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리' 황영희 "보리 엄마-연민정 엄마..나도 오락가락"

'왔다 장보리'의 도혜옥 역 황영희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9.18 06:15 / 조회 : 25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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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의 황영희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황영희' 하면 몰라도 '연민정 엄마, 보리 엄마' 하면 태반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배우 황영희(45). 시청률 30%를 훌쩍 넘긴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에서 도혜옥 역으로 열연하며 단숨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개 이름 없이 그저 '도씨'로 불리는 그녀는 기막힌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의 친엄마이자 기억을 잃은 보리(장보리 분)의 양엄마. 두 딸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며 한 회에도 몇 번씩 시청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황영희는 '왔다 장보리' 인기의 당당한 주역이기도 하다. 거짓말을 거듭하는 민정에게 끌려 다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리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가, 또 그 결심이 뒤집히기까지. 낳은 정과 키운 정, 그 지독한 모정이라는 게 뭔지를 반문하게 한다. 그 와중에도 곳곳에 해학과 인간미를 곁들인 황영희의 도씨는 볼수록 감칠맛이 난다.

"대충 보면 도씨가 나쁜 짓만 하는 것 같은데, 저도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구박하는 계모인지, 보리는 그저 주워다 키운 딸인 건지. 그런데 분명 그 이상일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여지를 남겨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래서 보리에 대한 아련함, 미안함은 계속 공감이 됐어요. 그렇게 구박해 놓고도 막상 떠나려 할 때는 믿을 수 없는 그 마음. 모녀라는 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집에서 홀로 그 아이만 의지하고 살았으니까요. 민정이는 핏줄이 당기잖아요. 그 오락가락하는 게 욕을 먹어도 어쩔 수가 없는 거지요."

오락가락하는 도씨의 마음처럼 악담과 연민이 교차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 황영희도 가끔 웃음이 난다. 황영희는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며 "나쁜 짓 하면 욕하다가도 돌아서면 불쌍하다고 해 주시고, 이래서 살만한 세상인가 싶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이 참 마음이 여리구나, 착하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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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의 황영희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드라마에서는 장성한 두 딸의 엄마에 손녀까지 둔 처지지만 실제 황영희는 1969년생. 위로 오빠 셋을 둔 목포 아가씨였던 그녀는 어려서는 코미디언을 꿈꿨단다. '웃으면 복이 와요', '토토즐'을 보면 세상이 너무 행복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던" 시절이었다는 게 황영희의 겸손한 고백. 그는 우연찮게 지역 문화학교에 다니며 극단과 첫 인연을 맺었고, 딸이 상업고등학교 나와 시집이나 가길 바라셨던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대학을 갔고 결국 배우가 됐다.

꾸준히 연극과 인연을 맺었지만 황영희는 극단 성좌를 거쳐 골목길 단원이 된 30살 무렵을 본격적인 연기의 시작으로 쳤다. 이후 수많은 무대를 오가며 베테랑 연극배우로 자리 잡은 그는 사투리 연기에 일가견이 있어 다른 배우들 지도도 자주 했다. '아이스케키'의 신애라 사투리를 지도한 일이 대표적. 연극 '돌아온 엄사장' 당시 고수는 함께 호흡을 맞추며 조언을 해 준 정도란다. 그에게 사투리 감수를 받은 작품도 부지기수다.

드라마와는 '베토벤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선 이성민과 부부 연기를 펼쳤고, '제왕의 딸, 수백향'에도 나왔다. '왔다 장보리'는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를 맡은 첫 드라마다.

"예전 '메이퀸'이라는 드라마에서 아역배우 김유정의 전라도 사투리 지도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얼마나 영특한지, 한 번 하니까 다 알아듣더라고요. 그래서 '녹음만 해도 괜찮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때 백호민 감독님이 '진작 알았으면 캐스팅했을 텐데 아쉽다'며 '나중엔 작품으로 만나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인사치레인 줄 알았죠. 그런데 진짜로 캐스팅을 해 주셨어요. 참 멋지시더라고요. 너무 기뻤죠."

배역을 분명히 전해 듣지 않았을 때부터 황영희는 '도씨' 캐릭터가 탐났다.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배역부터가 딱 이었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라 걱정을 했지만, 허름한 옷, 새치 분장 같은 건 상관없었다. 길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 서민적인 인물들 황영희가 특히 사랑해마지않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옷 잘 입고 그러면 불편해요. 김운경 선생님의 '서울의 달'이나 '유나의 거리'같은, 그런 서민들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요. 사실 '왔다 장보리'에 나오는 사람들도 다 잘 살고 상류층이 많아요. 그 중에 도씨 역이 정말 좋아요. 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그렇고요,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정말 입체적이잖아요. 욕을 먹어도 정이 가요. '전원일기'가 다시 한다면 일용이 엄마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아니지, 김수미 선생님이 일용이 엄마 계속 하시고 저는 옆에 슈퍼 아줌마라도 하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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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의 황영희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실제 인터뷰를 위해 만난 황영희는 드라마 쏙 도씨보다 훨씬 화사했다. 미소도 밝았다. "훨씬 예쁘시다"는 인사에 "일부러 그런 이야기 들으려고 힘주고 다닌다"는 너스레로 화답했다. 아직 촬영이 이어지고 있어 드라마의 인기를 자주 실감하지는 못하지만 '왔다 장보리' 시청률이 워낙 높고 해외에서도 즐겨 보는 탓에 알아보는 해외 관광객까지 속출했다고. 이미 연극계의 스타지만 브라운관에서는 무명에 가까원던 황영희를 찾는 이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예전에는 은근히 바랐는데, 이 상황이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추석에 식구들 친지들 만났더니 태도가 많이 달라지긴 했더라고요. 예전에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하던 분들인데 말이죠. 약간은 재수가 없었어요.(웃음) 그런데 아주 행복해 해주시더라고요. 저도 기쁘죠. 하지만 제가 이슈가 되는 것보다 제가 출연한 작품에 사람들이 푹 빠져서 마치 다큐에서 나오는 실제 사람처럼 봐주시는 그 느낌을 가장 원해요. 근사한 스타도 좋지만 제가 그런 스타일의 배우는 아니잖아요. 어느 영화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마치 그 사람처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게 제 진짜 목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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