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초월담은 100% 만족 앨범, YG아닌 우리 방식대로"(인터뷰)

정규 8집 '신발장' 발매..음원차트 '올킬'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4.10.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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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이제 데뷔 12년차에 접어든 세 남자, 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진 DJ투컷)가 비상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이들이 지난 21일 2년 만에 발매한 정규 8집 '신발장'은 음원차트에서 맹렬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헤픈엔딩'은 공개 열흘이 지난 지금도 여러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곡은 다수의 주간 음원차트에서 역시 정상을 차지했다. '스포일러' '본 헤이터' 등 다른 수록곡들도 각종 주간 및 실시간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잇따른 대형 가수들의 컴백 러시 속에 이뤄낸 결과라 더 의미 있는 결과다. 지난 27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에픽하이는 "전혀 예상 못한 결과"라며 어리벙벙한 웃음을 지었다.

타블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행복하다"며 "11년 동안 수많은 앨범을 내면서 계속 혼자 웃게 되는 행복은 몇 번 느껴봤지만 '이게 뭐지?'라는 행복은 처음인 것 같다. 살짝 '멘붕'이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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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정규 8집 '신발장' 음원차트 결과가 매우 좋아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나요?

▶(타블로)이런 결과는 진심으로 예상 못했고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회사도 예상 못했어요. 1곡이 아닌 앨범에 다른 노래들도 계속 사랑받는 것을 보면서 그게 요즘 쉽게 허락되는 일이 아닌데,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너희들 뭐냐'고 물으면 우리도 '그러게요. 이게 뭐죠'라고 말하게 돼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그래서 '멘붕'이에요.

▶(DJ투컷)너무 기분이 좋아서 중간 중간에 실없이 웃게 돼요. 기분 좋아 본지가 너무 오래 돼서요.(웃음)

-혹시 음원차트 성적을 자주 확인해보는 편인가요?

▶(타블로)이미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고 해주셔서 서로 확인하지 말자고 했는데 마음속으로 갈팡질팡해요. 언젠간 순위가 떨어질 것이고, 영원히 갈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안 보려고 하는데 셋 다 얘기해놓고 화장실가서 몰래 보고 오곤 해요.(웃음) 화장실 갔다가 웃으면서 오면 차트 보고 온 거죠.

-이번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타블로)100% 입니다. 애초부터 100%만족하지 않으면 내지 말자고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2년 넘게 작업을 하게 됐죠. 딱, 만족하는 순간에 냈어요.

-2년 동안 작업한 곡들을 추려서 냈는데 특별한 선별 기준이 있었나요?

▶(타블로)워낙 많은 곡들을 만들었다 말다 엎었다가해서요. 음...저희 앨범을 샀을 때 돈보다 시간이 안 아까운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요즘은 볼 것도 들을 것도 좋은 게 너무 많아서, 앨범 듣는데 1시간도 투자하기에 바쁜 세상이 됐어요.

-수록곡 '본 헤이터' 뮤직비디오를 앨범보다 먼저 공개한 이유가 있나요?

▶(타블로)뭔가 '짜잔'하고 힘줘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요. 친구들끼리 그냥 즐겁게 작업해보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기획한 뮤직비디오 치곤 너무 잘 나왔어요. 그래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죠. 다행이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어요. 많은 래퍼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는 느낌으로.

-'본 헤이터'에서 비아이, 바비, 위너 송민호 등 후배 래퍼들하고도 같이 작업했는데 소감은 어떤가요?

▶(미쓰라진)어린친구들이라 되게 부럽기도 하고, 신선했어요. 비아이의 재능은 정말 부러울 정도였어요. 정말 후다닥 끝내고 가더라고요. 뺏고 싶을 정도였죠.

▶(타블로)비아이, 바비는 '쇼미더머니'에서 센 가사의 랩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사람들이 충격은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송민호는 위너의 젠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가도되나 걱정이 됐죠. 그런데 본인이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아이돌 그룹에 있는 친구들도 표현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기회를 주면 신나서 날 뛰는구나'고 생각했죠. 에픽하이 초창기에 설레서 랩 하던 때가 떠올라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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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에픽하이 고유의 음악색을 보존하기 위해 앨범 작업 당시 회사 내 스튜디오 사용을 금지시켰다면서요?

