트레이스에서 4위를 한 뒤 3위 현대 유니콘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무패, 그리고 2위 KIA를 플레이오프에서 3승 2패로 제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당시 한국시리즈 상대가 삼성이었으며 사령탑은 김응룡 감독이었다. 원년 구단인 삼성은 정상 도전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해태 타이거즈에서 9번 우승을 한 김응룡 감독을 영입해 20년 동안 실패한 한국시리즈 첫 우승 도전에 나섰는데 마침내 김성근 감독이 이끈 LG를 4승 2패로 제압하고 한(恨)을 풀었다.

한화는 삼성 구단 사장을 거쳐 현장을 떠나 있던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명장 김응룡 감독을 2012년 10월 '모셔와' 탈꼴찌는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 꿈까지 꿨으나 2년 연속 실패하고 올 시즌도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 후임이 김성근 감독이라는 것도 '운명(運命)' 혹은 '드라마' 같다.

올 시즌까지 KIA와의 3년 계약 기간 동안 한번도 KIA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지 못했으나 2년 재계약을 해 팬들을 놀라게 했던 선동렬(51) 감독은 사상 최초로 계약 직후 자진 사퇴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그의 상식적인 판단과 인간미를 모두가 확인하게 됐다.

김성근 감독이 3년간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에 복귀한 것은 '보수' 세력의 마지막 기회를 의미한다. 현재 감독들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유일하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에 접근하는 방식도 보수적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선수나 코치와 겸상을 해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 치밀한 분석을 근거로 경기를 운영한다. 반면 김기태 감독은 '혁신'적이다. 선수 친화적이고, 어떻게 보면 감독이 아니라 팀의 '주장'과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로 팀을 상승세로 이끌어가는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나란히 3년 계약을 하고 팀 재건의 책임을 맡았다. 3년간의 몸값이 김성근 감독은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이고 김기태 감독은 정확히 절반인 10억원(계약금 2억5000만원, 연봉 2억5000만원)이라는 사실도 대조를 이루면서 과연 누가 성공할 것인가 더 흥미롭다.

한편 김성근 감독과 김기태 감독이 보수와 혁신의 양 끝에 있다면 SK 신임 김용희(59) 감독은 '중도'로 평가된다. SK와 2년 계약을 체결한 김용희 감독은 합리적인 '신사(紳士)'인 것은 분명하지만 롯데와 삼성 사령탑을 거치면서 뚜렷한 야구 색(色)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의 신임 김태형(47) 감독 역시 2년 계약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선수 출신으로 SK 배터리 코치를 거쳐 처음 감독이 됐다. 보수, 혁신, 중도, 어떤 쪽인지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일대 혼란을 겪으면서 2015 시즌이 벌써부터 시작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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