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이 말하는 차태현.."대체할 수 없는 배우?"(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9.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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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사진=최부석 기자


차태현은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의 배우다. 차태현이 주인공을 맡으면 말이 안 되는 상황도 말이 되는 것처럼 납득하게 된다. 차태현이 장풍을 쏘고, 차태현이 바보가 되고, 차태현이 손자를 둬도, 희한하게 납득이 된다.

차태현이 이번에는 동체시력이 좋아도 너무 좋은 남자가 됐다.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다 자세히 볼 수 있는 남자. 그래서 야구를 하면 야구공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날아와 너무 잘 할 것 같은 남자다. 하지만 너무 동체시력이 좋아 달리면 뇌가 어지러워 쓰러지기에 결국 야구를 할 수 없는 남자. 차태현은 10월2일 개봉하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세상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이는 남자 장구 역할을 맡았다.


CCTV 관제센터 앞에 앉아서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한 여자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는 남자를 차태현이 연기한다. 이런 역할은 차태현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김영탁 감독과 '헬로우 고스트'에 이어 또 하게 됐다. 같이 하자는 약속이라도 했었나.

▶한 번도 작품 하면서 그런 약속을 해본 적은 없다. 보통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날 김영탁 감독이 찾아왔다. 집 앞에서 술을 먹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괜찮은 것 같으니 시나리오를 달라고 했다. 헤어지면서도 시나리오가 별로면 안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주 좋은 건 아니었지만 좋았다.(웃음) 소재도 그렇고 너무 코미디가 강조되기 보단 잔잔해서 더 좋았다. 와이프도 "어차피 할 거 잖아"라고 했는데 기자시사회에서 보고 "정말 좋다"고 하더라.


-코미디가 너무 강하지 않아서 좋았다면 그 전에 코믹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꼭 그런 건 아니다. 그때그때 다르다. '1박2일'도 하고 있고, 전작으로 코미디가 강한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도 했으니 이번에는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과속스캔들'도 사실 원래는 코미디가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차기작으로 코미디가 강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했다.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친형이 만들지 않았으면 안 했을 것이다.(웃음)

-그럼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했던 영화는.

▶'헬로우 고스트'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왜 이런 시나리오를 나한테 줬지, 라고 생각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펑펑 울었다. 그래서 전화 걸어서 할께요, 라고 했다. 주연배우가 되고 난 뒤에는 사실 이야기도 좋아야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도 크다. '슬로우 비디오'는 '헬로우 고스트' 감독님에다 '바보' 제작자가 만든다. '바보'는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지만 흥행은 잘 안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같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슬로우 비디오'를 본 많은 사람들이 차태현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역할이라고들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가 대체하기 힘든 배우라는 소리다. 장동건 현빈 등과 함께 하는 모임이 있는데 이 사람들을 보면 나는 어떤 배우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참 나는 특이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들 중에 나처럼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이렇게 오래 하는 배우도 없고.

-사실 '1박2일'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는데.

▶처음 할 때부터 오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게스트로 나가보면 그 호흡이 드라마나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길고, 오래 가고, 가족 같고.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1박2일'을 처음 할 때부터 3년은 할 생각이다. 그런데 내년이 딱 3년째다. 시즌2 끝나고 시즌3가 안되면 짐을 싸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좋긴 하다. 그런데 내년에 안한다고 하면 유호진PD가 큰 일 난다고 할텐데.(웃음)

-영화 내내 시력이 너무 좋아서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데. 눈으로 연기를 못하니 힘들기도 했을 테고, 상대도 눈을 못 보니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고, 상대도 리액션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님이 안경을 써도 사람들이 다 차태현인 줄 알 것이다라고 설득했었다.

-차태현이 하면 말이 안 되는 것도 말이 되는 것 같으니깐.

▶어릴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드라마 '해피투게더'를 같이 했던 오종록PD가 "네가 하면 이상하게 말이 되고 밉지 않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니 '전우치'도 하고, '복면달호'도 했다.(웃음) 아무도 못 본 연기를 할 때가 제일 편하고 제일 재밌다. 미리 해봤거나 많이 봤던 캐릭터라면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만 못 보고 안 해봤던 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도 어색한 대사를 어색하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달리면 쓰러지는 남자라는 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우연히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데 그런 남자가 나오더라. 그래서 참고를 했다.

