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3D' 정유미 "폐광 단벌 생고생..그래도 괜찮아요"(인터뷰)

영화 '터널3D' 정유미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8.23 13:48 / 조회 : 6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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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3D'의 정유미 / 사진=홍봉진 기자


드라마 속 눈물의 여왕, 표독한 악녀가 그녀의 전부가 아닌 게 분명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너무하다 싶을 만큼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일일극 속 착한 여주인공과도 달랐다. 영화 '터널3D'(감독 박규택)로 처음 호러퀸에 도전한 정유미는 고운 얼굴과 당찬 성정, 유쾌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정유미는 "제가 보시는 거랑 좀 달라요"라며 깔깔 웃었다.

'터널3D'는 최고급 리조트로 여행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사망 사건을 숨기려고 20년간 출입이 금지됐던 터널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공포 스릴러. 정유미는 주인공 은주 역을 맡았다. 데뷔 후 벌써 20편 넘는 작품에 크고작은 역으로 출연해 온 그녀에게 '터널3D'는 첫 주연 영화이자 첫 호러퀸 도전작이다.

공포영화는 처음이지만 마음의 준비는 두번째였다. 2013년초 다른 공포영화를 준비만 하다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 탓이다. 덕분에 각오는 돼 있었다. 비명을 지르고 피를 묻히는 것 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3D라는 도전은 더 신선했단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중에서 불안감이 더해져요. 터널이란 공간 안에 갇혀서 친구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고, 산소는 줄어들고, 정신은 점점 혼미해지고, 나도 죽을 수 있다는 불안까지. 육체적으로도 참 힘들때 찍었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찍었는데, 그 자체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더라고요. 드라마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극적인 연기를 하는 재미랄까요. 영화 작업이 이런 재미가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그러나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을 일주일에 나흘씩 찍고,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촬영하는 와중에 들어간 영화를 찍는 게 만만하진 않았다. 그러나 의외의 재미가 있더란다. 마침 드라마 속 정유미는 모진 구박과 핍박을 참고 견디면서도 그저 꿋꿋한 주인공. 바쁜 스케줄을 쪼개 영화를 촬영하면서 정유미는 뜻밖의 돌파구를 찾았다.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감정을 직선적으로 내지르며 못 터뜨렸던 걸 여기서는 터뜨릴 수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연기적으로 표출을 못했던 걸 한 번에 뿜어내니까요. 은근히 속으로 힘들게 쌓였던 게 있었나봐요. 분출을 하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연기하는 맛도 있더라고요. 의외의 재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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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3D'의 정유미 / 사진=홍봉진 기자


현장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제목이 터널 아닌가. '터널3D'의 촬영장은 세트보다 현장이 중심이었다. 버려진 강원도 폐탄광을 찾아 폐쇄된 터널이 주요 촬영지. 탄광 입구에서 20~30분을 꼬박 걸어들어가야 했던 촬영 현장은 휴대전화 통화는 고사하고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기가 어려운 곳이었다."생각보다 많이 고생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각종 스포츠를 섭렵한 강인한 체력, 그리고 특유의 낙천성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지나간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디테일을 곱씹을수록 저 고운 여배우가 어찌 그런 현장을 버텼나 싶을 정도다.

"공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요. 3일 지나니까 다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해 점점 좋은 마스크를 쓰시더라고요. 연기자도 연기자지만 스태프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였어요. 탄광 자체가 좀 무섭기도 하죠. 그 안에도 길이 워낙 여러 갈래라 탄광 안에서 길을 잃을 뻔 한 적도 있어요. 다행히 매니저가 금방 찾아줬지만 큰일 날 뻔했죠. 대기실도 없어서 탄광 바닥에 대충 종이 한 장 깔고 앉아있고 그랬어요. 옷은 단벌 설정이라 신경 안써서 오히려 좋던걸요. 하긴, 폐광이다보니 소위 '기 빨린다'고 할까, 기력이 점점 없어지는 것도 같긴 했지만 괜찮아요.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이 엄청난 고생담을 '이젠 지난 이야기'라며 웃는 얼굴로 전하는 정유미. 얼굴은 천생 여자지만, 알고보면 씩씩하고 당차기 이를 데 없다.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데다, 스카이 다이빙이며 암벽 등반 등 과격한 활동에도 두려움이 없다. '터널3D'로선 여주인공을 진짜 제대로 만난 셈이다.

"제가 여성스럽고 순해 보인다고요? 성격이 그렇지는 못해요. 오글거리는 것도 못하고, 하면 하고 아니면 아니다 이런 데도 분명하고요. 공포영화 찍는 데는 좋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행히 연기자들 모두가 다 또래인데다 성격들도 시원시원해서 참 잘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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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3D'의 정유미 / 사진=홍봉진 기자


앞서 가수 정준영과 함께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정유미의 이런 면모가 드러나기는 했다. 애써 달달한 로맨스를 연기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친구같은 관계를 그리던 모습, 각종 스포츠를 신나게 즐기던 모습은 연기하는 정유미가 아닌 '그냥 정유미'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저도 재미있었어요. 진짜 나를 보여주는 데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그런 면에서는 좀 해소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라디오 DJ를 한번 하고 싶어요. 제가 참하다 이런 이미지가 있나봐요. 사실 어려서부터 일탈을 해 본 적이 거의 없고, 늘 모범적이어야 한다고 강요받으며 자랐던 것 같아요.그래서 뭔가 좀 더 질러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 일탈하고 싶은 욕심도 있죠. 그냥 여러 스포츠를 즐기는 정도예요. 스쿠버 다이빙, 스카이다이빙도 좋아하고요. 익스트림 스포츠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영화로 관객을 더 만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정유미는 한 번 하고 나니 더 욕심이 난다며 눈을 반짝였다.

"긴 드라마를 하고 또 영화를 맛보고 하다보니 연기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더 생기는 것 같아요. 하나씩 마무리해 가려고요. 특히 영화는 같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머물면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추억도 생기는 그런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현장 안에 내내 어우러져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많이 느껴보고 싶어요. 물론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몸으로 부딪치는 것들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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