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TV예능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4시간짜리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깝다. 단지 '리얼'하다는 것만 다를 뿐.
지상파 3사 일요 예능프로그램이 드디어 4시간에 육박하게 됐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일요일 저녁 KBS, MBC, SBS는 '일요예능'이 점령하게 됐다.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 MBC '일밤-아빠!어디가?, 진짜사나이',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런닝맨'이 3개 채널에서 쭉 이어지는 것. 이들 프로그램들은 코너 사이 광고도 없어 말 그대로 4시간짜리 블록버스터 예능 영화 한편을 보는 셈이다.
그런데 이 시간을 놓고 방송사 간 '감정싸움' 양상이다. '우린 하기 싫었는데 타 방송사에서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것. 여기서 타 방송사는 KBS고, 우리는 MBC다. MBC는 오는 27일 방송부터 '일밤'의 방송 시간을 10분 앞당겨 오후 4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KBS가 먼저 해서 우리도 하겠다'는 게 MBC의 입장. SBS는 방송 시간을 확대하지 않았지만 일요예능 방송 시간이 한 없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KBS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MBC와 SBS의 'KBS 책임론'에 KBS는 "시간은 의미 없다. 중요한 건 재미"라는 게 공식입장이다. 어차피 재미없으면 시간을 아무리 늘려도 시청자들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들여 촬영한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더 방송하고 싶은 건 제작진의 솔직한 속내일 터. 특히 현재 일요예능이 출연자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관찰 예능'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촬영 분은 한 없이 많은 게 사실이다. 방송 시간에 따라 할당되는 광고 개수가 다른 것을 고려하면 광고 수익 면에서도 짭짤한 소득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 10분 갖고 싸우는 건 일요예능이 각 방송사의 대표 예능이란 걸 감안할 때 좀 더 통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10분 늘려서 경쟁사보다 일찍 방송되면 시청자들이 쭉 그 프로그램만 볼까. TV리모콘은 돌리라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 채널을 포함, 수백 개의 채널이 존재하는 현재 TV 시청 상황에서 지루하면 돌리면 그만이다.
각 방송사들이 생각할 건 '우리가 더 먼저, 더 많이 방송해야지'가 아니다. 얼마나 재밌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쏙 붙잡고 있을까. 이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