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유쾌남 김남길의 재발견 "숨긴 적 없다니까요?"(인터뷰)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장사정 역 김남길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7.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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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사진=이기범 기자


"혹시 A형이세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좋다며 김남길(33)이 물었다. 혈액형에 대한 대화가 잠시 이어졌다. 그는 스스로 "B형에 가까운 AB형"이라며 "부정해봤지만 주변에서 '상돌아이' 소리를 듣는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드라마 속에서는 할 것 같지 않은 소탈하고 소소한 말들을 배우 김남길은 곧잘 한다. 주변인들에게 김남길에 대해 물으면 "아줌마 같다", "수다스럽다"는 증언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이토록 유쾌한 사람이 어찌 지금까지 어떻게 과묵한 역할들만 도맡아 왔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오는 8월 6일 개봉하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속 장사정은 김남길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김남길답게, 대중들에게는 가장 신선한 김남길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저는 '해적'에서 보여준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어요. 연기에서는 처음이지만 저는 항상 촬영할 때마다 그렇게 재미있게 해왔으니까요. 전 숨기고 산 적이 없다니까요?(웃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장점으로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는 신선함이랄까요. 그러면서도 혹시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김남길의 코믹한 모습이 이상하고 어색해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유해진, 조달환, 오달수, 박철민, 신정근, 조희봉, 정성화까지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코믹 조연들이 모두 모였으니 초반 촬영 현장은 애드리브의 장이었다. 웃기는 걸로는 어디에서 빠지지 않는 김남길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단다.


"처음에는 다들 '웃기려고 하지말자'했어요. 그래놓고는 촬영할 때는 다들 은근히 기대를 하는 거예요. 시나리오 보면 이 장면이 웃긴 신이라는 걸 알고 하니까요. 너도 나도 애드리브 남발하고 난리가 나는 거죠. 저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었어요. 상황에 리액션을 하기 바빴죠. 나름대로 상황에 맞게 중얼거리기도 했지만요. 제가 크게 뭔가 하지 않아도 상황 속에 편안하게 녹아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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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사진=이기범 기자


'모던보이'로 크로마키 촬영을 경험해보긴 했지만 이토록 많은 부분이 CG로 만들어진 영화는 처음이었다. 특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거대한 고래가 눈앞에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CG가 많으니까 배우들 각자 상상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문제는 그 상상이 서로 다를 때도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고래가 물에서 촤악 올라오는데 보는 시야가 배우마다 다른 거예요. 누구는 위를 보고 누구는 앞을 보고. 아무것도 입히지 않은 편집본을 봤는데 아무것도 없으니까 정말 웃기더라고요. 고래가 화면에 입혀졌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굉장히 궁금하기도 했고요. 사실 CG가 입혀지지 않은 버전이 더 재미있어요(웃음)."

언론시사회 이후에도 수정작업이 진행됐을 만큼 '해적'의 제작기는 치열했다.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 모두 마지막까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달렸다. 작품을 하면서 100% 만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김남길이지만 '해적'은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만족을 뛰어넘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할 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개봉하고 보면 늘 조금 더 노력할 걸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우스갯소리로 여기저기서 들은 평가로는 여름 대작 중 최약체로 평가를 받기도 했고요. 기대치가 낮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CG와 볼거리를 우리 자본, 우리 기술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였어요. 분명 관객들은 '트랜스포머'를 보러 갈 때 어떻게 구현했을까 궁금해서 보는 것도 있는데, 우리도 이렇게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가족이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것도 좋았고요."

정신없이 진행되는 촬영인데다 액션신이 많다보니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김남길은 촬영 중 말에서 떨어져 요추가 골절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액션에 대해 겁을 먹게 됐다는 김남길의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말에서 떨어져서 요추 2-3번이 골절됐어요. 병원에서는 두 달 정도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요. 서러웠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흑흑.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빨리 스태프들의 걱정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액션을 해야 하니까 그런 것이 힘들었죠."

"문제는 액션에 대해 겁이 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원래 몸 사리는 걸 싫어하고, 액션도 자신 있었는데 누가 대역을 쓰자고 하면 '한번 그래볼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심리적 압박과 힘들고 체력적 부담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역시 배우는 무조건 건강해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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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사진=이기범 기자


손예진은 김남길에 대해 "딱 장사정이다"라고 말했다.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면이 장사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김남길 스스로도 "일방통행적인 단순함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분명 장사정과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장사정이 가진 기본적인 유쾌함과 무식할 정도로 일방통행적인 단순함이 비슷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고요. 그런 유쾌한 에너지들이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극중 장사정은 여월(손예진 분)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귀여운 허세를 부린다. 여자에게 대시하는 모습까지 닮았는지 물었다.

"편하게 지내는 이성 친구들에게는 허세도 부리고 장난도 잘 치는 편이예요. 그런데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못하는 것 같아요.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연인이 됐을 때는 어색해질 때가 있어요. 제가 진중한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상다가 '어우~갑자기 왜 그래'하면서 어색해하죠. 그런 면은 장사정과 비슷한 것도 같아요. 그래서 요즘 연애를 못하나?"

'해적'이 전역 후 첫 출연작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앙상블'을 통해 제작자로 나서기도 했다. 제작에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좋은 저예산 영화 제작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제작이나 연출에 꿈이 있기보다는 조금은 더 얼굴이 알려져 있고, 제 영향력이 커짐으로 해서 좋은 감독을 찾고,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힘이 붙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예산 영화들, 상업적이지 않아도 좋은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들이 활성화 됐으면 했어요. 연출 생각이 있냐고요? 일단 연기나 좀 더 제대로 해야죠(웃음)."

'해적' 촬영을 하며 배우를 그만둬야하나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 모진 파도를 지나고 나니 이제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자산이 됐다. 아직 연기를 완전히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해적'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해적'은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선배들이 잘 이끌어주시고 돌파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이제는 그런 걸 활용해서 '무뢰한'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고요. 지금 연기로 모든 걸 보여준다기보다는 이제 재미를 찾아가고 있죠. '무뢰한'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음, 또 그 다음 작품에서는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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