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슈퍼스타K6' 곽진언씨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문완식의 톡식]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10.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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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슈퍼스타K6' 곽진언 /사진=화면캡처


곽진언씨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 지난 12일 밤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목적지를 말하고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데, 신호가 걸리자 택시 기사님이 앞 창문에 내비게이션용으로 고정된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영상을 틀었습니다. 그리곤 볼륨을 높였습니다. 마침 MBC '왔다! 장보리' 마지막 회를 하는 시간이라 정차 시간을 이용해 DMB를 켜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엠넷 '슈퍼스타K6'이더군요. 나이 지긋하신 분이, 아무리 '슈퍼스타K6'이 이번 시즌 들어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다곤 하지만 의외였습니다.


영상은 지난 10일 방송됐던 '슈퍼스타K6' 첫 생방송 곽진언 무대였습니다. 그는 이날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불렀고, 톱9에 진출했습니다.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기사님이 얘기합니다. "제 아들이에요."

곽진언의 아버지라니. 호기심이 요동쳤습니다. 10대 시절 정규 학교수업 대신 홈스쿨링을 했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음악세계에 몰입했다고 밝혔던 곽진언은 그간 방송에서 아버지를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영상은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슈퍼스타K6' 곽진언이 아니냐. 우승후보로도 꼽히고 있는데, 정말 대단한 아들을 두셨다"고 하자 그때부터 여느 대한민국 아버지들처럼 '아들 자랑'이 이어졌습니다. "진언이가 학교에 안다니고 홈스쿨링을 했는데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다 보니 창의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게 음악 하는 데 도움이 된 것도 같고."


"이번에 우승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에이, 진언이는 솔로로는 약해서 우승은 힘들 것 같다"며 "김필이나 임도혁이 우승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음원도 인기다"고 하니 "김필이나 임도혁이가 잘 불러줘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또 "목소리는 좋은데 고음이 안 된다"며 "지난번에도 고음 시도했다 실수하지 않았느냐"고 아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슬쩍 "5위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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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슈퍼스타K6' 곽진언 /사진=화면캡처


곽진언은 '슈퍼스타K6'이 발굴한 '예비 스타'입니다. 저음으로 읊조리듯 전하는 노래는 듣는 이를 푹 빠지게 만듭니다. 노래만 들으면 1991년생 올해 23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죠. 김필, 임도혁과 '벗님들'을 구성해 부른 '당신만이'와 김필과 함께 부른 '걱정말아요'는 이미 음원차트를 한 차례 휩쓴 상태입니다.

환상적인 저음의 비결도 알게 됐습니다. "나와 집사람이 합창단을 했었어요. 내가 베이스, 아내가 알토였죠. 그래서 아들 목소리가 낮고 굵은 것 같아요. 목소리 좋다고 해주니 기분 좋죠."

아버지는 곽진언이 '슈퍼스타K'에 나오기까지 고민도 얘기해줬습니다. "진언이가 존박이 세션을 했었어요. 그러다 주변에서 '슈퍼스타K'에 나가보라고 한 것 같아요. 본인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겠지. 그래서 실은 작년에 나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영 자신이 없었나보더라고. 그래서 안 나갔지. 그러다 올해 나가게 된 거에요."

목적지에 가까워져 마지막 신호에 걸린 순간, "꼭 보여줄게 있다"며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뒤지시더군요. 아들 관련 영상들이 많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으신 듯 했습니다. "내가 택시한지가 1년째에요. 그 전에는 사업을 했지. 사업하면서 가족들 힘들게 많이 했어요. 아들도 상처가 많았을 거야. 진언이가 지금 조용하고 얌전해진 이유도 나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찾아낸 건 곽진언의 자작곡 '아빠'였습니다. "이걸 꼭 들려드리고 싶네. 아들에게 해준 게 없는데 노래에는 아빠를 아주 좋게 해줬더라고. 고맙죠." 얼핏 보니 아버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합니다.

신호가 바뀌고 아버지는 영상을 껐고 저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말씀드리고 내리려하니 "아까 다 못들은 것 이것만 다 듣고 내리시라"고 합니다. 택시에는 '빈차'라는 빨간색 등이 켜졌고, 그렇게 '아빠'를 다 듣고 내렸습니다. 떠나는 택시의 뒷모습이 경쾌했습니다.

아빠,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

수많은 대화들

즐거웠어요

오랜만에요

아빠,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제가 자는 척할 때

머리 쓰다듬으시며 서럽게 우셨잖아요

뭐가 그렇게도 가슴이 아파 엉엉 우신 건 가요

아직 모르겠어요

그 깊은 마음을

세상에 풍파가 몰아칠 때에

날 꼭 끌어안고서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미소

상처투성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뒷모습

우리 아빠

우리 아빠

아빠, 이제 병실로 돌아가셔야 해요

제 마음은 다 찢어질 것 같아요

돌아와요

기다리는 아들의 품속으로

아빠

-곽진언 자작곡 '아빠'-




☞곽진언씨 아버지와 대화는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이뤄졌음을 알려드립니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0항, 제11항에는 '운전 준 휴대용 전화, 방송 등 영상물을 수신하거나 재생하는 장치를 통하여 운전자가 운전 중 볼 수 있는 위치에 영상이 표지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다만, 자동차 등이 정지하고 있는 경우(10조 가항, 11조 가항)는 위법하지 않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아버지가 제 메일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사후 양해를 구했고, 거짓된 부분은 없으나 일부 사적인 부분은 수정을 부탁하셔서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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