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순신+최민식+김한민..단순하고 강렬하다①

[리뷰]명량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7.22 10:40 / 조회 : 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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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은 단순하다. 회오리처럼 휘몰아치는 이 단순한 흐름은 사건과 사람을 이순신 단 한사람으로 몰고 간다. 김한민 감독의 선택은 상업적으론 적절했다.


21일 '명량'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올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 중 한 편인지라 수많은 영화관계자들이 몰렸다. 한 주 차이로 맞붙는 '군도' 윤종빈 감독도 김한민 감독과 친분으로 시사회를 찾았다.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과 맞붙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영화화했다. '명량'은 임금의 질시로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에 나섰다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나선 뒤의 일을 그린다. 애써 키운 수군은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 끌고 갔다가 모두 수장된 뒤의 일이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외로이 왜적과 맞선다. 임금은 수군을 육군에 합류시키라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신에겐 아직 12척이 있다"며 바다에서 싸우겠다고 요청한다. 하지만 수하 장수들마저 300척이 넘는 왜적의 규모에 두려움으로 몸들 바를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왜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보낸 해적 두목이 수군 대장으로 참전해 이순신을 노린다. 천지에 홀로 서있는 듯 한 이순신 장군은 명량 앞바다에 조류가 거세게 오가는 것을 알아채고 이곳을 싸움터로 삼는다. 수많은 적선들이 몰려오는 가운데 이순신 장군은 두려움에 떠는 부하들을 이끌고 바다 한 가운데에 선다.

'명량'은 단순하다. 영화를 오로지 명량해전 단 하나에 초점을 맞췄다. 이순신 장군의 외로움을 전반부에 담고, 후반부를 명량해전 단 하나를 그리는데 주력했다. 새로운 해석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재해석도, 끼어들 틈이 없다.

착한 우리 편과 나쁜 저쪽 편도 명확하다. 외로운 배 하나, 의로운 사람 한 명이, 수많은 적들과 맞설 때 어떤 기적이 벌어지는지 단순하고 명확하고 호쾌하게 그렸다.


사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은 역사에 기록된 사람들과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적과 맞서는 이야기로 그리려 했다. 이순신 장군을 정점으로 하는 역사 속 영웅이 '명량'에 주인공이지만 한편으론 왜군에 이중 스파이인 준사(오타니 료헤이), 탐망꾼 임준영(진구), 그의 부인 정씨여인(이정현), 격군 김중걸(김태훈) 등 민중을 이 싸움에 중심으로 세우려 했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라는 불세출의 영웅과 그를 돕는 이름 없는 민중들이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 절반을 해전으로 그려야 했기에 이순신과 민중의 이야기 양쪽에 모두 힘을 실어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감독의 선택이다.

김한민 감독은 전반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설명하느라 자칫 지루해지는 걸 피하고 이순신 장군에 초점을 맞춰 해전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 탓에 민중들은 아름답지만 이름 없는 꽃으로 그려진다. 그 덕에 '명량'은 한 시간 가량인 해상 전투 장면이 강하고 빠르고 쉴 세 없이 몰아친다. 이 몰아치는 전투 장면이야 말로 '명량'의 힘이자 존재 이유다.

'명량'은 어둡다. 한 위인의 절대 고독을 담았으며, 죽고 죽이는 전장을 그렸으니 어두울 수밖에 없다. 영화 전체를 감도는 비장미는 엄숙하지만 어쩌랴 역사적인 사실인 것을. 전쟁을 스펙터클로 그렸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어쩌랴 역사적인 사실인 것을. 역사와 다른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쩌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구분 못하고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죽은 줄 아는 사람들이 태반인 게 현실인 것을. 애국주의가 싫다고 해도 어쩌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슴에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오르는 것을. 노 젓는 민중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승리를 기원하는 손에 눈물이 차오른다.

김한민 감독은 말한다. 민중의 입을 통해 "우리가 이렇게 개 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랑가"라고. 이순신 장군 입을 통해 "백성이 천운이었다"고. '명량'을 만든 이유였으리라.

사실 '명량'은 제작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병기 활'로 흥행감독으로 부상한 김한민 감독의 차기작인데도 투자가 쉽지 않았다. 영화 절반을 해전으로 그린다는 게 모험이었기에 쉽지 않았다.

김한민 감독은 모험을 했고, 이 모험은 다분히 성공적이다. 해상CG는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배 위에서 맞붙는 백병전이 어색함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해전을 고독한 싸움, 왜군 장수 구루지마(류승룡)와 결전, 민중의 분투, 부하들의 용기 등으로 설계했다. 실제 역사에서 부하들이 두려워하자 초요기(장수들을 부르는 깃발)를 세워 독려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했다. 민중의 이야기를 줄였기에 아쉬운 전개가 없진 않지만 그 마저 격렬하게 몰아치는 해전으로 휘감아 돈다.

김한민 감독은 '최종병기 활'에서 동적인 추격액션 묘미를 보여줬다면 '명량'에선 정적인 액션의 묘미를 보여줬다. 분명 재능이다.

이순신 장군 역의 최민식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영화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배한다. 촬영과 음악은 비장을 강조한다. 미술은 구로자와 아키라 시대극을 보는 것처럼 큰 공을 들였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명량'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진정한 리더를 그리게 된다. 의리가 웃음꺼리가 된 요즘, 장수의 의리는 충을 향하고, 충은 백성을 향한다는 말이 극장을 나선 뒤에도 머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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