-'슬로우 비디오'는 '헬로우 고스트'처럼 굉장히 웃기고 굉장히 울릴 것 같지만 잔잔한 감성을 유지하는데.

▶김영탁 감독이 '헬로우 고스트' 때는 타협을 잘 안했는데, '슬로우 비디오' 때는 타협을 많이 했다. 타협을 하면 나빠지는 경우가 있고,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좋아진 경우인 것 같다. 김영탁 감독에게 더 웃겨봐야 50만명 차이다, 하려던 대로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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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사진=최부석 기자


-첫 사랑과 결혼 했는데 '슬로우 비디오'처럼 첫 사랑과 만나는 연기를 하면 도움이 되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사람과 결혼했으니 첫 사랑과 결혼한 건 맞다. 하지만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된 적은 없다. 첫 사랑과 결혼한 뒤에 왜 그랬을까 후회하는 남자 연기라면 모를까.(웃음) 오히려 애를 낳고 난 뒤에 '헬로우 고스트' 같은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됐었다.

-늘 비슷한 역할을 하니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소리를 많이 듣곤 할텐데.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제일 잘 하는 걸 하면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면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게 지루하다고 하면 뭔가 다른 걸 해야겠지만. 아직까진 내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으로 변신을 하려 하면 그 뭔가를 깰 것 같다. 악역도 들어오긴 하는데 너무 전형적이다. 선하게 생겼는데 알고 보면 연쇄살인범 같은 게 온다. 관객들이 내가 나오면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 할텐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형이 제작한 '끝까지 간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조진웅이 했던 역할이 탐이 나더라. 어떻게 얼굴에서 그렇게 악한 게 묻어나올 수 있지만 정말 부럽긴 하더라.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바보'의 승룡, 그리고 '슬로우 비디오'의 장구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데.

▶견우야 어쩔 수가 없다. 지금도 사람들에겐 주문 외우는 견우고, 말 타는 견우니깐. 승룡은 비록 흥행은 안 됐지만 '바보'를 하면서 내가 나왔으면 했던 것들이 그대로 나와서 너무 좋았다. '슬로우 비디오' 장구는 짠한 게 있고, 독특하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하지 않았던 역할이라 좋았다.

-최고의 여배우나, 최고가 될 여배우들과 주로 많이 연기를 해왔다. '슬로우 비디오'는 남상미와 같이 했는데.

▶남상미는 '슬로우 비디오' 딱 그 역할 같았다. 남상미가 '결혼의 여신'을 끝내고 '슬로우 비디오'를 막 했는데 지치고 힘들었는데 용기를 내는 역할이라 그런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내가 결혼하고 난 뒤에는 여배우가 잘 안 붙는다. 애를 하나씩 낳을 때마다 여배우들에게 미안하다.(웃음) 그래서 '전우치'를 할 때 띠동갑 차이 나는 유이에게 너무 미안했었다. 고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2'도 기획 중인데.

▶시즌제와 히어로물을 워낙 좋아한다. '전우치'도 도저히 못 할 일정인데 좋아서 결국 했다. 한 번도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장풍을 쏘면서 입으로 "휙 휙" 소리를 내서 NG가 나기도 했다. 시즌제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종합병원'을 했을 때 이건 잘 되서 시즌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TV드라마는 '종합병원'만 하고 영화만 계속 해야지란 생각을 했었다. 그 때 영화는 '과속스캔들'을 했었고. 그런데 '과속스캔들'은 잘 되고, '종합병원'은 안 됐다. 그래서 그 뒤론 그런 계획 같은 건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장동건 현빈 등과 모이는 모임이나 장혁 김종국 같은 또래 모임들과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그쪽 모임은 내가 워낙 달라서 끼워 줄 것 같진 않다.(웃음) 우리 형이 나랑 장혁, 김종국이랑 뭔가를 만들려고 계속 구상은 한다. 우리 형만 그런 구상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김종국이 연기하는 건 못 볼 것 같다.(웃음)

-차기작인 '엽기적인 그녀2'는 9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가는데.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한다. 전지현이 없는 '엽기적인 그녀'니깐. 그래도 이번에 상대역인 걸그룹 f(x)의 빅토리아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많으니 이겨내야 하는 게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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