▶(타블로)사장님이 처음에는 녹음실 스케줄이 많아서 불편할 수 있으니 원래 하던 데서 하라고 하셨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그러면 제작비가 올라가거든요. 의도는 대충 알겠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죠.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앨범은 완벽히 믹스되기 전까지 사장님도 못 들었어요. 심지어 화도 냈었죠. 그래도 안된다고 하니까 굉장히 당황하시더라고요. 아직 미완성이라 들려드릴 단계가 아니라고 했죠. 한 곡씩 한곡씩 들려주기가 싫었어요. 대중처럼 첫 곡부터 마지막까지 짜임새 들으시기를 원했죠.

-실제로 YG에 들어간 이후 2012년 발표한 7집 '99'가 기존의 음악색과 많이 달라 혹평을 듣기도 해서 이번 컴백이 많이 부담되진 않았나요?

▶(DJ 투컷)오히려 부담감은 덜 했죠. 지난 앨범은 타블로가 처했던 상황과 느낌을 종합적으로 담아냈던 앨범이었고, 이번 앨범은 우리 방식대로 만들어 놓은 곡들을 추려 발표한 앨범이라 큰 부담은 없었어요.

-앨범을 들으면 전반적으로 분노와 애잔한 슬픔이 느껴져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요?

▶(타블로)정말 오만가지 감정을 지난 몇 년 동안 느끼면서 앨범을 담은 것은 맞아요. 근데 분노는 없어요. 유일하게 앨범에 존재하지 않은 감정입니다. 분노를 표출한 것 같은 노래들도 들어보면 이해나 초월의 느낌이 담겨 있죠. 앨범 끝부분에 '라이프 이즈 굿'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표기된 제목을 보면 '복수'에 엑스(X)표를 하고 '라이프'를 써넣었어요. 노래에서 '행복이 가장 큰 복수'라고 얘기하는데 이 문구가 앨범 전체를 포괄해주죠. 복수심이 생기면 그것을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해서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봐요.

-그건 타이틀명인 '신발장'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거죠?

▶(DJ투컷)집에서 나갈 때 가족과 인사하는 공간이 신발장이잖아요. 작은 이별을 하는 곳이죠. 또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맞이하는 곳도 신발장이고요.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곳이 바로 신발장이라 그런 모든 감정을 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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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타블로와 투컷은 결혼도 했고, 이제 아이도 둔 아빠가 됐는데, 육아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나요?

▶(타블로)집에서 일단 음악을 크게 못 들어요. 그래서 랩을 할 때도 잔잔하게 조용히 연습할 때가 많았죠. 처음에 결혼하고 제 솔로앨범 나왔을 땐 하루가 더 어렸어요. 그러니 목소리 자체가 더 잔잔해지고 그랬죠. 이제는 (많이 커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으면 다 같이 춤추고 그래요. 하루가 벌써부터 랩을 잘해요. 아 이건 까먹을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초반에 하루랑 카페에 가서 내가 작업한 노래들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 때 하루가 5초 정도 듣고 '시끄럽다'고 해서 끈 노래가 바로 '헤픈 엔딩' 초안이에요. 나중에 덜 시끄럽게 만들었더니 되게 좋아했어요. 하루가 저를 '디스'함으로써 저를 더 완성시켰어요.

▶(DJ투컷)제 아들은 곧 있으면 두 돌이 되요. 아이를 보면서 음악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 작업실에 들어가면 정말 미친 듯이 집중을 하게 되요. 밖에서는 막 '본 헤이터' 편집하고 있다가 오히려 집에 있을 때 방송용 사람이 되요. 밀이나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요. 제가 아이의 거울이잖아요.

▶(타블로)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이제 애 아빠인데 연애하고 이별을 어떻게 잘 표현하는지 이에요. 그런데 저는 딸이라서 그런지 같이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자동적으로 연애에 대해 오히려 더 깊이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미쓰라진)아직 멤버들의 (육아) 얘기가 잘 와 닿지는 않아요. 저도 자꾸 주변을 통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니까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저를 너무 싫어하니까 다가가기 조차 힘들었는데 이제는 아이들하고 얘기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어요. 하루를 통해서 다 배운 것 같아요.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시죠?

▶(타블로)11월 14~16일인데 총 4회에 걸쳐 공연을 해요. 원래 2회를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아 횟수가 늘었죠.

▶(DJ투컷)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무대를 할게요. '설마 콘서트에서 저런 짓까지 할까'라고 생각하실 정도로 그 이상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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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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