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해무' 놓치면 안되는 영화..박유천은 스폰지"(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7.30 07:00 / 조회 : 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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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사진=이기범 기자


김윤석은 불같은 배우다. 활활 타오르는 그의 에너지는 때로는 영화를 불태우고, 때로는 영화와 불타오른다. '해무'는 김윤석과 함께 타오른 영화다. 돈을 벌자고 배에 밀항자들을 태웠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김윤석은 '해무'에 선장으로 출연했다.


폐선이 다 된 배를 살려보려고 아등바등되고, 그러다 집에 오면 마누라는 다른 남자와 배꼽을 맞추고 있다. 오갈 데 없이 배에 머무는 그에게 배는 곧 집이다. '해무'는 김윤석에게 많이 빚졌다. 그는 영화 곳곳의 허점을 메운다. 아니 꽉 채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숯덩이를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처럼 연기한다. 단연코 그의 출연작 중 가장 뜨겁다. 한여름보다 더 뜨거운 남자, 김윤석을 만났다.

-'해무'는 어두운 이야기다. 원작인 연극을 보고 결정했나, 아님 시나리오인가, 제작자인 봉준호 감독이나 심성보 감독을 믿었나.

▶시나리오다. 원작도 알고 있었고. 이야기가 세고, 캐릭터가 세다. 밀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요즘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의 갑작스러움을 배우가 감당한다. 특히 선장역인 김윤석이 상당부분을 책임지는데.


▶배역이랑 연결되니깐. 선장은 무조건 총대를 매야한다. 아이들이 주저주저할 때 무조건 총대를 매야한다. 그런 부분들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영화 '얼라이브'에 보면 알프스에 비행기가 떨어지고 난 뒤에 인육을 먹지 않나. 살려면 먹어야 한다. 누가 먼저 하느냐가 문제지. 선장은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최근 출연작 중 가장 뜨거운 역할이다. 가장 뛰어났지만 그래도 겹쳐 보일 수도 있는데.

▶장르적으로 스릴러고, 뜨겁고, 19금이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되다보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중복된다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먼 훗날 내 필모그래피를 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추격자'나 '황해', '화이', 그리고 '해무'. 특히 19금이고 'ㅎ'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들만 보자면 정말 잘 했구나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의 눈빛이 오래오래 기억난다. 그런데 이 장면을 영화 초반에 찍었다던데.

▶사실 짜증이 났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깐. 그 엄청난 감정을 어떻게 촬영하면서 쌓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초반에 찍을 수 있겠나. 하지만 촬영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집이 없구나. 집이 배구나라는 심정으로 찍었다. 집이 사라지는 가장의 절실함을 생각했다.

-상대역으로 나온 박유천과는 어땠나.

▶박유천은 스폰지 같다. 최고의 장점이다. 내가 박유천이 살아온 과정은 잘 모르지만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것 같진 않다. 그러니 그렇게 빨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독립심이 정말 강하다. 표정에서 녹아난다.

-그럼 박유천의 최고 단점은 뭔가.

▶군대를 안 갔다 왔다는 점.(웃음)

-'해무'는 무겁다. 이 무거움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 같은가.

▶무엇이 무겁나. '해무'는 타는 듯한 냄새가 나는 영화다. 해무인데 매케한 냄새가 나는 영화다. 그런 갑갑함 자체가 해무다. 연극 같기도 하다. '다크나이트'가 셰익스피어 연극 같은 영화라면 '해무'는 한국 연극적인 영화다.

-연극에서 선장보다 더욱 광기가 느껴지는 선장인데.

▶정반대로 본다면 오히려 광기가 가장 적다고 생각한다. 도덕을 빼면 가장 이상적이다. 배를 지키고, 선원을 지키는 사람이다. 오히려 박유천이 맡은 동식이가 가장 광기가 넘친다.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버리는 인물이니깐.

-김윤석의 본성은 어디에 가깝나.

▶지금도 찾고 있는 것 같다. 자유분방은 하지만 집 밖으로 잘 안 나온다. 저장된 번호도 별로 없고. 우리 또래는 완전히 고립된 세대들이기도 하고. 그래도 박유천은 알게 됐다. 아, 최승현도 '타짜2'를 같이 해서 알게 됐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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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사진=이기범 기자


-올해 유달리 달린다. '해무'를 내놓고, '타짜2'가 가을에 개봉하고, 이틀 뒤면 미국으로 '쎄시봉'을 찍으러 가고, 그 뒤에는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를 찍는데.

▶원래 하던 일정대로 했는데 '타짜2'와 '쎄시봉'이 끼어든 거다. '화이' 끝나고 '해무' 찍고, 그 뒤 '극비수사'를 찍었다. 그런데 그 빈틈으로 '타짜2'와 '쎄시봉' 제안이 들어왔다. '타짜2'는 강형철 감독이 안하면 이 영화 안찍는다고 하니깐. 그렇게 무서운 말을 들으니 안 할 수도 없었다.

-'타짜'에서 했던 아귀 역할을 '타짜2'에서 다시 한다는 걸 두렵다고도 했는데.

▶'타짜'는 이제 전설이 된 영화가 아닌가. '타짜'에서 아귀는 상징적인 역할이기도 하고. 이미 그 영화를 넘어서서 사람들 머릿속에 더 부풀어져 버린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다시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해무' 제작자 봉준호 감독은 어땠나.

▶이번에 자주 만나면서 진짜 멋진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왜 세계적인 감독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늘 치열한 현장을 보낸다. 자기 역할만 하는 사람들이 더 편한 세상인데, 그 치열함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데. 부대끼진 않나.

▶같은 치열함을 갖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하면 힘들지 않다. '해무'는 정말 다들 치열했다.

-바다 촬영이 정말 녹록치 않았을텐데.

▶배우들보단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했다. 바다 위 떠 있는 배 위에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해야 했으니깐. 바지선을 고정시켜서 그 위에 장비들을 설치했는데 스태프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카메라는 고정이 되지도 않고, 바다 위라 태양 광선이 수시로 바뀌기도 했고. 태양 위치가 바뀌면 배와 바지선을 따라서 바꿔야 했다.

-'해무' 시대배경이 IMF 때인데. 그 때는 뭐하고 살았나.

▶부산에서 연극하고 살았다. IMF인지도 몰랐다. 연극이야 원래 IMF니깐.

-여수가 배경인데 사투리가 여수 사투리 같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던데.

▶여수 사투리를 배우긴 했었다. 그런데 여수 사투리가 사람마다 다 틀리더라. 백일섭 선배가 여수 분이라 그 분 억양도 공부 했는데 여수 분들이 또 다르다고 하더라. 또 여수에서 배 타는 분들을 많나봤는데 팔도에서 온 사람들이 다 타더라. 그래서 배우들끼리 사투리에 구애받지 말자고 했다.

-최근작들이 흥행이 아주 좋지는 않는데. 신경을 쓰나.

▶신경 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또 좋은 영화 만나서 잘되면 한 고비를 넘기는 일이니깐. 그리고 그동안 흥행이 잘 됐던 게 나 하나로 된 것도 아니고. 순리에 맡기는 게 맞다. 좋은 작품은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는다고 하잖나. 그거 하나 믿고 가는 것 같다.

-올 여름 100억대 한국영화들이 줄을 잇는데. '해무'를 봐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스케일에 맞게 봤으면 한다. '해무'는 19금이고, 거기에 맞는 영화다. '해무'는 놓치면 후회할 영화다. 스크린에서 빅 클로즈업된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을 봤으면 싶다.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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