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주스 리액션' '김치따귀' 김흥동PD가 궁금하다

이수연 기자 / 입력 : 2014.08.29 17:47 / 조회 : 9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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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보통 드라마에서 놀라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공식처럼 사용되는 장면들이 있다. 뒷목을 잡고 쓰러지거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 또는 잡고 있던 컵 등을 놓쳐 깨트리기 등이다.

진부할 정도로 뻔한 장면이지만, 어찌 보면 늘 반복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인물이 얼마나 놀랐을까에 대해 눈곱만큼의 의심도 없이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런 공식은 MBC 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선 깨지고 만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박시은이 "예나 선정이 딸이예요"라고 말하자,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박동빈(도준 역)은 한 모금 마셨던 주스를 그대로 컵 속으로 주르르 흘렸다. 그 장면은 절대 웃으면 안 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빵, 터졌다. 그 장면은 리액션계의 혁명(?)을 일으켰고, 조연이던 박동빈은 '주스 아저씨'로 떠올랐으니까.

'사랑했나봐'를 연출한 김흥동 PD는 그 장면은 박동빈의 연기였다고 화제의 공을 돌렸다. 그건 맞다. 미리 연출자와 배우가 주스를 컵에 다시 붓겠다고 짜고 들어간 장면은 아니니까.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PD는 그 장면에 오케이 사인을 했다는 것이다. 배우가 연기를 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출자는 NG를 낸다. 그 장면이 너무나 진지하고 놀라운 장면인데, 주스를 내뱉는 리액션이 그 느낌을 깨버린다고 생각했다면 다시 찍어야 했다.

하지만 김흥동 PD는 그 장면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당시 주스만큼 화제는 안 됐지만, 악녀로 나온 김보경(최선정 역)이 화나는 상황에서 한 팔에 깁스를 하고 육포를 잘근잘근 씹어 먹던 장면 역시 잊을 수 없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분명 연출자에겐 개그감이 있는 게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했었다.

자, 그 PD는 원영옥 작가와 함께 MBC '모두 다 김치'를 제작하고 있다. '모두 다 김치'에서도 얼마 전 주스 리액션만큼 화제가 됐었던 '김치 따귀' 장면이 등장했다. 김치로 따귀를 때려 옷을 비롯해서 사방팔방 시뻘건 김칫국물이 날아가는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시청하면 알 수 있다. 그 장면 말고도 코믹한 장면이 매 회 이어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김호진(신태경 역)이 회장님(노주현 역)의 아들이란 사실에 신경이 곤두선 원기준(임동준 역)이 야채가게를 하는 김호진을 찾아와 기다리는 장면에선 생오이를 와작와작 씹어 먹으며 기다리는 장면. 기존 드라마의 재벌가 사위와는 달리 저렴해(?)보이기까지 한 그 장면은 분명 연출의 의도로 보였다.

김호진의 칫솔이 없어져 사무실 직원들이 외국인 노동자인 알타리가 돈을 아끼려고 가져간 게 아닐까 의심하던 찰나에 있어(?)보이는 진동칫솔로 이를 닦는 알타리의 등장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이뿐인가. 조폭들이 때리는 장면에선 기존 드라마에서 폼 잡으며 때리는 조폭들이 아니라 '에헤~' 신나는 추임새를 넣으며 때리는 장면에선 일종의 해학이 느껴지기까지도 했다. '모두 다 김치'의 이런 장면은 한 두 개가 아니다. 김치따귀처럼 강렬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매회 한 두 번씩 등장하는 이런 코믹한 장면들은 김흥동 PD의 연출임이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작가는 대본에 '신나는 추임새를 넣으며 때린다'라고 쓰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런 디테일한 표현은 PD의 현장 연출이었을 것이란 소리다. 선과 악의 뚜렷한 대비로 이어지는 드라마 내용은 진지하고 심각할 때가 많지만, 가끔씩 들어가는 코믹한 장면들 때문에 김흥동 PD가 궁금하다.

'모두 다 김치'에는 숨어있는 코믹한 장면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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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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