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명량' 천만, 남일 같다..영화 내적 논란 있었으면"(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8.10 10:23 / 조회 : 88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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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사진=이동훈 기자

최민식은 담담했다. "그냥 남의 일 같아요"라고 했다. '명량'이 최단 천만 관객을 돌파한 걸 축하한다며 호들갑스럽게 전화 건 손이 도리어 부끄러웠다.

수화기 너머 최민식은 "저 역시 이렇게 흥행한 영화가 '쉬리'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 '쉬리' 때는 우리가 해냈다, 이랬는데 이번엔 실감이 안 난다. 나 같은 사람이랑 이순신 장군을 비교한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1999년 최민식이 '쉬리'를 했을 때 한국영화가 '타이타닉'을 넘어 흥행 1위를 했다며 9시 뉴스에 생방송 이원연결로 나왔더랬다. 15년이 지나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은 '명량'은 한국영화 사상 열 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한국영화도 성장했고, 최민식도 성장했다. 어렵고 힘든 시절도 있었다. 최민식은 "그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매번 반복되는 허구의 삶 속에선 못 배우는 걸 배웠다. 남들은 힘들었겠구나라고 하지만 난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홀로 우뚝 선 모습이 영화 속 이순신 장군과 닮아서 그랬을까, '명량'을 본 많은 사람들이 역시 최민식이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최민식은 그런 찬사에 고개를 내저었다.

최민식은 "이순신 같더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 황송하다.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물론 100% 기쁘죠. 문제는 내가 만족을 못하니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작품.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다. 최민식에게는 잘 해야 본전이었을 역할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영웅을 그리는 역할이었으니.

최민식은 "내가 정말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본 10대들이 '아저씨, 되게 울컥했어요'라고 할 때 보람을 느끼겠더라"라고 했다. 배우로서 그 만한 칭찬은 없었으리라.

지난달 30일 개봉한 '명량'은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모조리 다시 쓰고 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등 모든 흥행기록을 다시 썼다.

최민식은 "피가 같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배우에게 흥행 요인을 묻는 건 우문이지만 그는 현답을 내놨다. 최민식은 "솔직히 우리가 역사적 지식이나 책에서 배웠지만 잊고 살았던 이야기지 않나. 그래도 상업영화일 뿐인 '명량'을 보고 울컥하는 건 한국사람이니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명량'이 화려하거나 세련된 영화는 아니지 않나. 애국주의란 말도 있지만 온 국민이 지쳐있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승리의 순간을 논의하고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로 현실을 보지 않냐"면서 "영화의 퀄리티를 떠나서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이 기쁘다"고 했다.

최민식은 결코 들뜨지 않았다. 이제 '아바타'를 제치고 한국 역대 흥행 1위 자리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는 전망들이 많다고 하자 "그게 좀~"이라며 뚝 말을 끊었다. 그는 "정말 기쁘고 좋은 일이지만, 전무후무한 객석점유율이라고 하지만..수치적으로만 너무 평가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민식은 "기념비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좀 더 영화 내적으로 논의가 되고 논란이 일고 관찰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명량'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좀 더 있었으면 했다. 시간적인 제약이 따랐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숫자적인 평가보다 영화 내적인 평가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본질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는 뜻이다. 12척의 배가 330척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였으리라.

최민식을 보고 제3의 전성기라고 한다. '명량'이 한국 박스오피스를 달구고, 할리우드 진출작인 '루시'도 미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누구도 부인하긴 힘들 것이다.

최민식은 말했다. "나이가 드니깐 오르내리는 게 크게 기쁘지 않고 크게 슬프지도 않다. 나도 이제 내려가겠지란 생각이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니냐."

최민식은 담담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명량'을 봤는데 연락이 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정말 기사 보고 알았다"고 했다. 영화를 같이 봤다면 흥행에 도움이 더 됐을까라고 짓궂게 물었더니 "하하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숫자 개념이 없다니깐"이라며 눙쳤다.

최민식에게 '명량' 흥행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그의 출연작 중 하나일 뿐인 것 같았다. 그는 이미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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