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 승리요정' 이성우씨, '2014년판 랠리 몽키' 될까?

국재환 기자 / 입력 : 2014.10.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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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승리요정' 이성우씨가 팀에 행운을 안겨다줄 수 있을까. /AFPBBNews=뉴스1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現 LA 에인절스). 그리고 201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해당년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팀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는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팀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월드시리즈에서 만나는 기묘한 인연을 갖게 됐다.

하지만 두 팀은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팀 승리를 상징하는 비공식 마스코트가 있다는 점이다.

애너하임은 지난 2002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샌프란시스코를 제압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물고 물리는 두 팀의 대접전도 많은 이슈를 만들었지만, 이때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홈런왕 배리 본즈도, 대담한 배짱으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돌려세웠던 약관의 애너하임 투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도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애너하임의 비공식 마스코트였던 '랠리 몽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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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화제를 모았던 비공식 마스코트 '랠리 몽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당시 애너하임에는 공식 마스코트가 없었다. 하지만 '랠리 몽키'는 애너하임의 승리를 부르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랠리 몽키'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6월 7일이었다. 당시 애너하임은 샌프란시스코와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9회초까지 4-5로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경기장 비디오 운영 담당이던 딘 프롤리노와 제이슨 흄스가 영화 에이스 벤추라에서 랠리 몽키가 나오는 장면을 전광판에 틀었고, 우연의 일치로 에인절스는 9회말에만 2점을 뽑아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랠리 몽키'가 애너하임의 승리의 아이콘이자 비공식 마스코트로 등장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2년 뒤, 애너하임은 '랠리 몽키'가 탄생한 경기의 상대였던 샌프란시스코와 월드시리즈에서 조우한다.

5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밀린 애너하임은 홈으로 돌아와 운명의 6차전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애너하임은 7회말 시작 전까지 0-5로 밀리며 샌프란시스코에 우승 트로피를 내줄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허나 7회말 공격에서 경기장 전광판에 '랠리 몽키'가 등장했고, 애너하임은 7회와 8회에만 각각 3점씩을 뽑아내며 6-5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데 성공한다. 이어 6차전에서 반전을 만들어낸 애너하임은 결국 7차전에서 4-1의 승리를 따내며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애너하임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지 12년 뒤. 1985년 이후 29년 동안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약체 팀에게 '랠리 몽키'급의 파급력을 지닌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 최약체 팀의 이름은 캔자스시티 로열스. '랠리 몽키'급의 파급력을 지닌 주인공은 바로 캔자스시티의 20년 이상 골수팬, 한국인 이성우씨였다.

SNS를 통해 캔자스시티를 응원했던 이성우씨는 지난 8월 캔자스시티 현지 팬들과 구단의 초청을 받아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현지를 방문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성우씨의 방문 당시 캔자스시티는 9승 1패의 놀라운 행진을 펼쳤다. 특히 캔자스시티는 이성우씨가 홈구장 카우프만 스타디움을 방문해 시구를 했던 경기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꺾고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에 등극하는 한 편의 만화와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비록 와일드카드로 밀렸지만, 캔자스시티는 이성우씨의 기를 받은 덕분이었는지 포스트시즌에서 무려 8연승을 내달렸고 29년만의 포스트시즌에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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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입국 당시 현지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은 이성우씨. /사진=이성우씨 트위터 캡쳐





월드시리즈 진출 직후, '승리요정' 이성우씨는 다시 한 번 구단의 초청을 받았고 결국 현지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지난 8월 이후 약 2달 만에 미국 땅을 밟게 된다.

지난 22일 열린 1차전. 이성우씨가 직접 카우프만 스타디움을 방문했지만, 기를 완전히 받지 못했는지 캔자스시티는 1-7로 완패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첫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3일 열린 2차전. 이번에는 이성우씨의 기가 좀 더 확실히 전달됐는지, 캔자스시티는 2-2 동점이던 6회말 공격에서 대거 5득점을 쓸어 담으며 7-2 승리를 거뒀다. 이와 함께 캔자스시티는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고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자신들 쪽으로 가져온 채 3차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이성우씨와 캔자스시티가 만들어낼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성우씨는 이미 캔자스시티 팬들과 선수들에게 '랠리 몽키'처럼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주고 있다.

이성우씨와 캔자스시티가 꾸고 있는 한 가을밤의 꿈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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