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에이스!" '제보자'의 송하윤이 지금 행복한 까닭

영화 '제보자'의 젊은 PD 김이슬 역 송하윤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0.26 12:53
  • 글자크기조절
image
'제보자'의 송하윤 / 사진=임성균 기자tjdrbs23@


이젠 송하윤(28)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진다. 데뷔 후 수년을 '김별'이라고 살았던 그녀는 2년 전부터 송하윤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데뷔 10년차지만 그간 쉬었다 활동하길 거듭했기에 이제 4~5년 쯤 연기했다 싶은 느낌이라는 그녀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는 아담하지만 야무진 그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송하윤은 박해일이 맡은 선배 윤민철 피디와 함께 줄기세포 복제논문의 진실을 캐는 방송사 시사교양국의 에이스, 후배 김이슬 피디 역을 맡았다. 그녀는 똘똘하고 다부진 시사교양국의 에이스 마치 제 옷인 것처럼 입었다. 하이힐도, 드레스도, 그 흔한 메이크업도 찾을 수 없었지만 , '제보자'의 송하윤은 가장 반짝이는 모습이었다.

-송하윤이라는 이름이 이젠 익숙해진다. 좀 늦었지만 물어보자. 왜 오래 활동하던 이름을 바꿨다.


▶김별로 활동하던 시절, 어렸을 적부터 '지금 너의 모습에는 어울리지만 배우를 오래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었다. 그 시기 쯤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다른 것들도 한번쯤 바꾸어야 할 때였고.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새 이름을 받고는 자다가도 열두 번 씩 '아이고 안되겠다' 생각이 들곤 했다. 며칠을 끙끙 앓았는데, 내가 차분히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것 뿐 아니라 새 이름이 불리는 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더라. 이젠 좀 괜찮은 것 같다.

-제보자의 젊은 PD로 분한 모습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배우 송하윤을 본 느낌이었다.

▶감독님은 이슬이에게 맞추기보다는 비슷한 점이 있는 사람을 원하신 것 같았다. 감독님이랑 미팅을 했을 땐 제 성격, 시나리오를 본 느낌에 대해 몇 시간 이야기를 했고, 그 이후에 보안이 중요하다 해서 시나리오를 퀵서비스로 받았다. 내가 이슬이의 무엇과 비슷한지 잘은 모르겠다. 그저 약간, 확신이 있다면 용감해지는 부분이 비슷하다고 보시지 않았을까. 계산하지 않고 나서는 의외의 대범함, 침착한 그런 것들. 촬영을 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단단함들과는 다른 정말 '딴딴한' 것들이 생기더라. 스스로도 나한테 뭔가 단단함이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image
'제보자'의 송하윤 / 사진=임성균 기자tjdrbs23@


-박해일과의 척척 맞는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배우 여자배우가 아니라 진짜 선배 PD와 괄괄한 에이스 후배 PD같은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선배님들과 함께 해서 정말 좋았다. 특히 해일 오빠는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해일 오빠랑은 정말 형동생 같았다. 처음부터 제가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사람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없었을 뿐더러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들이댔다. 현장 가서는 그렇게 이슬이로 살고 있다가 집에 오면 왠지 본연의 제 모습이 나와서 '해일이 오빠 어려워' 이러곤 했다. 며칠 전에 무대인사를 가면서 오빠한테 '제가 아무렇지 않게 지냈으면서도 집에 가선 낯을 가린 적이 있다'고 했더니 오빠가 '너만 그랬겠니' 하더라.

-박해일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건 어떤 부분에서인지.

▶낯을 많이 가리신다. 현장에서 친하게 뭔가를 챙겨주는 선배님은 아니신데 정말 세세하고 꼼꼼하게 신경을 써 주신다. '밥 먹고 일해', '나 먼저 밥집 가 있을게, 그리로 와' 이런 하나하나가 윤민철 피디와 이슬이처럼 현실감있게 다가오게 해 주셨다. 남달리 감사했던 것은, 이런 무게감 있는 영화를 대선배랑 하는 게 처음이라 무게감이 상당했다. 그랬는데 선배님이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지만 티 나지 않게 잘 잡아주셨다. 그게 진짜 선배님의 매력이다. 말로 하는 조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영화 처음 보는 날 화면에서 해일오빠 얼굴이 나오는데 보면서 '선배님, 민철 피디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남다른 감흥이 느껴진다

▶저희 영화가 진짜 영화로 나온다 싶어서 막 울었다. 긴장 때문에 얼마나 손을 꽉 쥐었는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다 났다. 이렇게 긴장감이 컸던 영화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6kg가 빠졌다. 통통하게 시작했다가 마지막엔 다 빠져버렸다.

-신나게 작품을 마무리하니 막 의욕이 생기지 않나.

▶끝나고 의욕이 막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좀 고요해졌다. '제보자'를 찍으면서 알았다. 내가 나를 놔야 가장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온다는 걸 크게 배웠다. 그 캐릭터로 치열하게 살아야겠지만, 나머지를 놔야 한다는 것. 예뻐 보이고 싶은 걸 내려놔야 한다는 것, 욕심보다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전에도 알고야 있었지만 이제야 확 몸소 실감한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오히려 고요해졌다. '잘해야지'보다 '잘 살아야지'로 바뀐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옆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연기자로서 늘 옆에 있는 사람처럼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절대 바뀌지 않았던 건 화려함보다는 솔직함을 쫓는 연기자가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바쁜데도 행복하다. 지금 이대로가 행복하다. 마냥 좋다.
image
'제보자'의 송하윤 / 사진=임성균 기자tjdrbs23@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