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김성은-최보라, 빗속의 감동 마라톤.. '모두가 승자였다'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4.10.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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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라가 42.195km를 완주한 뒤 결국 탈진했다. /사진=김우종 기자





기원전 490년. 그리스군이 페르시아군을 격파했다. 이어 승전보를 아테네까지 전하라는 명령을 받은 병사가 있었다. 필립피데스. 그는 마라톤 벌판에서 아테네까지 약 40km의 거리를 뛰었다. 이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뒤 쓰러져 숨을 거뒀다. "우리가 승리했다. 아테네 시민들이여 기뻐하라"


2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싸라기와 같은 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인천 송도컨벤션파크를 출발한 여자 마라톤 선수들이 하나둘씩 운동장을 향해 진입하고 있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영웅들. 42.195km를 완주한 전사들. 총 16명의 출전 선수들이 차례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는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에우니세 옙키루이 키르와(바레인·2시간 25분37초). 2위는 키자키 료코(일본·2시간25분50초). 3위는 라산 둘라 겜그추(바레인·2시간33분1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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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마라톤 우승자인 에우니세 옙키루이 키르와(바레인)와 2위 키자키 료코. /사진=뉴스1






대한민국 여자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김성은(25,삼성전자)과 최보라(23,경주시청)도 완주했다. 김성은은 2시간38분16초(8위)를 기록,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 2시간29분31초에는 다소 못 미치는 기록이었다. 뒤이어 최보라는 2시간45분04초, 1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보라 역시 자신의 최고 기록인 2시간32분43초에는 못 미치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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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과 최보라가 결승선 통과 직후, 탈진해 쓰러졌다. /사진=뉴스1





북한의 쌍둥이 자매로 관심을 모았던 김혜경(2시간36분38초)과 김혜성(2시간38분55초)도 각각 7위와 9위로 결승선 테이프를 끊었다.

하지만 기록과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42.195km 완주. 완주, 그 자체만으로도 고결한 승리였다. 그들로부터 한 마디라도 듣기 위해 몇몇 국내 취재진들이 믹스트존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힘이 없는 듯했다. 최보라는 끝내 결승선 통과 직후 탈진해 들것에 실려 갔다. 이들에게 있어 메달 획득과 실패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다 같은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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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 마라토너 김혜경의 신발끈에 묶인 센서를 한 자원봉사자가 제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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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자 마라토너 김성은이 42.195km를 완주한 뒤 믹스트존에서 힘겹게 물을 마시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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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마라톤 선수들의 출발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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