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타짜2' 김윤석과 비교..다 내려놨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9.01 10:05 / 조회 : 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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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사진=임성균 기자


곽도원.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을 두들겨 패는 검사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회사원'에서 킬러 상사로 이어지더니 '변호인'에서 악질 형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곽도원은 등장하는 영화마다 주인공 잡아먹는 신스틸러로 악명 아닌 악명을 날렸다. 그 만큼 강렬했다.

곽도원은 3일 개봉하는 '타짜: 신의 손'(이하 타짜2)에서 다시 강렬한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타짜2'는 2006년 엄청난 화제를 낳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 후속편. '과속스캔들' '써니'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새로운 영화로 재탄생했다. 어릴 적부터 도박에 천재적인 솜씨를 갖고 있던 대길(최승현)이 도박판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곽도원은 대길과 그의 연인 미나(신세경)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악의 화신 같은 역할을 맡았다. 그는 '타짜2'에서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 도박판의 하이에나 같은 존재인 사채업자 장동식 역할을 맡아 서늘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맡은 역할을 설명할 땐 동물원 원숭이처럼 의자에 올라가 흉내내기도 서슴지 않았다.

-강형철 감독에게 언제 제안을 받았나.

▶영화 '점쟁이들'을 같이 했던 피디에게서 '타짜2' 이야기를 들었었다. 강형철 감독이 '타짜2'를 준비하는 데 장동식 역할을 나한테 주려고 한다고 하더라. 나중에 연락이 왔는데 "올게 왔구나. 해야지"라고 생각했다.(웃음) 시나리오도 안 본 상태였지만 '타짜'라는 작품과 강형철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타짜2'에서 다른 배우들은 강형철 감독이 일부러 붕붕 뜬 것처럼 묘사했다면 장동식은 땅에 붙어있는 사람처럼 그렸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었는데.

▶제일 걱정된 건 아귀와 비교였다. 1편에서 김윤석 선배가 했던 아귀는 네 장면 밖에 등장하지 않는데 존재감이 어마어마했지 않나. 이번 편에도 마지막에 등장하고. 아귀랑 대비되는 악을 그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강형철 감독이 내가 맡은 장동식은 화를 안낸다, 소리도 안 지르고, 항상 존댓말을 쓴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돈을 밝힐 뿐이지. 밋밋해 보이는 게 아닌 걱정을 많이 했다. 강형철 감독은 장동식은 냉철한 악이고, 아귀는 뜨거운 악이라고 했는데. 그게 말처럼 어디 쉬운가. 촬영에 들어가기 3~4일 전까지 캐릭터를 전혀 잡지 못했었다.

-어떻게 캐릭터를 잡았나.

▶머리를 식히려 집 근처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 거기서 원숭이를 봤다. 대장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들이 받은 먹이를 스윽 내려가고 뺏어 와 먹으면서 아무 일도 없듯이 오줌을 싸더라. (곽도원은 의자에 올라가 그 원숭이 흉내를 냈다). 무심하게 양 옆으로 머리를 돌리면서. 그러다가 다른 원숭이가 또 먹이를 받으면 내려와서 뺏고. 바로 저게 장동식 같더라.

-그동안 화제가 됐던 영화들에선 최민식(범죄와의 전쟁), 송강호(변호인), 황정민(남자가 사랑할 때)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호흡을 맞췄는데. '타짜2'에선 최승현 신세경 등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은 배우들과 함께 했는데.

▶다 주인공하는 친구들이라 서로 잘 하겠지란 믿음 같은 게 있었다. 최승현은 우려도 있었는데 강형철 감독이 잘 잡아줄 것이란 신뢰도 있었고. 일단 감독에 대한 무한신뢰가 있었다. 정말 강형철 감독 같은 사람은 처음 봤다. 왜 신인배우들과 같이 하면서도 그렇게 배우들을 잘 그려냈는지 알겠더라. 최승현이 화투를 내리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60번 정도 NG가 났다. 화투가 맞는 모양대로 내려쳐줘야 할테니. 그런데 60번 NG가 나는데도 전혀 목소리도 변화 없이 배우를 믿고 힘을 실어주더라. 나중에 "오케이"를 해맑게 하는데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더라. 결국 그런 강형철 감독의 색깔이 영화에 묻어나온 것 같다.

-김윤석과 유해진은 논외로 하고 최승현과 신세경, 이하늬는 어땠나.

▶최승현은, 나는 그 나이 때 그렇게 못했다. 나는 그 나이 때 27살에 처음 연기 배우겠다고 극단 들어가서 어리바리 했다. 100억원이 넘는 영화에 쟁쟁한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신세경은 처음 25살이란 나이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몰입도가 엄청나다. 최민식 선배가 막 농담하다가 슛 들어가면 사람이 바뀌는데 신세경이 그렇다. 이하늬는 연기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있는 친구다. 그 열정을 어떻게든 쏟아내려고 하더라. 강형철 감독이 그 배우들의 열정들을 정말 잘 조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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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사진=임성균 기자


-그토록 걱정했던 아귀와 만났는데. 사실 1편의 아귀와 2편의 장동식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더구나 영화 마지막에 같이 만나기도 하고.

▶나도 사람인지라 김윤석 선배에게 밀리거나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아귀의 그 무시무시한 존재감에 밀려서 밋밋해 보이면 어쩌지란 고민도 많았고. 강형철 감독의 표현대로 뜨거운 악과 냉철한 악이 한 데 모이는 장면도 나오니깐. 그러다가 딱 내려놨다. 이겨서도 안되고, 이겨서 되는 일도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이건 다른 영화고 다른 인물이니 다르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아귀보다 잘 한 것 같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물어본 사람은 처음이다.(푸하하) 김윤석 선배는 당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잘해야 본전인데다. 머리도 기르고 다 벗는데 선글라스도 끼고. 그런데 대사를 하니깐 바로 아귀가 나오더라. 정말 엄청났다. 난 비교대상이 아니다. 그저 영화에 누를 끼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겠다.

-마지막 "벗고 칩시다" 장면은 배우들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을텐데.

▶마지막 냉정함이 감돌고 특별한 게 나와야 했으니 다들 긴장했다. 일단 벗고 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들이 있었다. 여배우들은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신세경의 순수 글래머와 이하늬의 섹시의 대결이기도 했으니. 나야 뭐 배우란 참 좋은 직업이구나 싶었다.(웃음)

-악역의 연속이다. 악역으로 소비된다는 우려는 없나.

▶배우란 직업은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게 일이다. 관객이 똑같다며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당신을 보고 즐겁지 않다고 하면 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똑같은 걸 똑같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더 이상 똑같이 보이지 않으려 다른 걸 많이 찾고 있다. 차기작인 '곡성'도 그런 경우고.

-나홍진 감독과 작업하는 '곡성'에서 첫 주인공을 맡는데.

▶정말 기대하고 있다. 행복한 시간일 것 같고. 배우란 행복한 사람들과 조합을 이뤄서 무대에 서면 정말 행복하다. '타짜2'도 그랬고.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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