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료헤이 "'명량', 사실 터질지 알고 있었다"(인터뷰)

영화 '명량' 준사 역 오타니 료헤이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8.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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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타니 료헤이/사진=최부석 기자


"사실 이렇게 터질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는 '명량', 오타니 료헤이(34)에게 축하를 건네자 그는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 나름대로 자랑을 했지만 얼마나 대단한지 잘 체감을 못하더라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명량' 속 준사를 연기한 오타니 료헤이는 영화 속 묵직한 모습과는 달리 유쾌하고 솔직했다. 이런 배우라면 주변의 우려에도 충분히 준사 역을 꿰찰 만 하다는 생각이 인터뷰 말미에 들었다.

오타니 료헤이와 김한민 감독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종병기 활'에서 맺은 인연이 '명량'까지 이어졌다. 처음에 받은 역할은 준사가 아니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준사 역은 운명처럼 그에게 돌아왔다.

"김한민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보통 영화는 공개 해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잘 만들지 못한 작품을 내 놓을 사람이 아니에요. '최종병기 활'에서 그 열정을 봤어요. '감독이라는 건 이런 거야? 이게 사람이야?'할 정도였어요. 모든 걸 다 체크하고 이끌어간다는 게 정말 대단하죠."


"준사 역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 작품에서 준사는 정말 의미있는 역할이고 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 저도 어떤 각오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무거운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그 얘기를 듣고 부담은 조금 있었지만 싹 정리를 하고 각오를 다지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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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타니 료헤이/사진=최부석 기자


적국을 돕는 병사 역을 맡았으니 혹여나 차후 일본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주변에서 걱정을 하지 않느냐고 우려를 내비치자 그는 오히려 "지금은 일본에서 일 안하고 있으니까"라고 농을 던졌다.

"나중일은 생각 안했어요. 오히려 심플했어요. 대본을 받고 무조건 하고 싶었고요. 준사 역이 제일 하고 싶었어요. 원래 제안 받은 역할을 다른 역이었는데 그 역할을 실제 일본 배우가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셨대요.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명량' 촬영 전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감독에게 들은 이순신 감독의 전술과 리더십은 '이게 진짜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타니 료헤이에게는

믿기 힘든 것이었다. '명량'을 통해 역사 공부까지 한 셈이다.

"영화에서 '불가합니다!'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불가하죠! 이건! 사실 조선으로 싸우겠다고 간 준사도 믿기 힘든데(웃음). 처음에 그 역사에 대해 교감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배움이었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연히 찍게 된 도너츠 CF는 그를 생각치도 않았던 배우의 길로 인도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그 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돌이켜 본 자신의 길에 후회는 없을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혀 없어요!"

"제가 일본에 못가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언제든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까 아쉽지 않아요. 다른 나라에서 살면서 영화도 하고 있다는 게 전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은 쉽게 못하는 일이니까요. 외국에서 10년 정도 살면서 인간관계도 만들고, 이제는 조금 자부심 같은 게 생겨요. 앞으로 할 것이 더 많지만 후회는 전혀 없어요!"

흔히 외국인 배우에게 가장 큰 벽은 언어 문제일 것 같지만 오타니 료헤이는 다른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현장을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을 만드는 것. 연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대선배님들한테 '선배님도 연기할 때 긴장 되세요'라고 물었더니 '당연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없애는 싸움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담감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연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사실 전 강심장이 아니에요. 더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즐기지 못하면 더 이상 배우를 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해요. 배우는 촬영이 갑자기 취소되면 아쉬워야 하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걸 못하는 거니까. 그런데 가끔 촬영이 취소됐다고 하면 좋아하는 나를 볼 때 배우로서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남자다운 외모 때문일까. 그간 강인하고 묵직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오타니 료헤이, 사람냄새 나는 연기 변신도 기대해 볼만하다.

"요즘 대세는 화려한 영화잖아요. 액션이 많고 남자 얘기가 많고. 저는 잔잔하고 감동이 있고, 인간미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소원'도 좋았고 '고령화 가족'도 좋았어요. 저는 그런 영화가 나오면 꼭 챙겨 봐요. 만들어진 역할보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인간미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걸출한 그의 입담에 예능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물론 요즘 가장 핫하다는 JTBC '비정상회담'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오타니 료헤이는 "준사가 예능에서 떠들어도 돼요?"라며 웃어보였다.

"예능도 생각은 있죠. 기회가 없을 뿐. '명량'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자부심도 많이 느꼈고, 예능이 나가게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항상 준사로 임하던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제가 '명량'을 했다는 그 자부심을 가지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차기작이 있는지 물었다. 아직은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배역이 크던, 적던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저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아직은 다음 작품이 없어요. 다음 작품이 어떤 것이던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것이 있다면 영화든, 드라마든 상관없어요. 요즘 들어서 연기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 많이, 쉬지 않고 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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