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박유천 "배우로 살고픈 욕심이 먼저였다"(인터뷰)

영화 '해무'의 막내선원 동식으로 스크린 데뷔..박유천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7.31 09:24 / 조회 : 8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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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무'의 박유천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도무지 걷힐 것 같지 않던 IMF라는 안개가 온 나라를 뒤덮던 시절, 폐선 위기에 놓인 어선 전진호는 고기 대신 사람을 어창에 넣는다. 밀항자를 태워 한 몫 건져보겠다는 심산이었으나 바다의 일이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법. 한치 앞이 안 보이는 해무(海霧) 속 전진호가 도달한 곳은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싶은 어둠이다.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잔혹한 비극으로 침잠하고야 마는 이야기다.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아 승선한 이가 박유천(28)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 신선했다. 달콤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던 아이돌가수 출신의 미남 스타는 그대로 길바닥에 누워도 코디누나가 콧방귀도 안 뀔 차림으로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몸을 던졌다.

그 대담한 선택의 결과가 곧 관객을 만난다. '해무'에는 꽃미남 박유천이 아니라 기막힌 비극 속에서 첫눈에 반한 조선족 아가씨 홍매를 구하겠다며 용을 쓰는 순박한 청년 동식이 있다. 박유천을 만났다. 그 스크린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첫 시사를 마치고 개봉을 앞뒀다. 영화 데뷔, 실감이 나나.

▶ 신기한 것은 있는데 잘 모르겠다. 무대인사도 그렇고 뒷풀이도 그렇고 메인 관에서 선배들하고 영화를 보는 느낌도 신선했다. 부끄럽기도 했고, 긴장도 되고, 민망하기도 했다. 스크린으로 보니 너무 크더라. 눈만 1m다.(웃음) 부산에서 쇼케이스를 하며 맨 처음 티저 영상이 큰 스크린에 뜬 걸 봤는데 굉장히 두근거렸다. 시사회 땐 머리가 백지상태였다. 영화를 처음 봤고, 그 먹먹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 거기에서 잘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해무'에 출연했나.

▶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본 건 당연했고 동식이게 끌렸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청년이지 않나. 굉장히 자기 의지가 확고한데, 결단이 뇌를 스치지도 않고 행동에 나서는 데 대한 부러움도 있었다. 당시엔 김윤석 선배님만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선배님과 같이 한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촬영하고 나선 너무 어려웠다고 생각했지만, 시작할 땐 어려운 데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너무 강렬하고 센 영화라 걱정은 안했나.

▶ 제가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대표님도 마음은 알겠는데 고민을 좀 해보자고 했었다. 크랭크인이 바로라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1~2주 고민했다. 많은 분들이 의외라고 하셨는데, 저는 '내가 이 작품을 하는 게 의외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꾸준히 오래 연기하며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잘 되든 안 되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베드신도 마찬가지로 개의치 않았나. 홍매 역 한예리와의 베드신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비춰질 지가 궁금했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영화에 맞는지가 더 걱정이었다. 감독님과 촬영 전날까지도 이야기를 나눴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가 막상 촬영할 때는 굉장히 이해가 됐다. 홍매에게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우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그 장면은 세 번 테이크를 갔다. 감정이 격해 많이 찍기도 어려웠다. 오케이 컷은 두 번째였는데 첫 번째 컷이 쓰인 것 같다. 얼굴이 안 보여서 다시 찍었는데, 저도 감정이 살아있는 것 같아 첫 번째 컷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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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무'의 박유천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연극이 원작이고 함께 한 선배 배우들도 연극무대 출신이다. 연극 해보라고 하는 사람은 없던가.

▶ 연극에서 동식 역을 하셨던 송새벽 형님과 뒷풀이에서 술도 마셨는데 워낙 동식에 대한 애정이 크시다. 4년 정도 연극을 하셨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을 우셨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 극단 대표님도 계셨는데, 형님이 '영화도 나왔으니 연극을 한 번 더 하자'고, '이제 나는 나이를 먹었으니 네가 해야 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웃음)

-제일 어려웠던 대목이 뭐였나? 홍매를 향한 행동들이 설득이 돼야 할 텐데.

