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마마' 이어 '카트'..결과에 감사"(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23 15:51 / 조회 : 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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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사진=임성균 기자


살다보면 몇 안 되는 기회가 찾아온다. 기회가 기회인 줄 모르거나, 기회인 줄 알아도 못 잡거나, 우연히 잡거나, 기회인 줄 알고 잡는다. 문정희는 기회인 줄 알고 잡았다. 기회인 줄 알고 잡는 건 버텨올 수 있었고, 버틴 만큼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정희는 '연가시'를 잡았고, '숨바꼭질'을 잡았다. 그리고 MBC드라마 '마마'를 했고, '카트'를 내놓으며,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개봉까지 앞두고 있다. 하나하나 쉽지는 않았다. '마마'도 주위 반대가 컸으며, '카트'는 어려웠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도 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문정희는 기회를 잡았고, 이제 하나씩 결과를 앞두고 있다.

-'카트'는 마트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된 뒤 복직 투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 문정희는 싱글맘으로 노조 결성을 주도하는 인물로 출연하는데. 어떻게 하게 됐나.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에게 제안을 받았었다. 이런 이야기에 제목도 '카트'여서 살짝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큰 미덕을 느꼈다. 이건 우리 이웃 이야기고, 어쩌면 내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발보단 공감이 와 닿고, 여자들 이야기라는 점이 참 좋았다.

-제작비가 적다보니 출연료도 적었고, 그럼에도 끌릴 만큼 이야기나 역할이 좋았나.

▶솔직히 제작사가 명필름이란 것도 컸다. 명필름이 만든 영화가 갖고 있는 사회적인 주제의식이 참 좋았다. 명필름이라 거부하기 어려웠던 것도 크다. 남편이 '카트'를 하기를 무척 바라기도 했다. 제일 큰 힘이 돼줬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문화인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기회니 잘 해보라며 격려해줬다.

-'마마'는 왜 했나. 결과적으론 좋았지만 송윤아 역할이 워낙 좋았기에 받쳐주는 역할이라며 주위의 반대도 만만찮았는데.

▶여자 둘의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당연히 (송)윤아 언니한테 포커싱이 맞춰지고 그래야 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주변에서 우려하기도 했고. 결정을 어렵게 하긴 했고, 외롭기도 했다. 하면서 윤아 언니와 배역으로 딱 쿵짝이 맞았다. 서로 배려했고, 그런 점이 남자배우들과는 또 달랐고. 결과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마마'는 송윤아를, '카트'는 염정아를 서포팅 하는 역할인데 서운하진 않았나.

▶그렇지 않다. 특히 '카트'는 서포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출연자 모두가 많은 사람들을 서포팅 했다고 할 수도 있다.

-'카트' 부지영 감독은 굉장히 세밀하다고 알려졌는데, 배우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추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부지영 감독님은 굉장히 디테일하다. 내가 맡은 인물의 내면 이야기를 3~4시간 동안 해주기도 했었다. 난 디테일 보단 이 인물이 강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은 머리도 짧고 더 보이쉬한 인물을 원했고, 난 아줌마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싱글맘인 마트 비정규직 직원이 갑자기 해고된 뒤에 노조를 결성하자고 주동해야 되는데 왜 그러는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촬영을 하면서 서로 맞춰갔다.

-부지영 감독의 남편이자 충무로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인 김우형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맡았는데.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탁월하던데.

▶카메라 무빙에 맞춰서 리허설을 10번 이상 했었다. 배우의 감정을 이렇게 담아주는 촬영이 있을까 정말 깜짝 놀랐다. 마치 악보가 있는 것처럼 촬영을 한다. 염정아 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은 염정아 언니는 카메라가 달리로 180도 돌고, 난 그 다음에 달리를 따라서 조금씩 거리를 두는 식으로 찍었다. 그러니 감정이 더 도드라지더라. 정말 대단했다.

-염정아와 비오는 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깊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가장 자기 캐릭터를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니깐.

▶내 역할을 가장 확실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장면이었기에 떨면서 연기했다. 이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잘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대사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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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사진=임성균 기자


-엄마 역할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엄마 역할을 기막히게 해낸다. 그러다보니 계속 엄마 역할을 하게 되고. '연가시' '숨바꼭질' '마마'와 '카트'까지 이어지는데.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 모성애를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는 것과 느끼는 게 아무래도 다를 테니깐. 내가 잘 모르는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게 된다. '마마'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윤아 언니는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순간 울컥 하면서 표현하는 게 있더라.

그래서 엄마 역할이 힘들기도 하고, 또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다. 그래도 감사하다. 내가 표현한 게 잘 전달 됐다면 그보다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나. '카트' 때는 아들 역할을 촬영장에서 내내 끼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지더라. 다른 엄마들을 하니깐, 다른 의미들이 생기는 것 같다.

-마트를 촬영장으로 빌릴 수가 없어서 동탄에 있는 폐건물을 세트로 꾸며서 찍었는데. 그러다보니 배우들이 촬영 기간 내내 합숙을 했다던데.

▶염정아 언니는 집이 가까워 출퇴근을 했고, 나머지는 모두 3달 정도 합숙을 했다. 그러다보니 밤마다 너무 좋았다. 이쪽 방에선 술을 마시고, 저쪽 방에선 밤새 수다를 떨었다. 내 방에선 천우희랑 같이 요가를 했다.

-천우희와 엑소 멤버인 도경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둘을 보면서 벌써 연기자로서 다른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가 아니라 감정을 담은 그릇으로 여러 가지를 전달하더라. 염정아 언니 아들 역으로 나온 도경수는 이런저런 술자리도 찾아오면서 마음을 먼저 열더라. 처음 연기하는 사람으로 잘 하려고 노력도 하고, 질문도 많이 하고. 잘 하고 싶은데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그렇게 고민하는 걸 보면서 시작하는 사람을 보는 설렘도 들더라.

-드라마가 잘 끝났고, 주연을 맡은 영화 두 편이 개봉 준비 중이다. 기회라면 기회일 텐데.

▶글쎄, 잘 모르겠다. 뭔가가, 어떤 작품이, 나를 이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게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오랜 시간이 흐르면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너무 큰 의미는 두려하지 않는다. 그냥 눈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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