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빈 "연기로 성공하겠단 조급증, 이젠 없어"(인터뷰)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 최혜원 역 전혜빈 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4.09.23 14:15 / 조회 : 8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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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열라 캡숑 예쁘지'를 외치며 톡톡 튀는 매력으로 연예계에 데뷔한지 어느덧 12년. 걸그룹 Luv로 출발점을 끊고, 팀을 살리기 위해 나간 예능에서 '이사돈'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이후 전혜빈은 줄곧 배우로 살아왔다. 2005년 마지막 솔로앨범을 발표했으니 연기에만 집중한지도 어느덧 9년이다.


그래서일까. KBS 2TV '조선총잡이'를 마친 전혜빈은 여유로워보였다. 개화기 조선의 풍파를 그대로 감내해낸 극중 최혜원의 눈빛과 표정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비 출신에서 조선 최고 상단의 수장이 된 최혜원처럼 전혜빈 역시 가수로 시작해 10년 넘게 연기하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명예와 권력만 쫓던 서늘한 여장부 최혜원과 달리 전혜빈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소마저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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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 배우가 되기 위해 살아온 20대

전혜빈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혜빈의 올해 나이는 32살이다. 20살에 데뷔한 전혜빈에게 20대는 편견과 싸우고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로인한 좌절감과 우울증도 겪었다.


"20대 중후반에 우울증이 있었어요. 그런데 SBS '심장이 뛴다'를 하면서 보니까 자살시도를 하는 연령대가 다 그 나이또래 혹은 노년이더라고요. 인생의 과도기 시점인데, 그 시기를 건강하게 잘 지나간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때 아프고 나니까 다른 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당시 전혜빈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였다. 전혜빈은 계원예고와 동국대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차근차근 연기자의 꿈을 키워왔다. 가수로 활동한 것은 1~2년 안팎에 불과했지만 "가수 이미지가 강하다"는 말을 불과 몇 년 전까지 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전혜빈은 그때를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살아왔던 내가 귀엽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는 '흑역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아름답고 재밌는 추억인데 그걸 없애려는 제 스스로가 부끄럽더라고요. 슬픔도, 아픔도 많았지만 기쁨도 많았고요. 정말 열심히 했던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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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 삶의 전환점이 된 예능

주변의 평가뿐 아니라 전혜빈 스스로도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를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운명처럼 SBS '정글의 법칙'을 만났다. 그곳에서 김병만과 함께 서슴없이 고슴도치를 잡아 구워먹는 모습에 '야생 여전사'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이어 출연한 '심장이 뛴다'에서는 흐르는 눈물과 콧물에 신경 쓰지 않고 진심으로 구조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전혜빈의 인간다운 모습에 호평이 이어졌다.

"그냥 제 모습을 보여줬던 방송이었어요. 연예계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대중 앞에선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거 말하고 느낀 대로 행동하면서 살아 보자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그런 예능들을 만났어요. 방송 후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그런 얘기가 나올지도 생각 못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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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조선총잡이'
◆ 아쉬움의 '조선총잡이'

'정글의 법칙'과 '심장이 뛴다'가 인간 전혜빈을 보여줬다면, '조선총잡이'에서는 배우 전혜빈을 보여줬다. 전혜빈이 연기한 최혜원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전혜빈도 액션까지 염두에 두며 최혜원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다.

"애정이 정말 컸어요.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준비한 것들을 다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

전혜빈이 특히 아쉬움을 드러낸 부분은 박윤강(이준기 분)과 최혜원의 로맨스였다. 남자에게 큰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고 살아갔던 최혜원이 처음으로 마음에 품은 사내 박윤강을 짝사랑하면서 폭발적인 삼각관계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로맨스에 대한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제 나름대로 어떻게 전개될지 써보기도 하고 했어요. 그만큼 최혜원이란 역할이 좋았어요. 세밀한 삼각 로맨스가 나오지 않아 배우로서는 아쉽지만,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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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 "30대인 지금, 가장 행복해"

'조선총잡이'와 관련된 모든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면 전혜빈은 당분간 영국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지낼 예정이다. 이미 머물 숙소와 학교까지 알아뒀다. 전혜빈은 "그곳에서 몇 년째 못한 연애도 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쉬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항상 무언가를 배우거나 활동적인 일을 찾는 전혜빈이지만 그에게선 조바심이 발견되지 않는다. 전혜빈은 "이런 부분이 30대가 되면서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20대 때에는 한 살 한 살 먹는 게 두려웠어요. 그런데 오히려 30대가 되니까 현명하고 지혜롭게 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저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아요. 상처도 많이 받고, 스트레스에도 약했는데, 이제는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법을 알았죠. 그게 지속되니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활동하는 것에도 목표를 놓고 성취에 몰두하기 보다는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주인공이나 톱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가져본 적이 없어요. 대신 제가 잘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그 캐릭터를 통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린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속도로 타박타박 가다보면 언젠가 존경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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