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우사장, 남들은 웃지만 전 눈물이 나요"(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8.29 14:01 / 조회 : 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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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사진=임성균 기자


맹하면서 사랑스럽고, 뻔뻔하면서도 유약하다. '타짜: 신의 손' 속 이하늬(31)의 모습은 그 안에 이토록 다양한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팔색조 같은 매력이 있다.

도박판의 꽃이자 주인공 대길(최승현 분)이 잔혹한 도박꾼들의 세계를 제대로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우사장은 영화의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손에 꼽히도록 입체적이다. 배우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하늬에게도 '타짜: 신의 손'은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연기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나 봐요. 항상 지나고 나면 아쉽죠. 우사장은 대길이 변하는 기폭제가 되는 인물이라서 대길을 홀려놓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캐릭터였어요. 우사장은 스스로 철저하게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대길의 뒤통수를 쳤다는 건 생각하지 못하고 대길과 미나(신세경 분)를 보며 '이걸 죽여?' 이렇게 생각하죠. 좋은 말로는 팔색조지만 어찌 보면 '다중이'인 거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이하늬는 우사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냈다. 겉으로는 요부 같고 푼수 같지만 그 안에는 한없는 외로움을 지닌 우사장을 이하늬는 온전히 들여다봤다.

"그 다중적인 성격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있어요. 남자들은 아름다운 꽃을 꺾어보고 싶어 하죠. 그래서 꺾여야 하는 사람의 상처는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안으로는 상처가 있고, 연약하고 외로운 사람인 것 같았어요. 촬영을 하고 후기녹음을 할 때 사람들은 웃는데 저는 눈물이 났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우사장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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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사진=임성균 기자


서울대학교 출신인데다 어릴 적부터 가야금과 한국무용을 해온 이하늬. 그 때문인지 대중이 이하늬에게 가지는 이미지는 지적이고, 건강하다. '타짜: 신의 손'은 이런 기존의 이미지를 모두 깨부수는 의외의 작품이다. '타짜: 신의 손'으로 만나기 전 사적으로 알고 있었던 강형철 감독은 이하늬의 본 모습을 알고 있어 작업하기 더욱 편안했다.

"저를 향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전혀 지적이지 않은데 저를 둘러싼 배경들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있기도 하고요. 전 기본적으로 맹하고 백치미도 있는 사람이에요. 강형철 감독님과 작업을 할 때는 오히려 선입견이 없는 분이셨어요. 그저 편하게 접근하라고 얘기를 해주셨어요. 리더가 딱 받쳐주니까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그 자유 속에서 누리는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작업할 수 있었죠. 왜 강형철을 강형철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어요."

강형철 감독에 대한 믿음은 강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의아했던 부분도 많았다. 우사장의 감정을 감추길 바랐던 감독의 의도를 이하늬는 영화 전체를 본 후에 알게 됐단다.

"우사장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표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신이 있었어요. 촬영 전에 엄청나게 생각하고 고민했는데 현장에 갔더니 우사장의 눈이 화면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끝까지 풀지 않는 부분이 있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배우는 나무를 보기 때문에 그 나무에게 뭐가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아요. 그렇지만 그 나무가 모여서 어떤 숲을 만들지 그걸 잘 보는 배우 인 것 같아요. 우사장의 속내를 철저하게 감추신 마음이 바로 숲을 보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 김혜수가 있다면 2편에는 이하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시한 이미지로 도박판의 꽃이 됐다는 설정만으로도 전작의 김혜수와 비교를 피할 수 없을 터, 이하늬는 1편의 정마담을 답습하기 보다는 전혀 새로운 '타짜'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사실 김혜수 선배님과 비교를 하신다는 것도 영화 홍보가 시작되고 나서야 알았어요. ''타짜2'는 전작과는 아예 다른 시리즈가 나오겠구나'는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정마담을 답습하거나 참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우사장의 색을 가장 빨갛고 아름답게, 정말 순수한 '빨강'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혜수 선배님은 저도 워낙 존경하는 분이예요. 최고의 여배우로 평생을 사신 분인데 제가 어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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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사진=임성균 기자


이제는 배우로 나선 모습이 어색하지 않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하늬의 이름 앞에는 미스코리아, 미스 유니버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배우의 길을 택한 이하늬는 제 나름의 내실을 다지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끝나고 나서가 제겐 기로였던 것 같아요. 스타가 될 것인지, 배우가 될 것인지, 배우 중에는 어떤 배우가 될 것인지 고민했죠. 20년 동안 해온 한국무용과 가야금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들어간 회사가 '난타'를 제작한 PMC였어요. 뮤지컬을 하다가 연기에 대한 기본을 다져야겠다고 생각해서 뉴욕에 갔어요. 1년 간 스튜디오에서 거지같이 생활했죠(웃음). 극장 배우들을 보면서 이들의 성실함과 땀으로 이루는 노력들이 정말 값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에 서는 동안은 매일이 실험의 장이었던 것 같아요."

쉴 새 없이 달려온 이하늬, 여유 보다는 앞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 욕심이 아직은 더 크다. 지금의 이하늬는 무조건 '고(Go)'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

"제가 뭘 했다고 스톱(Stop)을 하겠어요. 전 돌이 자꾸 굴러서 이끼가 껴야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내공이 생길 때 까지 이끼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여배우들에게는 그런 장이 많이 없어요. 원치 않아도 1년에 한, 두 작품 밖에 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는 못 살겠더라고요. 전 뭐라도 해야 해요. 하다못해 여섯 시간 동안 도자기라도 구워야 해요(웃음). 무대에 서는 것도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전작 '타짜'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684만 관객을 동원했다. 전작의 유명세에 더해 극장가 대목인 추석에 개봉하는 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법 한데 이하늬는 최대한 이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려 한다.

"일단 청소년관람불가이고 러닝타임도 길다는 핸디캡이 있잖아요. 그럼에도 '타짜: 신의 손'이라는 작품을 선택했다는 건 강형철 감독님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타짜: 신의 손'은 관객 수가 다가 아닌 영화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나 값진 것들을 얻었고, 애정과 열정을 느끼면서 작업했기 때문에 설사 전작의 흥행 성적을 넘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타짜'를 용감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감독님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어요. 아, 물론 관객 수도 중요하죠. 500만 명은. 넘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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