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U-15대표팀, 난징올림픽 '준우승' 쾌거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4.08.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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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5세 이하 축구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인 '골든에이지'를 통해 뽑은 어린 태극전사들이 국제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남미 강호 페루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미래를 밝게 했다.


한국 U-15(15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오후 중국 난징의 지앙닝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난징하계청소년올림픽' 축구 결승전에서 페루에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전,후반 40분씩 치러진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15분 정우영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들어 연달아 두 골을 허용한 끝에 무릎을 꿇었다.

2013년 난징청소년아시안게임 우승팀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카보베르데(5-0 승), 바누아투(9-0 승)를 물리치고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이어 준결승에서는 아이슬란드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결승에 올랐으나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아시아), 카보베르데(아프리카), 바누아투(오세아니아), 페루(남미), 아이슬란드(유럽), 온두라스(북중미) 등 각 대륙별 대회 우승을 차지한 6개 팀에 한해 출전 자격이 주어졌다.

하계청소년올림픽은 전 세계 14~18세 청소년들이 실력을 겨루는 동시에 화합과 친선을 다지는 장이다. 2007년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대회 개최가 승인됐다. 이후 2010년 싱가포르에서 첫 대회를 시작해 4년마다 개최된다. 성인 올림픽과 같은 종목을 놓고 겨루지만 청소년 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일부 종목은 경기 방식을 변경하기도 한다.

이번 청소년올림픽 준우승은 여러 가지로 한국 축구계에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이번 대표팀이 대한축구협회(KFA)가 지난 3월 출범시킨 골든에이지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로 구성돼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또 협회 전임지도자로서 골든에이지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최영준 감독이 연령별 대표 팀을 이끌며 연속성 있는 선수 관리가 가능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전히 프로 유스팀과 학원 축구 위주로 운영되는 유소년 축구 시스템 속에서 U-15 대표팀의 성과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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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5세 이하(U-15) 축구 대표팀이 난징청소년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골든 에이지, 그 가능성을 엿보다>

U-15 대표팀을 이끄는 최영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이번 대회 멤버는 철저하게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에 참가한 선수들 위주로 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뽑힌 선수들이 최고는 아니다. 더 좋은 선수들이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몇몇 선수들과 그들의 지도자들에게 미안한 감이 있다, 그러나 그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 일정으로 골든에이지에 참여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번에는 뽑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골든에이지에 참여한 선수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독일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유소년 선수를 키웠다"며 골든에이지 정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골든에이지는 기술 습득이 가장 용이한 11세에서 15세를 지칭하는 말이다.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은 시도축구협회, 지역지도자들과 협업을 통해 유소년 연령대의 선수들을 발굴해 통일된 축구철학 및 지도법을 공유해 유소년 축구 발전 및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지난 3월 출범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인재 발굴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를 방문해 사례를 연구했다. 이어 각급 대표팀 감독 및 협회 전임지도자들이 겨우내 머리를 맞댄 끝에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를 토대로 일선에 보급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숨겨진 인재를 찾아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은 20개 지역센터, 5개 광역센터, KFA 영재센터 등 단계별로 선수를 관리하고 훈련을 시킨다. 지역센터와 광역센터를 통해 기초훈련을 받은 유소년 선수들은 파주 NFC에서 개최하는 KFA 영재센터를 통해 차별화된 심화 훈련을 받게 된다. 최근 U-12, U-13 영재센터 교육을 성황리에 마쳤다.

협회는 이 사업을 통해 현재 280명에 불과한 유소년 상비군 풀을 9배에 달하는 234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보다 선진화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 독일은 14년 전인 2000년부터 비슷한 사업을 진행해 최근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독일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토마스 뮬러, 안드레 쉬얼레, 데니스 아오고 등이 독일축구협회가 추진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거쳐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한국의 골든에이지가 당장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지만 10년 뒤를 내다보고 선수를 키우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U-15 대표팀 선수들도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의 효과를 인정했다. 주장을 맡은 수비수 김민규(15,신한중)는 "우리 학교는 일반 학교라 프로 유소년팀에 비해 체계적으로 운동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골든에이지 훈련을 통해 소속팀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같이 모여 훈련하면서 남들의 장점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미드필더 임화랑(15, 풍생중)은 "나와는 다른 선수들을 만나 친분도 쌓고 배우는 재미가 있다. 또한 선생님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셔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비전 해트트릭 2033'을 발표해 '축구 경쟁력을 높인다', '축구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33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권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골든에이지는 이를 이루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골든에이지가 연령별 대표팀의 성공을 넘어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풀뿌리 축구가 자란다>

한국 유소년축구는 여전히 프로 산하 유소년팀과 학원축구를 축으로 한 엘리트 선수 중심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협회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2009년 시작한 주말리그를 통해 초중고리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토너먼트로 시행되는 전국대회 위주로 상급 학교 진학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탈피해 초중고 리그 성적이 진학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연중 시행되는 초중고리그를 통해 당장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선수뿐만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도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2010년 시작한 '인천Airport 유청소년 클럽리그'를 통해 초중고리그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 학생들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정식리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축구 저변 확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골든에이지는 이러한 토대의 정점에 있는 프로젝트다. 전국에 퍼져 있는 다양한 인재를 가려 뽑아내고 일관된 교육 프로그램을 가르쳐 대표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소외된 연령대의 선수들을 집중 관리해 이른바 '가려진 세대'를 없애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이번 U-15 대표팀이 바로 가려진 세대였다.

U-14, U-16 대표팀은 홀수해에 열리는 U-17 월드컵에 만 17세가 되기 때문에 지역예선부터 시작해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된다. 반면 U-15 대표팀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수시로 소집돼 손발을 맞춰보는 동시에 때마침 열린 청소년올림픽 참가로 값진 경험을 쌓게 됐다.

한편 U-15 대표팀은 29일 11시 15분 MU579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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