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손예진 "언제까지 청순할수 있을까요? 마흔?"(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7.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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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사진=이기범 기자


청순가련 멜로의 대명사 손예진이 해적의 여두목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는 8월 6일 개봉하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에서 손예진은 또르르 흐르는 눈물 대신 연검을 허리에 차고, 바다에 몸을 던진다.

언제나 남성 관객들의 마음 속에 첫사랑의 이미지로 남을 것 같은 손예진도 이제 서른 초반에 접어들었다. 외모는 여전히 아름답고 청아하지만 그 속내는 더욱 단단해졌다. 영화 '해적'의 개봉을 앞두고 손예진에게 연기와 영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적'은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CG가 사용된 작품. 촬영하는 동안에는 철저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고래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물레방아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완성작을 처음 본 손예진에게 만족도를 묻자 일단 "헤헤헤"하고 아이처럼 웃었다.

"영화를 찍고 100% 만족한 적은 솔직히 없었어요. 물론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하고 연기 부분에 대한 것이죠. 우리 영화는 일단 시나리오가 가진 유니크한 것과 새로움이 있었어요. CG가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제 몫보다 오히려 그 외의 것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영화죠. 다행히 그런 걸 잘 살린 것 같아요. 글로는 재미있는데 실제로는 표현이 잘 안될 수 잇는 부분도 재미있게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손예진의 액션 변신은 실로 놀라웠다. 그간 작품에서 조금씩 액션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처음인 셈. 손예진 스스로도 자신이 액션 연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제가 기피하던 장르 중 하나가 액션이었어요. 모든 영화에서 한 두 장면 액션신이 있긴 했지만 살짝 경험하면서 액션을 절대 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여자의 몸으로는 뭔가 열심히 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멋지게 나올 것 같지도 않았고요. 인물에 깊이 들어가서 연기하는 걸 더 좋아했었죠. 그럼에도 '해적'의 여월을 선택한건 여자 해적 캐릭터는 처음이었고, 유쾌하고 소재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언제 또 근사한 여자 캐릭터를 해볼 수 있을까 싶었죠.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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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사진=이기범 기자


'타워'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내 머리 속의 지우개'. 1000만 영화는 없어도 손예진의 필모그래피에는 흥행작이 상당하다. 손예진에 대한 관객의 믿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손예진도 그런 관객들과 제작자들의 기대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 '해적'은 그런 면에서는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사실 그 동안 영화를 찍으면서 제가 책임져야하는 작품들이 많았어요. 신인감독님들과도 많이 작업했고, 후배들과도 많이 찍었고요. 제 이름 앞에 붙는 책임감이 컸죠. 영화의 흥행이 빵! 터지면 물론 좋겠지만 그건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잖아요. 이런 큰 영화일수록 사실 배우에게도 부담이 있지만 그 책임을 분배하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었어요. 제가 모든 걸 끌고 가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물론 '해적'이 개봉할 때 이렇게 많은 대작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웃음). 결과는 몇 개월 후에 나오겠죠?"

그간 참 많은 멜로영화와 로맨틱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했다. '청순'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배우이기도 하다. 액션 도전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손예진은 "제가 언제까지 청순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다. 이제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손예진은 그간의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넘어서는 중이다.

"언제까지 청순할 수 있을까요? 마흔까지는 청순할 수 있을려나. 그리고 요즘은 멜로가 참 없어요. 게다가 멜로를 한다고 해도 예전의 풋풋함은 이제 표현이 잘 안될 것 같아요. 이제 로맨틱코미디를 해도 더 현실적이고 제 나이에 맞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연예인 친구가 없다던 손예진이었지만 최근에는 공효진 엄지원 송윤아 등 많은 여배우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최근 소녀시대 윤아가 연기에 대해 고민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단다. 세월이 가져다준 꽤 의미 있는 변화다.

"아무래도 일을 일찍 시작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어요. 항상 갇혀있는 느낌이었죠. 학창시절에도 두루두루 친하기 보다는 몇 사람과 깊이 알고 지내는 스타일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덜 두려워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었어요. 지금은 제 모습이 항상 좋게 보일 수는 없다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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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사진=이기범 기자


손예진이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도 그런 지점에서 상당히 놀라웠다. 단순히 게스트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함께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 전 응원을 갔고, 멤버들에게 소탈한 모습을 녹아들어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생각보다 '파이팅'이 넘쳐요, 제가. 게임도 좋아하고 몰래카메라도 정말 좋아하고요. 저 좀 이중적이네요. 내성적이기도 한데. '무한도전'은 수련회 같은 느낌이었어요. 수학여행에 가면 느낄 수 있는 동지애랄까요? 사실 예능을 쉽지 않죠. 제 생각과는 다른 의도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걱정은 좀 했지만 그냥 열심히 응원했어요. 알제리 전은 정말 울컥 했어요. 뒤에는 한국 응원단이 있고, 거긴 브라질이잖아요. 다들 눈물을 꾹 참았죠. 내 동료, 가족이 뛰는 것 같았어요. 선수들이 주저앉는데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예능 꿈나무에 이어 '액션 예진'까지. 손예진은 변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차기작을 살피고 있는 손예진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작품은 보고 있어요. 고르다 보니 너무 고르나 싶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1~2부, 길게는 4부 까지 대본을 보고 결정하는데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영화 시나리오 중에는 여자 캐릭터가 인상적인 작품이 참 없어요. 저도 느끼고, 주위에서도 많이 느끼고 있죠. 여배우들은 좋은 작품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

올해 나이 만 서른 둘. 보통의 여자라면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할 나이다. 스스로 "적당한 때가 사실 지금인데"라고 말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앞선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난다는 손예진, 그런 욕심이라면 관객들은 무한 환영이다.

"결혼을 늦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늦어도 서른 넷 쯤에는 하고 싶었는데 내년이네요(웃음). 연기를 하면 할 수록 욕심이 조금씩 생겨요. 결혼을 해도 연기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결혼 하지 않았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멋진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여자들이 이끌고 가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효진 언니와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었어요. 다른 듯 잘 맞을 것 같아요. 우리가 제작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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