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알고보면 소문자 A형..문득문득 행복"(인터뷰)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로 첫 스크린 주연 김성균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0.23 07:21 / 조회 : 4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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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범죄와의 전쟁'에서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최민식을 마구 때릴 때만 해도 진짜 조폭인가 싶었던 남자. '이웃사람'에서 눈길만 돌려도 음산한 살인마의 기운이 풍겨나던 남자. '화이'에선 미소 띤 채 칼을 휘두르며 간담을 서늘케 했던 남자. 그리고 '응답하라 1994'에서는 어림없는 장국영 닮은꼴로 폭소와 미소를 번갈아 유발했던 남자. 배우 김성균(34). 2012년 혜성처럼 영화계에 등장한 이래 변화무쌍한 캐릭터로 사랑받다 '응답하라 1994'의 노안 대학생 삼천포로 홈런을 쳤던 그가 드디어 스크린의 주인공이 됐다.


김성균은 23일 개봉하는 '우리는 형제입니다'(감독 장진)에서는 보육원에서 헤어졌다 30년 만에 만난 형과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다니는 박수무당 동생 하연이 됐다. 흐뭇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는 결국엔 눈물을 쏙 뽑아내고 만다. 극중 맞춤옷처럼 어울렸던 개량한복처럼 편안하게 다가온 김성균을 만났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을 돌이키던 그는 이제야 조금씩 적응이 된다며 싱긋 웃었다. 이 남자, 볼수록 잘생겨지는 건 왜일까.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 전과 후, 들어오는 역할이 많이 달라졌나.

▶정말 큰 폭으로 달라졌다. 비중도 커졌다. 그 전엔 분량은 적은데 굉장히 임팩트가 있는 역할들이 들어왔다. 그게 고민이었다. 이런 것만 하면 한계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이 사람 나오면 세게 한 방 치고 나가겠구나' 하는 느낌. 악역을 안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좀 더 풍성한 악역이었으면 좋겠는데, 잠깐 나와 나쁜 짓 치고 빠지니 이게 내 이미지구나 싶었다. '응답하라' 이후로는 굉장히 많은 역할이 온다. 선량한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피해자까지(!)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연기하기엔 어떤가.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말랑말랑한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왔다갔다 한다. '응답하라' 이전에 '화이'를 찍을 땐 몸에 피 묻히고 이상하게 웃으면서 칼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는 '차분하고 피 안 나는 거 하고 싶어' 이랬다. 그런데 '응답하라'에서는 순진한 대학생을 하면서 '얼굴에 피 묻히고 싶다' 이랬다. 계속 다른 걸 하고 싶은 거다.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다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다양하게 들어오니까 조금 설계가 가능해졌다.

-실제로는 그간 강렬한 캐릭터들이나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하연과는 달리 소심한 면이 있다고.

▶저는 흔히 이야기하는 소문자 A형이다. 잡 생가도 많고, 쓸데없이 예의범절도 많이 차린다. 강한 역할 하기도 쉽지 않다. 선배님들 터치해야 하는 것도 꾹 참고 한다. '내가 여기서 NG를 내면 두 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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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입니다'의 김성균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어떻게 선택했나.

▶워낙 장진 감독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또 '응답하라'를 끝내고 나니 너무 고민이 됐다. 한참 '응답하라'가 이슈 될 때 '용의자'에 제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웃었다는데 그것도 신경이 쓰이고. '응답하라'의 특수성이 있어 대학생 역할을 한 건데 다음 작품에서 대학생을 할 수도 없고, '짠 저 악역으로 돌아왔어요' 하기에도 제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그때 본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그냥 지금 자연스러운 내 모습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코드, 형제 코드도 너무 좋았고.

-형제로 등장한 조진웅과는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인데. 부담도 되고 기대도 됐을 것 같다.

▶부담이 뭐였냐면, 워낙 술자리를 자주하고 친하다보니, 왜 친한 사람이 연기하는 거 보면 이상하지 않나. 일상을 너무 잘 아는데 눈을 보고 연기할 때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냥 걱정일 뿐이었다. 저는 발동이 걸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진웅이 형이 감성이 좋아서 쑥 들어오면 저도 거기에 쑥 빨려들어가곤 했다.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첫 투톱 주연작이기도 하다. 부담감은 없나.

▶찍을 땐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 진웅이 형이랑 하는 게 너무 재밌고, 김영애 선생님이랑 만나면 너무 존경스럽고 사랑스럽고, 촬영 중간에 먹는 음식도 너무 맛있고, 부담을 못 느꼈다. 그런데 얼굴이 찍힌 포스터가 나오고 개봉일이 다가오니까 이제서야 '와 이거 하나 개봉하는 게 장난이 아니구나' 싶다. 주식하듯이 영진위 통합전산망 예매율이 몇 프로 올랐나 자꾸 보면서 주변 사람에게 잘 부탁한다고 홍보하고 그러고 있다.

-한때는 연기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셨는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요즘은 어떤가.

▶뭔가 풍족해졌다. 돈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을 수 있고, 술도 한 잔 사줄 수 있고. 그럴 때는 문득문득 진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좋고 행복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인 것 같다. 제가 조금씩 지치는 지쳐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지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빨리 에너지 칸을 빨리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사실 김성균이라는 사람 자체보다도 외부 조건이나 사람들의 반응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맞다. 나는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초반에는 사람 많은 데 가도 괜찮을까 걱정하고 옷에도 괜히 신경을 썼다면, 요즘은 '뭐 어때' 이렇게 바뀌었다. '추리닝' 입고도 막 돌아다니고. 사실 저를 알아봐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더라. '응답하라'가 끝나고 누군가 그랬다. '사람들이 만날 알아봐주고 그럴 것 같지? 한 달만 지나봐.' 진짜 한 달이 지나니 원래대로 돌아오더라. 저도 쭈뼛쭈뼛 안절부절 할 필요 없이 그저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면 되는 거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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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입니다'의 김성균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장진 감독은 김성균을 두고 '다양한 표현과 해석이 가능한, 정통적인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고 칭찬하더라. 스스로 어떤 배우이고 싶나.

▶저는 제 나이 때 할 수 있는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40대에는 가장 편안한 모습이었으면 좋겠고.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할배들을 보면 너무 존경스럽다. 나이 들어가는 대로 그 모습 그대로 연기를 하시면서 지금에 오셨지 않나. 그렇게 늙어가신 선배님들이 저의 롤모델이라고 할까.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어렵게 연극하는 후배들에게는 이제 김성균이 또 하나의 롤모델이 됐을 법 한데, 해주고픈 이야기는 없나.

▶딱 한마디 있다. '후배들아, 나는 내가 밥벌이도 못할 줄 알았다,' 김상호 선배님은 기억을 못하실 수도 있는데, 예전 저희 연출가 형이랑 친분이 있어서 종종 뵈었고 맥주를 사 주신 적이 있다. 거기서 그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내가 밥벌이도 못할 줄 알았다'고. 제가 당시에 밥벌이를 못하고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속마음을 어떻게 알고 그 이야기를 하는데 묘한 느낌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똑같이 해주고 싶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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