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서울경기장 E석 폐쇄..모두에 상처!

전상준 기자 / 입력 : 2014.08.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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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축구 팬들. 하지만 6일 울산전에서는 관중석 한 면 전체가 폐쇄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반쪽 무관중 경기가 펼쳐지게 됐다. 안전을 위해 진행된 작업때문이지만 이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상처를 입었다. 어느 한 곳에 책임을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FC서울은 6일 오후 7시 30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현대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9라운드를 치른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의 E석은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콘서트 무대설치로 인해 폐쇄된다.

이번 관중석 폐쇄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불거진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정부는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안전을 강조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9~10일 예정된 콘서트 무대 설치를 앞당겨야만했다.

평소대로라면 서울과 울산의 경기가 끝난 뒤부터 무대설치 작업이 시작된다. 이 경우 철야작업을 거쳐야만 행사당일까지 무대를 설치할 수 있다. 설치요원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공단은 요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고육지책으로 FC서울 및 현대카드 측과의 협의를 거쳐 무대설치를 앞당기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는 6일 스타뉴스와의 통화에서 "연초 FC서울의 축구경기 사용 일정을 먼저 잡는다. 남은 일정에는 축구경기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으로 각종 행사들을 개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활용성을 높여왔다"며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안전특별점검 등이 실시됐다. 이번 콘서트 구조물은 철골로 만들어져 상당히 미끄럽다. 축구 팬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했다. FC서울과 현대카드 측에도 더 이상 이번과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시설물 조기설치로 인한 또 다른 안전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조물들을 모두 A보드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안전장치도 해놓은 상황이다. 축구 경기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현대카드 측도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당초 계획이 변경되며 축구 팬들로 하여금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팬들은 앞으로 현대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카드 입장으로서는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현대카드 측 관계자는 "원래 계획은 K리그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안전문제 때문에 무대설치일자가 앞당겨졌다. 우리도 공단 및 FC서울 측과 많이 고민한 끝에 결정한 사안이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카드는 배구단을 비롯하여 동계스포츠 등 여러 스포츠 종목에 대해 후원하고 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절대 스포츠 및 K리그를 폄하하거나 축구 팬들을 무시해서 발생한 일이 아니다. 의도치 않게 축구 팬들에게 피해를 주게 돼 죄송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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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석 폐쇄와 관련돼 사과문을 올린 FC서울. /사진=FC서울 페이스북 캡처





FC서울도 피해자다. FC서울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E석 없이 울산전을 치러야 한다. 더욱이 지난 7월 열린 경기에서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던 상황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FC서울은 지난 5일 "FC서울 팬 여러분의 권리를 지켜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앞서 최용수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축구 팬들도 이번 관중석 폐쇄로 인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권한을 뺏긴 것은 물론 K리그 팬으로서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축구경기장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축구경기가 다른 행사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건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일부 관중석 폐쇄로 공단과 FC서울, 현대카드, 축구 팬 등 관련된 모두가 상처를 받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축구경기장에서 콘서트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현 K리그 상황에 부합되지 않는 이야기다.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공단과 임대차계약을 통해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과 FC서울 양 측 모두 축구경기만으로 수입을 충당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단으로서도 다른 행사 개최를 통해 적절한 수입을 유지해야 한다. 유료콘서트의 경우 전체 수입의 8%가 공단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건은 누구에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로서는 앞으로 관중석 폐쇄라는 극단적 처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K리그가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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