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비현실에서 현실로(인터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강동원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8.27 16:40 / 조회 : 1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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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의 강동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강동원(33) 앞에는 유독 '비현실적인'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었다. '신비주의'란 이야기도 곧잘 곁들여졌다. 작은 머리와 긴 팔다리 덕에 '사람 같지 않더라'는 목격담이 나돌기도 했다.


영화도, 감독들도 일조를 했다. 웃어도 슬프고, 악독해도 슬픈 눈의 미남 배우는 사연 많은 청년에 제격이었다. 아름다운 몸짓엔 긴 칼을 춤추듯 휘두르는 액션이 맞춤옷처럼 맞았다.

심지어 이 배우는 사연 많은 캐릭터에 늘 밀착된 느낌이었다. 슬픈 눈의 검객,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 현세로 날아온 도사, 미워할 수 없는 간첩, 냉혹한 초능력자를 오가는데도 극중 이름이 머리를 떠나지 않곤 했다.

그러던 그가 오랜만에 땅에 발을 붙였다. 오는 9월 3일 개봉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선 오랜만에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쓴 강동원을 만날 수 있다. 그는 17살에 결혼해 조로증 걸린 아들을 키우는 33살 아버지 대수가 됐다.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목숨 건 검투를 벌여도 땀 한 방울 안 날 듯 반질반질한 거부 조윤을 그렸던 게 불과 한 달 전. 이번엔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가장이자 철부지 아빠가 되어 풀썩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성큼 다가왔다.


-영화를 어떻게 봤나.

▶저는 울었다. 제 연기 하는 걸 보고 엄청 울었다.(웃음) 아들이랑 병실 장면이 어찌나 슬프던지. 아빠 만나는 장면도. 계속 울었다. 현장 편집본을 못 봐서 그럴 수도 있다. 2달에 40회차를 넘게 찍었다. 원래 항상 다 체크하고, 심심하면 틀어보자 할 정도인데, 모니터를 할 시간이 안 나더라.

-시나리오도 슬펐나. 어떤 기대로 참여했나.

▶시나리오부터 이재용 감독님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 어떻게 찍겠다는 게 묻어있는. 예상하며 찍은 것보다는 조금 친절하게 나왔다. 시나리오엔 약간 환상 같은 장면이 더 많았다. 캐릭터를 다 떠나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완성도가 좋았다. 보고 바로 한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너무 많이 울었다.

-강동원이 오랜만에 땅에 발을 붙였다는 말이 딱 맞더라.

▶데뷔작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아무래도 자유로웠다. 늘 막 만들어내야 하고 앵글에 신경을 쓰고 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애드리브도 막 쳤다. 대사도 마음대로 바꿔보고. 감독님은 싫어하셨다.(웃음)

-캐릭터부터가 남다르다.

▶요 근래 제가 한 것 중에 제일 평범한 캐릭터가 간첩(의형제, 2010)이었다. 맨 처음에 시골 약사를 한 번 했고(그녀를 믿지 마세요, 2004), 고등학교 짱(늑대의 유혹, 2004) 정도가 제일 평범했다. 그 뒤엔 간첩, 사형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도사(전우치, 2009), 살인자(형사:Duelist, 2005)(초능력자, 2010) 다 이런 것만 했다. 조윤(군도:민란의 시대, 2014)도 뭐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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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의 강동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실제 모습이 얼마나 투영됐나. 아들 게임기를 탐내는 철부지기도 한데.

▶평소랑 똑같다. 장난기도 많고. 게임기 사건은 실제로 똑같이 벌어졌다. 하정우 형이 준 게임기가 있는데 아름이(조성목이 연기한 조로증에 걸린 극중 아들의 이름)를 줬다. 야구 게임은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용산에 가서 게임 2가지를 사서 줬다.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데 걔는 별로 안 좋아하더라. '그럼 일단 현장에 좀 가져와 봐' 그랬다. 제가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용산 가서 똑같이 다시 샀다.

-걸그룹도 좋아하나?

▶캐릭터에 맞게 극대화한 것이 있다. 실제로 걸그룹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누구 하나 특정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좋아라 한다.(웃음) 소녀시대가 등장한 건 제가 아니라 감독님의 취향이 반영된 거다. 다 출연시키고 싶었는데 다 나오기가 힘드니까 태티서로 한 게 아닐까.

