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 천천히 걷는 아름다운 길(美道)(인터뷰)

영화 '레드카펫' 써니 역 이미도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2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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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미도/사진=이기범 기자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중전, '26년'의 진배의 어머니, '레드카펫'의 에로배우 에이전시까지, 배우 이미도(32)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가 연기한 독특한 캐릭터들은 관객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레드카펫'에서 고급스러운 말투와 과감한 어휘선택의 조화로 웃음을 자아냈던 이미도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검색어에 이름이 종종 오른다고 말하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감독님과 제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출연을 결심하기 까지는 나름의 고민도 있었다. 전직 에로배우 출신 배우 에이전시라는 설정이 주는 이미지가 혹여나 그간 연기한 강한 역할들에 더해질까 우려했던 것이다.

"사실 고민했어요. 시나리오 상에는 전직 에로배우 출신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아요. 에이전시 실장 같은 느낌이었는데, 감독님을 만나보니 전직 에로배우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험한 역할들을 많이 해왔는데 전직 에로배우 역할을 할 것이나 말 것이냐, 그걸로 고민 많이 했죠."

"제가 좀 험한 역할들도 많이 했잖아요. 전 조연이고 못난 역할이라고 해도 비호감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신경 쓰는 것이 그 부분이에요. 나쁜 역할이여도 조금씩 허당기나 백치미를 넣는다던지, 순수한 모습을 넣는다던지 신경쓰죠. 전직 에로배우라는 설정이 너무 드러나게 하면 또 저렴한 캐릭터로 표현되기 쉽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보이지 않게, 호감이 가도록 조절을 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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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미도/사진=이기범 기자


고민과는 달리 그는 색기가 몸에 배어있는 에로배우 에이전시 써니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몸매가 좋은 줄은 또 몰랐다.

"지금까지 몸매가 참 건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웃음). 요즘은 마른 여배우 전성시대잖아요. 저는 체질상 살을 뺀다고 해도 그렇게 여리게 마를 수가 없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항상 '너의 시대가 올 테니 억지로 근육을 줄이려고 하지 말아라'라고 하셨거든요. 의외로 '해피투게더' 방송이 나가고 나서 몸매가 탄탄하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최대한 몸을 가리려고 했었는데 몸매 얘기를 해주셔서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이미도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린 또 다른 이유는 KBS 2TV '해피투게더'였다. 이미도는 '해피투게더'에서 '야한 영화를 본 후 남자들의 일주일 동안 남자의 그곳으로 시선이 집중됐다'는 폭탄 발언과 섹시 클럽 댄스로 화제를 모았다.

"에로비디오와 야한동영상의 그 차이를 생각 못하고 그렇게 얘기 했는데 남자 출연자들이 다들 놀라면서 두 가지는 다른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미도씨가 잘못 안거라고. 전 편집될 줄 알았는데 방송에 나갔어요. 제 표정 보면 아실 거예요. 사람들이 왜 놀라지? 하는 표정이에요. 춤이요? 원래 더 잘추는데(웃음). 제가 힙합세대라 일렉트로닉에는 약하다보니..."

'레드카펫'으로 달라진 것은 단순히 인지도만은 아니다.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자세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 전에는 어리기도 했고, 유명한 감독님들과 많이 작업을 해서인지 제가 뭔가 하려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늘 준비를 해서 보여드렸다면, '레드카펫'에서 처음으로 감독님과 소통을 하면서 뭔가 만들어가는 경험을 했어요. 덕분에 그 이후 현장에서도 편해진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폭도 늘어난 것 같고요. 무엇보다 섹시한 캐릭터를 해봤잖아요? 저는 이런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찍을 때도 제가 남자배우들 머리를 만지고 그러면 웃겨 하면서도 내심 좋아하기도 하더라고요. 남자들이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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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미도/사진=이기범 기자


'발레 교습소'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이미도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30대의 이미도는 더욱 단단해졌다. 캐릭터와 이미지로 고민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다양한 캐릭터에서 재미를 찾고 있다.

"그러게요. 10년 됐네요. 스스로 감격스럽고 뭉클한 것도 있어요. 어제 나라언니와 그런 얘기를 했어요. 20로 돌아가고 싶냐고, 나는 절대 안돌아가겠다고. 그때도 물론 재미있는 일이 많았고 혈기 왕성 했었지만 지금의 안정과 경험이 쌓이면서 깊이가 생긴 것이 좋아요. 이미지 걱정을 너무 많이 했었어요. 바보처럼 사람들이 저를 영화에 나오는 그 캐릭터로 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험한 역할을 촬영하고 집에 가면 엄마에게 '나 시집 못갈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손바닥 뒤집듯 생각이 바뀌었어요. 보통 여배우들은 센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런 역할들을 골라서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비중에 상관없이 캐릭터만 재미있으면 하고 싶어요."

'신스틸러'라는 말이 있다. 그 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만큼 존재감이 확실한 조연배우를 주로 이르는 말이다. 이미도는 라미란에 이어 떠오르는 영화계 신스틸러다. 칭찬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조연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 이미도에게 신스틸러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저는 항상 영화를 찍을 때 이미도가 안보이고 역할로 보이도록 노력해요. 왜 지금까지 이미도를 모를까, 하면서 더 잘했어야 하는 건 아니냐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반대로 생각하면 그 캐릭터를 기억하지 배우 이미도를 기억하지 않는 분들도 있는 거잖아요. 사실 모르겠어요. 뭐가 정답인지. '이 신을 내가 따먹어야해!'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어찌하다보니 그런 타이틀이 생겼네요. 저는 좋아요. 얻기 힘들잖아요."

이미도의 본명은 이은혜다. 은혜라는 이름의 배우가 많고 기억에 남지 않아 어머니와 함께 이미도라는 가명을 지었다. 뜻은 뒤늦게 생각했다. 아름다운 길, 이 얼마나 이미도 다운 이름인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미도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뜻을 한번 생각해봤는데 아름다운 길이면 어떨까 했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부터 이 이름을 썼어요. 이제 한번 제대로 활동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지금은 아주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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