▶ 그 부분이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쉬고 나면 회복이 되는데 그 마음은 계속 회복이 되지 않고 계속 고민의 연장이다 보니까. 영화에서는 비춰지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부분이다. 견딜 수 없는 사건이 이어지는 와중에 홍매에게 마음이 가 있다는 게 순간적으로 탁탁 다가오지가 않았던 거다. 한예리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제가 혼자 생각해봤자 동식의 생각이지 않겠냐고 하더라. 다른 선원의 감정, 홍매인 한예리씨 입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바다며 배에서 하는 촬영 역시 쉽지 않았을 텐데.

▶ 마산, 거제, 여수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찍는데 바다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구나 새삼 생각했다. 좁은 배에 여러 사람이 있으니 그것도 힘들었고, 배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뱃멀미도 엄청 했다. 촬영이 끝나면 우선 선배님들이 쫙 불러 모아서 일단 한 잔을 하는데, 다음 촬영이 있으면 꼭두새벽부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숙취와 멀미를 동시에 견디기가 힘들었다.(웃음) 액션 할 때는 몰랐는데 컷 하면 훅 올라오고 그랬다. 나중에는 적응이 돼서 멀미약도 중독이 되더라.

-다시 배에 타라고 한다면?

▶ 음, 그 이후에 자꾸 배를 안타게 된다.(웃음) 최민식 선배님이랑 작년 망년회 때 만났는데 '배에서 찍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하라'고. '나도 '명량' 찍으면서 너무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웃음) 홍경표 감독님도 배 촬영을 여러 번 해보셨는데 '해무'가 마지막 배 촬영이라고 굳게 믿으며 촬영했다고 하시더라. 저도 처음부터 세게 한 셈이다. 이후에 찍는 영화는 에베레스트 가지 않는 한 쉽게 찍을 거라고 많이들 이야기 해 주시더라.(웃음)

-김윤석이란 대선배와 함께했다. 맞상대하기 어렵진 않던가.

▶ 왜 그렇게 대단하신지 알 것 같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있다. 작품은 저렇게 집중을 해야 하는구나, 그 기준을 만들어 주신 분이시다. 한 시도 놓지 않고 몰입하시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다. 연기할 때는 그런 점이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됐던 것 같다. 선원이 선장에게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하물며 막내인데. 사적으로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편하지만, 대선배님이시라는 점이 극에도 가미된 것 같다.

-부상도 당했는데.

▶ 배 안에 있는 것이 다 쇠고, 튀어나와 있고 하니 안전하게 한다고 해도 쉽게 다칠 수가 있다. 슛 들어가는 시간보다 리허설이 길었을 정도다. 그런데도 다치고 피도 나고 했는데, 차를 타고 나서야 화도 내고 하는 거지 현장에서는 조용히 있었다.(웃음) 스태프가 다 챙겨주시니까 티를 더 못 내겠더라. 또 선배님들도 똑같은 환경에서 함께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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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무'의 박유천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영화 연기와 드라마의 차이가 느껴지나.

▶ 지금 마음이 너무 영화 쪽으로 가 있어서…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이 되긴 한다.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드라마는 시간에 쫓기면서 20회씩을 찍는다. 정말 기적적이다. 한국 드라마 시스템 자체가 기적적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강하다. 대신 순간적인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반면 영화는 시간이 길게 주어지다보니까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찍을 수 있는 것 같다. 나오는 즐거움이 다른 듯하다. 극한으로 너무 고생해서 나오는 즐거움과 똑같이 고생하지만 여유롭고 소통하는 즐거움이라고 할까.

-얼마 전 JYJ로 음반도 냈다. '해무'의 동식을 보고 가수 박유천의 티저 영상을 보니 적응이 안 되더라.

▶ 어색하더라. 앨범 사진하고 동식이 헷갈렸다.(웃음) 앨범을 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 좋았고, 영화도 언제 그런 옷을 입고 분장을 할까 생각하니 즐거웠다. 배우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게 복인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는 것이 굉장히 뜻깊다. 복인 것 같고, 책임감도 크고. 가수의 곡은 짧은데, 곡으로 줄 수 있는 건 메시지보다 위로인 것 같다. 일상적으로 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드는 생각을 만드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짤막한 단편의 위로를 줄 수 있는 게 음악이라면, 영화는 가서 시간을 할애해서 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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