-17살 대수는 아빠가 되는데, 17살 강동원은 어땠나?

▶그렇게 천방지축은 아니었고, 그냥 열심히 놀았다. 거창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밤에 기숙사 문을 닫으면 뛰어내려서 나가기도 하고 그랬다. 제 친구는 그러다 잘못 떨어져 엄청 다칠 뻔하기도 하고. 연애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여자 친구 생기게 해주세요' 기도도 하는데. 실제로는 인기가 많았다고.

▶인기는 있었다. 학교에 팬클럽도 있고, 정문 앞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일반 학생으로서 좋아라고 했던 거다. 최근에 느낀 건데, 일본에 갔는데 커피숍 점원이 너무 좋아라 하시며 극도로 친절하게 해 주시더라. '아 내가 연기자인 걸 아나보다' 했는데 곁에 있던 분이 물어보니 '수플레 좋아하는 멋진 오빠?' 이러는 거다. 오, 그런 기분 오랜만이었다. 그냥 보통 사람으로 좋아해 주는 게 느껴지니까 기분이 좋더라.

-최근 부쩍 대중을 만나는 접점이 늘었다. 신비주의를 벗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 저는 똑같다. 예전에는 인터뷰가 무서웠다. 어르신들도 많았고. 작품 설명을 해달라고 하시는데 '잘 모르겠다'하면 '연기했는데 그것도 모르냐' 그런 적도 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예전보다 편하다.

-'비현실적인' 이란 수식어가 늘 상 붙는데.

▶많이 보기는 했다. 별 느낌은 없다. 비현실적이라고 한다면 제가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거니까. 저는 나름대로 현실적인 캐릭터를 잘 할 자신이 있다. 나쁜 수식어가 아니라면 무슨 수식어든 좋다.

-영화에서 비주얼 담당도 특히 많이 했다.

▶지난 '군도'에서는 저에게 주어진 임무가 확실히 그랬다. 이번 작품에서는 혜교가 비주얼 담당인데, 사실 혜교도 썩 좋지는 않다. 아줌마니까. 이번 영화에서의 비주얼 담당은 환상 속의 아름이 정도가 되겠다. 저는 76kg까지 살을 찌우려고 했는데 더 못 봐주겠다고 해서. 피디님이 '동원아 너무 찐 거 아니니' 하고 나면 감독님이 '동원아 턱 접혀', 그러고 좀 있으면 제작사 대표님이 '그만 찌워도 될 것 같은데' 이런 식이었다. 74kg에서 멈췄다. '군도' 때가 64kg, 지금이 68kg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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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의 강동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큰 아들을 둔 아빠 역인데 느낌이 바로 오던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동생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 아름이가 '아빠' 하기에 '무서워, 아빠라고 하지 마' 그랬다. 편한 대 로 부르라고 했더니 형이라고 부르더라. 너무 큰 애가 아빠라고 하니까 그게 좀.

-대수 입장에는 공감이 갔나.

▶이해 안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제가 아빠라도 그럴 것 같았다. 다만 감정을 올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를 만나는 신은 감정이 너무 올라 대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리허설을 못 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름이랑 할 때는 눈물이 안 나서 몰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 다섯 테이크 갔다. 자식의 마음은 알지만 부모의 마음은 아직 모르니까 시간이 걸렸다.

-아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해나.

▶그게 참 웃기다. 아름이 자체가 말이 별로 없다. 남자 대 남자라, 안 친한 건 아닌데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둘이 가만히 있다가 음악 듣고 하다가 '야, 학교는 갔다 왔어?' '내일 가요' 하고 침묵, '예쁜 애 없니?' '없는 데요' '없다고? 잘 찾아봐' 이러고 침묵 그랬다. 아버지와 아들이 왜 서로 말을 별로 안 하는지 알겠더라.(웃음)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던가.

▶원래 결혼 생각을 안 했는데 요즘에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독신주의에 가까웠는데, 주변에 혼자 사는 남자들을 보면 '저건 아니다' 싶다. 너무 외로워들 하고. 지지고 볶든 누군가 기다려주는 게 확실히 안정감이 있어 보이더라.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데 연기자라면 가정을 꾸려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연기에 도움이 되라고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느껴보지 않으면 쉽지 않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추석 대목에 개봉한다. 부담은 없나?

▶부담은 저쪽에서 느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봤을 땐 우리 영화가 제일 괜찮은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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