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를 보며 지울수 없었던 SBS 토크쇼 흑역사

[기자수첩]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4.08.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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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BS '매직아이', '고쇼', '화신' /사진제공=SBS


불편하다. 뭔가 공감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토크쇼다. 과거 SBS 스튜디오 떼 토크쇼의 '흑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SBS 토크쇼 '매직아이' 이야기다.

'매직아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고 특정 주제를 정해 패널들이 열띤 토크를 펼친다는 콘셉트를 표방했다. 정보 홍수 속에 빛을 보지 못한 훈훈하거나 공감 가는 뉴스들을 직접 선정해 그 메시지를 끄집어내거나, 화제의 이슈를 직접 찾아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토크를 이어가는 등의 기획 의도 자체는 나름 신선함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매직아이'의 토크 진행 방식은 애초에 기획했던 흐름과 많이 다르다.


'매직아이'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던 5월13일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 등 패널들은 각자 겪었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극의 수위만 높인 토크쇼로 비쳐졌다. 일각에서는 이효리가 성적인 농담을 언급한 것을 근거로 들며 "JTBC 19금 연애 심리 토크쇼 '마녀사냥'과 다를 게 뭐냐"는 비난 섞인 목소리도 내놨다.

제작진은 이후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주목받지 못한 뉴스를 발굴해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향후 제작 계획을 밝히며 시청자들의 반응에 바로 대응했다. 결국 2부 코너에 투입됐던 김구라를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이 진행하는 1부 코너에 합류시켰다. 또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뉴스를 전하는 '맛보기 뉴스'와 논쟁을 불붙게 하는 뉴스를 다루는 '땔감 뉴스'로 코너를 재편해 포맷도 변화했다.

일단 토크의 흐름 자체만 봤을 때 많은 이야기가 양산됐다. '먹튀' 불효, 결혼의 조건, 외모 집착, 술자리 폭력, SNS 루머, 인간관계 정리, 도둑 촬영 등 궁금증을 유발케 하는 주제와 함께 패널과 게스트들은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공감하기도 했고, 진지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남녀의 시각에서, 또는 개개인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서로를 귀 기울이게 만들 법했다. 다만 출연진이 전하는 에피소드가 나열식으로만 이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몇몇 멤버들의 과거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가 끄집어지는 모습은 시선을 모으게는 할 진 몰라도 공감 토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였다. 흐름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 출연자가 없는 것 역시 '매직아이'에겐 또 하나의 단점이 되고 있다.

그간 SBS에서 방송됐던 토크쇼의 명맥을 되짚어보면 대체적으로 시선을 모으는 출연자 조합에 비해 뭔가 산만하고 뚜렷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 포맷으로 아쉬움을 남긴 적이 많았다.

톱스타 고현정을 앞세워 지난 2012년 4월 첫 선을 보인 '고쇼'는 한 주제에 대해 게스트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포맷을 가졌지만 큰 틀에서 신선함을 찾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메인MC 역할이었던 고현정이 패널로 출연한 윤종신, 정형돈보다도 진행 능력에 미숙함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톱스타 김희선의 합류로 눈길을 끈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역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야심만만'의 재탕이라는 시각 속에 랭킹 토크쇼 포맷에서 더 진화하지 못한 채 시청률 부진을 거듭하다 지난해 10월 폐지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공통적으로 식상한 포맷에 산만한 토크가 이어져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뼈아픈'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매직아이'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포맷의 한 축으로서 활용됐던 토크쇼 포맷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연일 더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토크쇼가 가진 색깔이 뚜렷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시선 밖으로 벗어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토크쇼를 보면 모두 뚜렷한 자기만의 색을 갖고 있다. 대놓고 19금을 표방해 연애 심리에 대한 거침없는 토크를 전하는 '마녀사냥'과 11명의 외국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며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걸 말하는 '비정상회담'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매직아이'가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아직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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