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정현 "강한 것 같다고? 로코도 자신있다"(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7.30 06:00 / 조회 : 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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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현/사진=임성균 기자


배우의 모습일 때도,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도 이정현(34)은 언제나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명량'에서도 이정현은 농아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며 명량대첩에 큰 역할을 하는 정씨 여인 역을 소화했다.


출연 분량은 짧지만 '명량'에 대한 이정현의 애정은 여느 주연배우 못지않다.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 전투 명량대첩을 그린 '명량'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는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즐기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도 아무래도 부담이 덜해서 그게 참 좋네요. 민식오빠와 승룡오빠가 딱 버티고 계시니까 저는 아무래도 책임감을 좀 덜어낼 수 있죠. 그래서 시켜주시면 굉장히 열심히 해요. '이런 행사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하시면 '네!'하고 무조건 참여하고 있어요.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영화를 봤는데 신기했어요. 한국 사람으로서 울컥하는 것도 있었고요. 이런 큰 영화에 제가 참여했다는 것도 좋고요."

이정현과 '명량'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랜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욱 감독의 단편 '파란만장'을 본 김한민 감독이 이정현을 미리부터 점찍어 뒀던 것. 이정현은 자신을 제일 먼저 찾아준 김한민 감독에 대한 고마움으로 '명량'에 합류했다.

"김한민 감독님이 '파랑만장'을 보시고 '최종병기 활' 촬영 중간에 오셔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셨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다음에 꼭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사실 감독님들이 인사처럼 다들 하시는 말씀이신데 김한민 감독님은 유일하게 그 약속을 지켜주셨어요. 분량을 떠나서 저를 가장 먼저 찾아주시고, 기억해주셨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감사했죠.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물론 역할도 마음에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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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현/사진=임성균 기자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정씨여인을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을 할 수 없으니 눈빛과 몸짓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간단한 수화라도 배울 줄 알았건만, 김한민 감독은 오히려 큰 숙제를 안겨줬다.

"말을 못하는 역할이니까 수화를 가르쳐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정씨여인은 처음부터 농아였던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몰살당하고 혀를 잘려서 버려진 것이다. 그런 정씨여인을 임준영이 구해서 인연이 됐다'고 설명을 해주셨어요. 정식 수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적당히 알아볼 수는 있는 동작을 만들어보라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 제 느낌대로 수화를 만들어봤는데 실제로 동영상을 찾아보니 제가 표현한 동작과 정식 수화가 유사한 것이 많았어요."

극 중 정씨여인은 조선 수군의 탐망꾼 임준영(진구 분)의 아내다. 부부사이지만 정작 극중 만나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나라의 운명과 남편의 목숨 사이에서 연기해야하는 상황에서 갈등하는 정씨여인을 고뇌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시대적 상황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습득이 됐던 것 같아요. 장군님은 훨씬 큰 희생을 하셨으니까 정씨여인 정도의 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았어요. 남편인데 진구와 딱 한 신만 같이 촬영했어요. 제가 치마를 펄럭이는 장면에서는 사실 앞에 장군님도, 배도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 찍어야 했어요. 김한민 감독님이 앞에서 진구 대사를 해주시고 했어요. 한 번은 웃음이 터질 뻔 했는데 감독님은 워낙 진지하게 하셔서 웃을 수가 없었죠. 물론 도움은 많이 됐어요. 연기는...평소 감독님 같으세요(웃음)."

만인의 존경을 받는 위인이 아닐지라도 이정현 만의 히어로도 있다. 바로 다시 연기의 길을 열어준 박찬욱 감독이다. '범죄소년'의 강이관 감독도,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파란만장'을 통해 이정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하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직접 시나리오를 건네기도 했다. 단순히 작품의 연을 맺어준 것을 넘어 박찬욱 감독은 이정현에게 자신감을 주고, 용기를 주는 멘토다.

"박찬욱 감독님은 다시 영화를 해주신 분이예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꽃잎'을 20대 초반에 찍었는데 활동하는 내내 그 작품이 부담이 많이 갔어요. 그래서 가수로 활동하면서는 일부러 '꽃잎' 얘기를 하지 않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자긍심을 심어주셨어요. 다시 배우를 해보자는 말씀을 해주셔서 많은 용기를 얻었죠. 연기를 다시 하니까 고향에 온 것처럼 너무나 편하고, 나이 들수록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게 느껴져요. 제겐 너무나 감사한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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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현/사진=임성균 기자


극장가 대목으로 일컬어지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각 배급사들도 줄줄이 대작을 내놓는다. 지난 23일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쟁쟁한 배우들과 감독들이 포진하고 있다. '명량'도 이들과 경쟁해야한다. 워낙 라이벌 구도로 흐르다보니 친한 배우들과 웃지 못 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시사회에서 봤어요. 윤종빈 감독과 동기이기도 하고 워낙 친하거든요. 이미 잘 되고 있더라고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과 원래 친한데 서로 시사회를 가줘야 하는데 서로 고민이 되더라고요. 예진이와 문자로 '우리 서로 시사회 가면 안되겠지?' 하고 아쉬워했어요. 아무래도 제작진들에게 미안해지는 게 있으니까요.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상반기에 한국영화가 살짝 주춤 했는데 분위기 전환이 확 되면 좋죠."

'파란만장'을 시작으로 '범죄소년', '명량'에 이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꽃잎' 이후 오랜 시간 스크린을 떠났던 이정현은 다시 배우로 훨훨 날고 있다. 이정현은 "'범죄소년' 이후 웬만한 저예산 영화 시나리오는 다 받은 것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는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 로맨틱코미디로 가벼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음반도 내년에 기획하고 있고, 작품도 계속 검토하고 있어요. 영화는 계속 강한 캐릭터만 해서 이제 좀 강하지 않은 역할을 기다리고 있어요. 로맨틱코미디도 잘 할 수 있는데 들어오지 않아요(웃음). 워낙 강한 역할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올해로 만 서른네살. 결혼을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다. 아이를 워낙 좋아한다는 이정현은 요즘 더욱 결혼 생각이 간절하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사람 만나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지만, 누가 이렇게 매력적인 여인을 마다할까. 로맨틱코미디도 속 이정현도, 엄마가 된 이정현도 팬들은 궁금할 터이다.

"결혼이요? 정말 하고 싶어요. 2년 전에는 2년 후에 꼭 결혼할거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더 걱정한다니까요? 아이를 너무나 좋아해요. 요즘은 조카랑 노는 것이 제 낙이예요. 결혼은 빨리 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네요. 전 외모도 안 봐요. 저보다 키만 크면 되요. 저보다 작은 남자가 흔치는 않잖아요(웃음). 마음이 통하는 사람만 있다면 당장 결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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