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악녀' 이유리, 악녀도 완벽하면 아름답다(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4.10.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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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이유리 / 사진=임성균 기자


데뷔 13년차의 배우. 국민 며느리에서 국민 악녀가 됐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여자.

지난 12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헤로인 배우 이유리(34)를 만났다.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쪼개 만난 이유리는 피곤한 모습이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종영 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그는 피곤함에 눈이 충혈 되고 목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금세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2001년 KBS 2TV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이유리는 13년째 베테랑 연기자다. 그는 스스로 자신에게 무명시절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유리의 말처럼 그는 2001년 데뷔작을 끝낸 이후 쉬지 연기활동을 펼쳤다. 평균 1년에 한 두 작품씩, 많으면 서너 작품씩 소화했다. 여기에 지난 2011년에는 뮤지컬에도 출연했고 CF촬영에 온라인 쇼핑몰까지 운영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2014년은 단연코 이유리 자신에게 최고의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왔다! 장보리' 이후 초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다 아는 '국민배우'로 우뚝 섰다. 시장을 가도, 길거리를 지나도 모든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한다고 했다. 사실 이날 인터뷰 도중에서 카페 직원이 이유리에게 종이쪽지를 보냈다. "이유리씨 팬이다. 사진 찍고 싶다"고 쓰여 있는 그 메모에 이유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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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리 / 사진=임성균 기자



"욕먹어도 기쁜 마음이란 게 바로 이런 건가 봐요.(웃음) 저에게 '왔다! 장보리'는 정말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드라마였어요. 무엇보다 연민정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 분들의 사랑을 크게 받아서 행복했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왔다! 장보리' 첫 회부터 끝까지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다 함께 공동 작업을 했어요. 다들 서로의 발판에 됐고, 이렇게 드라마를 만들었어요. 사실 저만 이렇게 부각 되는게 송구스러운 마음도 들어요. 제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이렇게 사랑 받으니까 직장 잘 다니는데 승진한 것처럼 기뻐요. '국민 악녀'다 '암 유발녀다' 여러 가지 별명이 있는데 무슨 타이틀이든 기뻐요."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은 51회까지 끊임없는 악행을 저지르다가 마지막 회에 개과천선했다. 감옥에 갔다가 나온 연민정(이유리 분)은 기억을 잃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 도혜옥(황영희 분)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였던 국밥집 딸로 돌아간다. 장보리(오연서 분)와 비술채 경합 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남편 이재희(오창석 분)와의 결혼반지를 찾기 위에 불 속에 손을 집어넣고, 자살하려고 강물에 뛰어들고 감옥까지 가는 등 한 회 만에 파란만장 삶을 연기했다. 이같은 연민정의 최후에 대해 이유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너무 재밌었어요. 51회까지는 힘들고 마음 아프고 괴로웠는데 52회에서는 3년 후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캐릭터에 변화가 생겼고 즐거웠어요. 마지막 회에 연소희로 변신하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 장면에서 원래 점찍는 건 없었는데 제가 찍었어요.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연민정이 불쌍해요.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린 시절 연민정에게 가서 '왔다! 장보리' 1회부터 51회까지 드라마를 보여주며 그렇게 살지 말라고 타일러주고 싶어요. 연기하면서도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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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리 / 사진=임성균 기자


이유리의 연민정 신드롬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악녀 캐릭터로 미움 받을 역할임에도 불구, 시청자의 관심을 사랑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이유리는 악녀도 완벽하면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터뷰 도중 "연민정 씨"라고 부르고 당황하는 기자를 보며 "그렇게 부르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웃었다. 그만큼 이유리라는 배우가 연민정이라는 캐릭터와 겹쳐 보였다는 뜻이다.

"악녀는 감정 신이 많고 기승전결이 세요.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연기가 많아서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1부터 20까지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해요. 이번에 연민정을 연기 할 때는 보는 분들이 질리지 않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연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요. 싸우는 것도 리얼하게 하고 싶었고, 무서 울 때고 있고 바보스러울 때도 있도록 노력했어요."

대중들은 '왔다! 장보리' 속 이유리의 리얼한 연기에 열광하며, 그를 재평가했다.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 속 조연인 연민정을 연말 연기대상의 대상 감으로 거론했다. 이유리는 연기대상 대상에 욕심나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배우들 모두 그러겠지만 상 받으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상을 받는다면 우리 '왔다! 장보리' 팀이 모두 같이 받아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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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리 / 사진=임성균 기자


마치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 같지만 이유리는 지난 13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연기했다. 그 어느 캐릭터도 부족함이나 넘침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냈고, 국민 며느리에서 국민 악녀를 오가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마치 본인이 아이돌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다음 작품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유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늘 하던 대로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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