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god·레드카펫..윤계상의 봄날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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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계상 /사진=이기범 기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치 편한 동네 사람을 만난 것처럼 윤계상(36)은 시종일관 위트 있고 솔직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그룹의 멤버로, 홀로서기 후 배우로, 그리고 지금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윤계상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을 느끼고 있다.


한때는 출연했던 영화처럼 한없이 어둠으로 빠져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이제는 안다. 윤계상의 삶과 캐릭터를 분리하는 방법도,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편하게 하는 방법도. 막 그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던 때에 그에게 영화 '레드카펫'이 다가왔다.

'레드카펫'은 영화감독을 꿈꿨지만 자신의 작품이 아닌 에로영화를 찍고 있는 감독 정우(윤계상 분)와 어린 시절 잘 나가는 아역배우였지만 다시 무명의 배우가 된 은수(고준희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두 사람의 사랑과 함께 각자의 꿈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꿈을 찾아가는 정우의 이야기, 신인시절 광주의 한 놀이공원에서 7명의 관객을 두고 노래를 한 적도 있다는 윤계상이니 더욱 공감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났어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영화잖아요. 지금은 그렇게 나아가는 도중에 있고요. god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참 애착이 많이 가는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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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계상 /사진=이기범 기자


박범수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만큼 윤계상이 연기한 정우는 마냥 코믹한 인물은 아니다. 웃기고 싶은 욕망이 꿈틀꿈틀 댔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위해 '코믹본능'은 잠시 내려놓았다.

"웃음에 대한 건 파트를 정확하게 나눈 것 같아요. 오정세 형을 유머의 장치로 활용하고, 정우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많이 유머를 눌렀죠. 속으로는 꿈틀꿈틀 댔어요(웃음). 그래도 에로팀 자체가 가지는 밝음이 있어서 웃음 욕심보다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연출한 박범수 감독은 실제로 200여 편의 에로영화를 찍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간 '풍산개'의 전재홍 감독, '비스티 보이즈'의 윤종빈 감독 등 신인감독들과 작업했었던 윤계상이지만 에로감독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법한데 윤계상은 오히려 박범수 감독의 당당한 매력에 매료됐다.

"태도를 보면 알잖아요. '제가 에로감독 출신이라...'이런 것이 아니라. '아! 제가 전에 에로감독이었거든요!' 하고 말하는 자신감, 떳떳함을 보고 정말 좋았어요. 오히려 더 궁금해서 관객들처럼 질문을 하고 막 웃다가 집에 온 기억이 있어요. 감독님은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 상업영화인데도 어색해하지 않더라고요. 보통 신인감독들은 걱정이 앞서니까 한 컷이라도 더 따려고 하는데 박범수 감독은 줄일 줄도 알고 능숙하게 작업 했던 것 같아요."

가수 윤계상과 배우 윤계상의 이미지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영화에서는 유독 더 무거운 작품들을 선택했다. 그것이 마냥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작품은 모두 의미가 있었지만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고 싶은 욕심에 인간 윤계상은 점점 더 잃어갔다.

"극한에 몰린 감정들이 좋았어요. 그게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착각을 했던 거죠. 막 심장을 토해내는 것 같은 그런 연기 있잖아요(웃음). 그러다보니 점점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제 자신이 너무 침체되고, 주변사람들에게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저를 봤는데 집에서 혼자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더라고요. 그때 정신을 차렸어요. 내 인생이 따로 있구나, 내가 망가지면 좋아하는 연기도 부담이 되고 힘들어지는구나, 하고요."

처음에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 다음에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 다음은 인정받는 배우를 꿈꿨다. 그 본질에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윤계상은 촉박하게 달리지 말자는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바꾸자 생활도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런 부담이 전혀 없었어요. 만약 옛날의 저였다면 '레드카펫' 시사회 후에 '연기 어땠어요? 이상하지 않았어요?'하고 쉴 새 없이 묻고 고칠 점을 막 적어뒀을 거예요. 이제는 완전히 내려놓았어요.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정말로 행복해하고 있어요. 매순간."

새로운 꿈도 생겼다. 배우들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과 같은 고충을 여전히 겪고 있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이런 소망을 가지게 했다.

"나중에 이루고 싶은 꿈이 배우들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 거예요. 배우들은 욕심이 앞서면 잘하고 싶으니까 점점 캐릭터를 쫓아가게 되고, 진짜 나를 잊게 되요. 작품이 끝나면 허탈함이 찾아오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죠. 그럴 때 누가 도와주면 심리적으로 금방 빠져나올 수 있어요. 이제는 경험이 좀 쌓인 것 같아요. 영화를 찍을 때는 집중하고, 작품이 끝나면 완벽하게 원래 생활로 패턴을 바꾸죠. 그러면서 연기를 할 때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윤계상이 최근 느낌 행복에는 god의 재결합도 한 몫을 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용기를 냈고, 팬들은 변치 않은 사랑으로 이에 화답했다. 최근 열린 VIP 시사회에는 god멤버들이 찾아와 힘을 보탰다.

"멤버들이 보고 너무나 좋아했어요. 쭈니형(박준형)은 에로영화인줄 알고 와서 '얼마나 벗어?'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웃음). 다들 눈물콧물 쏟았대요. 쭈니형이 제일 많이 운 것 같아요. 제가 뽀뽀할 때 쭈니형이 소리를 질러서 웃음바다가 됐다고 하더라고. 미국은 원래 조용히 영화를 안본대요. 콘서트 보듯이."

멤버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윤계상의 얼굴에 장난기와 웃음기가 가득 차올랐다. 이제는 힘들어서 예능도 못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함께 활동하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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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계상 /사진=이기범 기자


"짝짝 호흡이 맞냐고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다들 늙어서 힘들어요(웃음). 팬들의 사랑은 정말 눈물 날만큼 고마워요. 예전에는 우리가 잘나서 사랑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들 어른이 되니까 받아들이는 감성 자체가 달라요. 최고점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요. 쭈니형이 요즘 잘 울잖아요. 근데 그게 거짓이 아니에요. 왜 두려워했었는지 그게 미안할 정도로 행복해요. 완전히 치유를 받고 있어요. 정말 내가 이만큼 노력을 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으니까 고맙고 신기하고. 멤버들도 VIP 시사회 와서 축하해주고, 그런걸 보면서 정말 원 없이 좋았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차기작을 물었다. 이미 촬영을 마친 '소수의견'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영화 중 다음 작품을 고르고 있단다. 다음 작품은 아마도 조금 더 밝은 역할이 될 듯하다.

"제가 일부러 밝은 역할을 피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년 동안 밝은 면을 너무 눌렀던 것 같아요. 약간 우울하고 무게가 있는 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윤계상은 그런 영화를 좋아할 거야'하고 생각하시나 봐요. 이제 장(臟)은 그만 꺼내려고요. 집어넣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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