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고준희 "'밀당'은 싫어요, 시간도 없는데!"(인터뷰)

영화 '레드카펫' 은수 역 고준희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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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사진=임성균 기자


깍쟁이일 줄 알았다. 그간 맡아온 역할들 때문이기도 했고, 패셔니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레드카펫'으로 처음만난 고준희(29)는 털털했다. 의도하지 않게 툭툭 나오는 어휘들이 모두를 웃게 했고, 민감할 법한 질문에도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영화부터 연애, 꿈, 심지어 키에 대한 이야기까지.


23일 개봉한 '레드카펫'은 고준희에게는 색다른 작품이었다. 에로영화 감독 출신인 박범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극중 캐릭터도 톱스타다. 무엇보다 윤계상과 함께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온전히 이끌어가야 하는 기분 좋은 부담도 있었다. 고준희가 연기한 은수를 보며 옛 생각도 많이 났다. 꿈을 다시 이루려는 마음이 특히 그랬다.

"스무 살에 데뷔를 했어요. 개인적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죠. '쉽니다'라고 고지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1,2년 정도 일을 쉬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은수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 까요? 은수는 다시 꿈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나가잖아요. 자의에 의해서 다시 꿈을 이루려는 마음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에로영화를 찍었던 이력이 있는 박범수 감독. 흥미롭긴 하지만 상업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선뜻 선택하기 쉽지는 않았을 법 하다. 그럼에도 '레드카펫'의 배우들은 박범수 감독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진정성에 출연을 결정했다. 고준희도 그 중 한 명이다. 감독의 독특한 경험담이 주는 힘이 고준희를 '레드카펫'으로 이끌었다.


"감독님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었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오히려 엄청나게 잘 챙겨주셨어요. 감독님이 흔히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여배우와는 처음 일해주시는 것이다 보니 정말 너무 잘해주시는 거예요(웃음). 포도즙도 챙겨 주시고. 제가 처음 '레드카펫'에 합류할 때는 이미 계상오빠, 달환 오빠 등 캐스팅이 갖춰져 있었어요. 그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신뢰가 갔죠. 사실 영화의 내용이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에로감독과 배우가 만난다는 점에서. 그런데 감독님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있으니까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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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사진=임성균 기자


극 중 은수는 아역시절 큰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로 떠난 후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진다. 다시 배우를 꿈꾸고 한국으로 돌아온 은수에게 배역 하나를 따내는 것도 녹록치 않다. 다시 신인의 상황으로 돌아간 것. 계속해서 오디션에 도전하는 은수를 연기하며 고준희 자신의 신인 시절도 절로 떠올리게 됐다. 오디션에서 키를 속여야 했던 웃지 못 할 사연도 있었다.

"오디션은 정말 많이 봤던 것 같아요. 한 작품에 3차까지 오디션을 보기도 했어요. 극 중 은수가 간호사 옷을 입고 제작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작품에 맞는 준비를 하기도 했어요. 키가 작아 보이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어요. 앉아서 오디션을 보고 나갈 때 키에 대한 말이 나오면 신발 안에 깔창을 깔았다고 하기도 하고(웃음)."

에로영화 감독의 꿈을 다룬 '레드카펫'이다보니 짓궂은 질문도 이어졌다. 에로영화, 본적 있나?

"직접 대여해서 본 적은 없어요. 케이블 채널에 에로틱한 영화가 나오는 타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엄마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감독님 작품이요? 에이, 굳이 찾아봐야하나요."

'레드카펫'의 은수는 감독인 정우(윤계상 분)와 사랑에 빠진다. 실제 고준희는 같은 업계 사람과 연애는 그다지 환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마음이 간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공개연애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청자 입장에서 공개연애를 하는 배우면 연기를 볼 때 100% 몰입은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배우 입장에서는 물론 좋을 수 있죠. 같이 편하게 맛있는 것 도 먹으러 가고. 그렇지만 지금의 저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아, 물론 '이 업계 사람이니까 무조건 싫어!' 이런 건 없어요. 살다보면 이상형 아닌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 것처럼."

이상형 얘기가 나온 김에 원하는 이상형에 대해 물었다. 쌍꺼풀이 없는 사람이 남자로 느껴진단다. 연애를 할 때는 숨김이 없는 편. 마음이 급해서 '밀당'(밀고 당기기)도 별로다.

"저는 좋으면 솔직하게 얘기해요. '뭐해요?'하고 먼저 연락하고, 밥먹자고도 하고. 이 정도면 보통 눈치 챌 만하잖아요? 마음이 급해요. 시간도 없는데(웃음). 밀당도 못해요. 다 표현해버리니까. 저는 '썸'이 싫어요. 처음부터 남자는 남자, 친구는 친구죠. 알고 지내던 사람이랑 관계가 흐트러지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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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희/사진=임성균 기자


연애 얘기를 할 때는 왈가닥 같았던 고준희.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못 차분해졌다. 패셔니스타, CF스타. 다 좋은 수식어지만 지금 고준희가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은 '고준희'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을 가지는 것이다.

"지금 제 꿈이 있다면 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대표작이 생기는 것인 것 같아요. 연기자에게 어떻게 보면 큰 꿈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인지도에 비해 대표작이 없더라고요. 보통은 작품이 잘 되어서 배우가 덩달아 잘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SBS '야왕', '추적자'처럼 쟁쟁하신 선배님들이 계신 작품들 덕에 기회가 생겼어요. 저도 선배님들처럼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지금의 꿈이에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 물론 욕심이 나는 타이틀이지만 대중이 기대하는 고준희의 이미지를 버리고 싶은 생각은 아니다. 대중의 기대와 배우로서의 욕심의 중심점을 찾는 것, 어쩌면 지금 고준희에게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아무래도 고준희가 나온다고 하면 '뭘 입고 나올까?'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걸 배제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중이 원하는 것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릴 땐 오히려 피하려고 했어요. '여우야 뭐하니' 이후에는 일부러 패션쇼도 안 갔어요. 그때는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온스타일에서 '스타일매거진' MC를 하면서 패션에 대해 즐기기 시작했어요. 시청자들도 좋아하고 저도 즐기면서 일 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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