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패션왕'·'미생'..싱크로율 甲은? ③

[★리포트]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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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스크린과 브라운관은 '닮은 꼴' 열풍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패션왕'과 '미생', 일본의 인기 만화를 한국판으로 선보이고 있는 '내일도 칸타빌레',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사하려는 열정으로 아예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나의 독재자'까지 최강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관객과 시청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닮기만 하는 싱크로율을 넘어 그 분위기와 감동까지 담아내는 똑똑한 복제, 어떤 작품이 진정한 싱크로율 갑(甲)일까?


◆ 말투부터 풍채, 분위기까지 완벽 복제 '나의 독재자'

오는 30일 개봉하는 '나의 독재자'는 닮아야 살 수 있었고, 미치도록 닮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다. 김일성을 그대로 재현해 완벽한 한 편의 연극을 펼치고 싶었던 한 남자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부성애와 한 남자의 근성을 담았다.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리허설에서 김일성 역을 맡을 배우로 뽑힌 성근(설경구 분)은 말투부터 사소한 습관, 손을 들어 올리는 각도, 심지어 뒷목에 난 혹까지 김일성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훈련을 거듭한다.

사실 성근 역을 맡은 설경구와 김일성은 그다지 닮은 구석이 없다. 그런 설경구가 5시간에 걸친 분장과 푸근하게 찌운 살, 갈성이 섞인 굵은 목소리, 투박하게 사용하는 손동작까지 김일성을 완벽 재현해냈다. 설사 김일성과 100% 똑같지는 않을 지라도 설경구의 연기력에서 오는 카리스마만큼은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남자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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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패션왕' 스틸


◆ 원작의 '병맛'까지 살릴까? '패션왕'

웹툰 '패션왕'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병맛'과 '허세'다. 절대 간지를 외치며 비범한, 그러나 실속은 그다지 없는 패션론을 내놓는 인물들의 어딘지 바보스러운 패션 대결이 주는 독특한 맛이 영화에는 얼마나 살아날지가 스크린 '패션왕'의 포인트다.

비주얼은 합격점이다. 주원은 어리바리해 보이는 패션테러리스트부터 옷깃으로 자존심을 팍 살리는 패션킹으로 거듭난 우기명을 완벽 소화했고, 설리는 걸그룹의 미모 대신 둥그런 안경에 품이 큰 교복을 걸친 촌스러운 여고생으로 변신했다. 극 중 우기명의 스승인 남정 캐릭터는 더욱 과장되게 표현됐다. 미역 줄기같은 머리와 남성미 물씬 나는 수염, 그리고 버터를 삼킨 것 같은 표정까지 패션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이 비친다 . 피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극장의 스키니진과 길게 늘어뜨린 머리로 눈길을 끌었던 김창주 캐릭터는 날카로운 눈매와 하얗게 연출한 피부까지 또 닮았다. 스키니진 덕에 어정쩡한 다리의 움직임까지 완벽 재현했다.

영화 예고편에도 잔뜩 묻어나는 허세와 만화적인 표현들도 만화의 분위기와 똑 닮았다. 완벽한 '핏'을 위해 힙업 운동에 열중하고, 시각마저 포기한 우기명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헉 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 습은 웹툰의 황당하지만 큰 웃음을 줬던 부분을 그대로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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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 축 쳐진 어깨까지 닮았다..'미생'

tvN 드라마 '미생'은 잘된 리메이크의 정석이다. 주조연 모두 인지도를 막론하고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을 모두 모았다. 만화의 캐릭터와 배우들의 실사가 연결된 독특한 포스터에서부터 캐릭터 완벽 구현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공개됐던 '미생 프리퀄'에서 차분하고 묘한 분위기의 장그래를 연기했던 임시완은 드라마에서도 믿고 볼만하다. 오과장 역의 이성민은 외모는 그다지 닮지 않았지만 회사 생활에 적당히 찌들면서도 은근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위기가 딱이다. 안영이 역의 강소라는 원작에 비해 너무 예쁘다는 독특한 우려를 받기도 했으나 러시아어와 영어 등 극 중 안영이의 업무능력에 걸맞은 칼 같은 준비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과감한 5대5 가르마에 동그란 눈매를 가진 한석율 역의 변요한, 철강팀의 에이스 장백기 역의 강하늘 등 배우들 모두 외모를 넘어서 캐릭터가 주는 분위기를 가져오며 호연하고 있다.

캐릭터 뿐 아니라 작품이 주던 적절한 긴장감과 유머까지 드라마에 그대로 녹아있다. 워낙 리얼리티와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살아있는 원작이었지만 드라마와는 분명 호흡이 다를 터, 제작진은 장그래의 시점에서 이어지는 독백을 줄이고 분위기와 심정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화면들로 그 묘사를 대신했다. 무조건 닮으려고 하지도, 그렇다고 원작의 묘미를 죽이지도 않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덕에 드라마 '미생'은 원작의 인기만큼이나 승승장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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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 상상력 덜고 비주얼 더하고..'내일도 칸타빌레'

주원과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 특히 일본에서 먼저 방송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국내 일본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모았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원작만화의 코믹한 표정들과 만화적 상상력을 화면으로까지 가지고 온 '노다메 칸타빌레'와 달리 '내일도 칸타빌레'는 어느 정도 현실에 가까운 느낌이다. 누가 봐도 일본인이지만 하얀 가발을 쓰고 외국인 특유의 억양으로 연기했던 슈트레제만은 말끔한 패션과 날카로운 눈매의 백윤식으로 탈바꿈했고, 사랑스러운 변태였던 노다 메구미는 특유의 변태기를 살짝 덜어냈다. 물론 흰셔츠를 사랑하는 차유진(주원 분), 유일락(고경표 분)의 노란머리, 마수민(장세현 분)의 곱슬머리 등 특징적인 부분은 그대로 살렸다.

노다메 대신 인형이 날아가고, 변태의 숲에서 동물들과 춤을 추던 만화적인 상상력은 줄어든 대신 아름다운 미장센은 더했다. 통유리도 된 시원시원한 아름다운 교내의 건물과 숲 한 가운데 있는 듯한 교정, 차유진이 음악에 빠져들 때 마다 화면에 담기는 갈대밭 등 아름다운 음악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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