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친정 YG 떠나 새 시도..연기도 도전하고파"(인터뷰)③

4년 만의 앨범 '사랑했으니..됐어' 발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4.06.19 08:00 / 조회 : 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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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저도 나름 애교가 있대요. 호호."

올해 34세. 가수 거미(본명 박지연)는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 장소인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금발의 짧은 헤어스타일에 민트 색으로 포인트를 준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밝은 기운을 뿜어냈다. 거미는 "자주해왔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인데 그간 보여줬던 이미지가 강렬해서 더 여성스럽게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거미는 지난 10일 미니앨범 '사랑했으니..됐어'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YG엔터테인먼트에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뒤 발표하는 첫 앨범으로, 정식 앨범은 2010년 발표한 미니앨범 '러브리스(Loveless)' 이후 4년만이다. 폭발적인 고음은 여전하지만 보다 감각적이고 따뜻한 음악을 들고 나왔다.

"고음이 많다고 불편한 음악은 아니잖아요. 가사나 멜로디가 한 번에 들려오지 않더라도 좀 더 편하게 자주 찾게 되는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발표하고 나서 주위에서 그렇게 많이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굉장히 변화도 있는 것 같은데,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 변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찾아왔다고 했다. 이상형이 바뀌었고, 애달픈 얘기보다는 이별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노래가 더 귀에 익는다고 했다. 컴백할 때마다 따라다니던 성형의혹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새 음악 곳곳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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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앨범 동명의 타이틀곡 '사랑했으니..됐어'는 김도훈 작곡가와 가수이자 작사가인 휘성이 작업한 곡으로, 거미는 나지막이 고백하는 듯하면서도 절규하는 듯한 드라마틱한 감성을 표현했다. 가사가 시적이어서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이별이나 사랑 얘기가 많잖아요? 과거 다룬 내용들이 사랑에 아프고 헤어 나오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감정을 표현한 음악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 아픔도 괜찮아 질 거라는, 지금은 좀 더 덤덤해진 것 같아요."

JYJ 박유천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놀러가자'는 거미와 원티드 전상환의 합작품으로 연인에게 '어디론가 떠나자'고 적극적으로 고백하는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레게 장르 곡. 거미는 "평소 여행은 많이 못 가봤다"며 "시간도 마음도 여유가 있어야 가는데 강박관념이 있어 그렇게 용기가 안 났다"고 했다.

가수로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지도 어언 11년, 그동안 거미가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존심'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앨범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준비하고 있었다.

"거미라는 이름에 대해 처음부터 기대감도 많으셨고, 음악을 발표할 때마다 아직까진 '거미 실망했다'라는 말은 듣지 않았어요. 굳이 작품성만 좋다고 해서 창피하지 않은 음악이라 생각지 않아요. 대중가수인데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도 인정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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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지난 2003년 1집 '라이크 뎀(Like Them)으로 데뷔한 거미는 이후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어른아이' 등을 히트시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보컬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자신을 발굴해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곁에서 11년간 음악활동을 하다 지난해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린 이유는 뭘까.

"YG는 친정 같은 느낌이에요. 딸이 잘하면 시집을 가야 되듯이 회사에 너무 가수가 많아지면서 음악을 발표할 기회가 줄어들 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음악생활을 오해하려면 이 나잇대 할 수 있는 걸 안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소속사를 옮기면 확신이 없더라도 도전이나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질 거라 생각했죠."

그룹 JYJ를 제외하곤 배우가 주를 이룬 기획사라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소속사 동료들과 함께 가진 '셀렙 청음회'는 그런 의미에서 깊은 가치가 있었다.

"가수 분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면 연기자 분들은 예술적인 면을 많이 평가해 주시고 존경 해주세요. 더 좋은 영감을 얻을 때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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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솥밥을 먹게 된 배우 최민식은 자신이 나오는 경연 프로그램을 자주 모니터해준다며 "항상 '네가 젤 잘 한다' '겨룰 사람이 없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거미는 "최민식 선배님은 모든 예술이 음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가수는 정말 존경받을 사람이라고 한다"며 "그 중에도 거미라는 가수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워준다"고 흡족해했다.

비록 작은 소망이지만, 때가 되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거미는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고 장진영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며 "밝은 역할보다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연기는 노래하면서부터 생각했던 건데 외모에 콤플렉스가 많아 얘기를 못했다. 소망으로 끝날 수도 있다. 물론 가수가 먼저다"고 전했다.

거미는 오는 7월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는 어쿠스틱 스타일로 꾸밀 것 같아요. 데뷔하고 처음으로 가장 단출한 밴드로 갖춰 객석과 좀 더 가까이 호흡하려고요. 대중이 저와 제 음악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혼자 좋아하는 음악보다 공감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열심히 노래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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