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원 "'내 연애의 기억', 대본 읽고 '꺅' 소리질러"(인터뷰)

영화 '내 연애의 기억' 은진 역 강예원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8.26 17:20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강예원/사진=이기범 기자


강예원은 에너지가 넘친다. 마음에 들어온 작품이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 수 있는 뜨거움이 있다. 영화의 예산이나 감독의 유명세는 강예원의 뜨거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지난 21일 개봉한 '내 연애의 기억'도 그런 작품이었다. 제작비 10억 원 이하의 저예산 영화인데다 소재 또한 독특한 '내 연애의 기억'의 시나리오는 강예원에게 '무조건 할래!'하는 마음을 들게 했다.


'내 연애의 기억'에서 강예원이 맡은 역할은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못하는 솔직하고 털털한 여주인공 은진. 남자친구 현석(송새벽 분)의 휴대폰에서 수상한 여인의 문자를 발견하고 점점 의심을 키워가며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말랑한 로맨스인줄 알았더니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반전에 강예원도 소리를 내질렀단다.

"시나리오를 읽고 소리를 꺅 질렀어요. 반전 부분을 읽을 때 혼자 있었는데 정말 꺅 소리가 났죠. 무조건 하겠다고 바로 문자를 보냈어요. 사실 예산도 적고, 회차도 짧아서 힘들 것이라고 주위에서 걱정들을 많이 했어요. '난 죽어도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고 했죠. 통보였어요. '이건 보석이야!' 싶었으니까요. 전 좋은 게 있으면 정말 극대화해서 얘기하거든요."

송새벽의 캐스팅에도 강예원이 큰 몫을 했다. 남자 주인공을 쉽사리 떠올리지 못하는 감독에게 넌지시 송새벽을 추천했다. "도운 것이 아니라 저에게도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하지만 분명 송새벽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송새벽씨는 사실 차분해요. 착하고 순하고요. 해온 작품들 때문에 코미디 배우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전 한 번도 이 사람이 배우로서 그런 연기를 잘 할 뿐이지 웃기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마더'나 연극 '해무'를 봤을 때 서늘한 매력이 분명히 있었어요. 예상을 못하고 있다가 툭 던져졌을 때의 그 놀라움이 좋았어요."

image
배우 강예원/사진=이기범 기자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에서도 이권 감독 특유의 코미디는 불쑥불쑥 올라와 관객들을 웃게 한다. 그것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공감이 되고 웃음이 터진다. 진지하게 연기했던 강예원은 오히려 웃는 관객들의 반응이 신기했단다.

"후반부 장면에서 저는 굉장히 떨면서 촬영을 했는데 관객들이 웃는 거예요. '잘못 말했어!' 하는 장면이었어요. 전 살짝 멘탈붕괴가 왔죠. '왜 웃으시지? 내가 연기를 잘못했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두 세 번 보고 나니까 알겠어요. '이게 뭐야?' 이런 헛웃음이 아니라 은진의 솔직한 마음과 상황 때문에 터지는 웃음이라 좋으셨대요."

영화 속 털털한 은진의 모습은 마치 강예원의 평소모습이 반영된 듯 자연스럽다. 영화 중간 혼자 구시렁거리는 것들은 강예원의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그대로 담기기도 했다. 물론 욕설 연기만큼은 평소 모습은 아니란다.

"순간순간 제 모습이 나와요. 예를 들면 뭔가 더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현석이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을 가니까 '휴대폰은 왜 또 가져가'하면서 구시렁거리는데 그건 대본에 없는 제 생각인거예요. 혹은 답답할 때 발을 구른다던지 하는 것들이요. 그런 게 바로 제 모습이에요. 아, 욕은 줄여달라고 했어요. 욕이 정말 많았거든요. 말끝마다 욕인 거예요! 감독님께 이건 너무 비호감이라고 얘기해서 조금은 줄였어요."

영화 속 은진이 겪는 일은 사실 평범한 여자들이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일이다. 워낙 만화 같은 은진의 사연에 공감하는 것도 만만지 않은 일이었을 터. 강예원은 "전 공감능력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걸 좋아해요. 실제 상황들을 보다보면 '어떻게 저런 일이 존재해?'하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그 세상을 많이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극적인 시나리오들도 충분히 상상을 할 수 있고요. 제가 좀 공감능력이 좋아요(웃음). '퀵'을 찍을 때도 진짜 폭탄이 있다고 믿고 긴박하게 촬영했어요."

image
배우 강예원/사진=이기범 기자


평소 믿음을 준 사람이라면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강예원, 그가 겪은 최고의 거짓말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이라면 피가 거꾸로 솟을 이야기를 강예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내 연애의 기억' 속 은진만큼 극적인 거짓말은 아니었다.

"예전에 제 친구가 저에게 고백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제 남자친구와 사귀었다는 것이었죠. 아마 어렸던 그 당시에 들었다면 어머나 하고 놀랐을 텐데 그 친구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솔직하게 털어놨을 때 쿨 하게 용서했어요. 저에게 털어놓은 것도 용기니까요. 이미 나랑은 인연이 아니니까 알아서 잘 하라고 했어요. 그 친구가 이렇게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이 친구를 더 믿을 수 있게 된 것도 있어요. 제가 정말로 마음을 다해 믿으면 그 상대도 제 믿음을 배신하지는 못하지 않을까요? "

강예원의 애정이 듬뿍 담긴 '내 연애의 기억', 흥행의 기쁨까지 안겨줄까? 그는 "하나님이 둘 다 주실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공들인 영화에 주위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박수를 쳐주는 것 자체도 자신에게는 감사할 일이란다.

"배급 여건도 그렇고 상황이 여의치는 않잖아요. 흥행까지 욕심을 내지는 않아요. 제 주변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주시고 박수쳐주는 것 자체로도 감사해요. 저에게 '내 연애의 기억'은 살아있는 이야기예요.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계속 찍고 싶고요.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마치 내 얘기처럼 공감이 가도록 연기하고 싶고, 꼭 큰 예산이 아니더라도 저예산에서도 많은 기회를 나누고 싶어요. 배우로서 그런 욕심이 드네요."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