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감독 "'내 연애의 기억', 관객평보다 상영관 걱정"(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8.28 15:30 / 조회 : 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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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내 연애의 기억'은 정말이지 독특한 로맨스다. 내 남자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 어마어마한 사건들, 그 거대한 거짓말을 이권 감독(40)은 유머를 잃지 않으며 뚝심 있게 밀어 붙인다.

뮤직비디오와 케이블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연출, 밴드 매드 소울 차일드 활동 등 경계 없이 활동해온 감독의 경력이 '내 연애의 기억'에 십분 녹아난다. 로맨틱 코미디인 것도 같고 스릴러의 느낌도 있으며 B무비의 감성까지 있는 '내 연애의 기억'은 마치 정해놓은 선이 없는 이권 감독 자신과도 닮았다.

"많이 열어놓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예전에 3~4년 정도 다른 회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연출 데뷔를 준비하던 영화가 준비하다가 잘 안 되서 3~4년이 훅 지나갔죠. 그러다가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으로 갑작스럽게 데뷔를 했죠. 이상하더라고요. 30대 초반을 바쳤을 때는 안되고, 편한 마음으로 있었더니 이건 되고. 그 다음부터 마음을 비우게 됐어요. 다른 일을 하면서 얻게 된 것들도 있고, 알게 된 사람들도 많고요."

다시 영화감독으로 서기까지 조금 다른 길로 돌아왔지만 그간 쌓은 경력은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만화적인 표현들과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은근하게 깔리는 음악, 감각적인 카메라워킹이 반전을 거듭하는 이 극화된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쳤다.

"다른 영역의 일들을 해오다보니 비주얼 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콘티를 원래는 만들어서 가는 편이였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콘티의 반 정도를 머릿속에 그렸죠. 드라마를 해보니 그런 환경이 안되고 현장에 콘티 없이 가다보니 배우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열어놓고 리허설을 하다 보면 더 좋은 그림을 보게 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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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점점 스릴러로 흘러가는 '내 연애의 기억', 처음에는 감독도 걱정이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뒤통수를 때리는 시원한 반전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시사회 때도 그렇고 반전 때문에 짜증내는 관객이 있을까봐 솔직히 걱정 했었어요. '로코인 줄 알았더니 뭐냐!' 하실까 봐요.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반전이라는 게 굉장히 맥 빠지게 하는 반전도 있잖아요. 혹시 우리 영화도 그렇게 다가갈 까봐 하는 고민은 있었죠."

단막극 대본에서 시작된 '내 연애의 기억'은 이권 감독을 만나며 거대한 비밀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원래 시나리오의 현석(송새벽 분)은 그저 아주 나쁜 남자 캐릭터였단다. 현석의 과거에 사연을 붙이고 스릴러 요소들이 포함되며 영화는 의외의 긴장감과 유머를 얻었다.

"처음 시작은 50분정도 분량의 드라마였어요. 이걸 제작사에서 영화로 한 번 만들어보자 하셨죠. 남자 분량을 늘리고 사랑얘기로 만들면서 현석을 입체적으로 만들었어요. 사실 뒷부분의 스릴러 같은 부분은 허술해요. 그것보다는 누군가를 사귈 때 느끼는 알지 못했던 잃은 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중점을 뒀죠. 그러면서도 소동극 같은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10억 원도 안 되는 적은 예산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는 강예원의 공도 컸다. 은진 캐스팅만큼이나 중요한 남자 주인공 섭외에 강예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며 송새벽의 의외의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송새벽에게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작품이니 윈-윈인 셈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규모가 더 작았어요. 예원씨가 이 시나리오를 보고 재미있다고 해줘서 고마웠죠. 캐스팅에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예원씨가 그때 송새벽씨를 추천해줬어요. 사실 긴가민가했어요. 그런데 만나보니 이미지와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양면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았어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느낌을 받고 확신이 들었어요."

"송새벽씨도 어려웠는지 연기 디렉션 좀 달라고 하곤 했어요. 저도 뭐 '나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하고 같이 계속 얘기를 했죠. 예원씨도 후반부에는 다른 호흡으로 연기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두 사람에게 이 작품이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에게도 물론 고마웠지만 본인들에게 좋은 경험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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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21일 개봉했지만 상영관은 대형 상업영화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이권 감독도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 이상으로 배급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관객 반응은 생각보다 좋아요. 관객반응보다는 일단 상영관 수 걱정이 먼저 드네요. 호불호가 나뉠 것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생각보다 재미있게 봐주시니까 더 욕심이 생기기도 해요. 좋던 좋지 않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랄 뿐이에요."

다음 작품이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디어는 많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작품은 없단다. B무비의 정서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이권 감독, 다음 작품은 더욱 독특한 감성의 작품이 될까, 혹은 매끈한 상업영화가 될까. 감독 자신도 답을 섣불리 답을 내지는 못했다.

"상업성과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 사이의 균형에 대한 정답은 없어요. 그래서 걱정이죠. 배급에 대한 것에 대한 걱정이요. '내 연애의 모든 것'에는 약간 B무비의 정서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B무비 시장이 없어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에요. 분명 선호하는 관객들은 있는데 설 땅은 없어요. 이건 감독들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변화를 모색해보면 변화가 생겨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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