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조동인 "인생의 판, 이제 수싸움 시작"(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6.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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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동인/사진=화인컷 제공


흔히들 바둑과 인생이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하나 씩 놓은 돌이 결과를 만들고, 정수와 묘수가 오가는 것이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것이다. 그런 바둑을 소재로 두 남자의 인생을 펼쳐놓은 영화가 있다. 고(故) 조세래 감독의 '스톤'이 바로 그것이다.

'스톤'은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수(조동인 분)와 조직의 보스인 남해(김뢰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함께 바둑을 두며 두 남자는 서로의 지나간 인생과 남은 인생을 위로한다.


영화 '스톤'은 신인배우 조동인(25)에게는 무를 수 없는 돌이다. 연기 인생의 첫 주연작이고, 아버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한 작품이기도 하다. 남다른 무게감이기도 하고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한 '스톤'이 지난 12일 개봉했다. 이제 갓 배우로 한 발을 내딛은 조동인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수일까. 조동인은 "이제 막 수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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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동인(왼쪽)/사진=영화 '스톤' 스틸


바둑을 소재로 한 소설 '승부'를 출간했었고, 오랜 시간 바둑에 대한 영화를 기획했던 조세래 감독은 10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아들을 주인공으로 '스톤'을 내놓게 됐다. 처음엔 반대도 많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인데다 감독의 가족이니 그럴만했다. 그러나 바둑과 액션을 동시에 해야 하는 신선한 얼굴에 어린 시절부터 바둑을 두며 자란 조동인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제작진의 반대도 있었어요. 아버지도 마음을 바꾸셨다가 결국 저를 캐스팅 하셨죠. 감독님이 아버지여서 좋았던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도 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조동인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둑을 접했다. 지금도 꾸준히 바둑을 두고 있는 조동인은 바둑의 매력으로 '꼼수'를 꼽았다.

"바둑에서 정수가 아닌 수를 '꼼수'라고 하는데 전 그 꼼수를 잘해요. 정수로 포석을 잘해서 이기는 것도 재미있지만 꼼수를 걸어서 이기는 것에 희열을 느꼈어요. 잔머리가 좋다기보다는 잡기에 능하다고 해야 하나? 당구나 운동도 좋아하고 빨리 배우는 편이예요. 액션도 처음치고는 빨리 배우는 편이었죠."

게임보다는 바둑이나 등산을 즐긴다는 조동인. 만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비해 취미가 꽤 조숙하다. 평소에는 장난을 치는 것도 좋아하고 농담도 좋아하지만,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내보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단다. 고민을 숨긴다니 더욱 궁금해졌다. 그는 당황하면서도 담담하게 속내를 말했다.

"요즘은 고민이 덜한 편인데 그 전에는 아무래도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힘든 것들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걸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서 좋아지지는 않더라고요. 가족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가지고 있어야할 당연한 것들이니까요. 한동안은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듣고 싶지 않았던 적도 있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까 제가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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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동인/사진=화인컷 제공


빨리 익히는 만큼 많은 일에 빨리 질린다는 조동인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18살 때부터 극단에서 지내며 바닥부터 기반을 다졌고, 단편영화를 거쳐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에서 처음 상업영화를 경험했다. 아버지와 함께한 '스톤'에 이어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까지 캐스팅 됐다. 걸출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조동인에게는 행운 같은 일이었다.

"제대로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한 건 정지영 감독님의 '부러진 화살'이었어요. 처음으로 프로들이 하는 작품에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굉장히 컸어요. 정지영 감독님, 김기덕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게 된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 또래의 많은 연기자들이 가질 수 없는 영광을 누린 것 같기도 하고요. 감사한 일이죠."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은 베니스영화제 기간 중 이탈리아 영화감독협회와 제작가협회가 주관하는 11회 베니스 데이즈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출연한 배우로서도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소식 듣고 기분은 정말 좋았죠. 소위 말하는 3대 영화제에 제가 출연한 작품이 간다는 것이잖아요. '부러진 화살'이 흥행이 됐을 때도 굉장히 좋았는데, '일대일'은 제 분량이 커서인지 조~금 더 기분 좋은 것 같아요(웃음)."

정지영 감독과 김기덕 감독의 눈에 띈 조동인의 매력을 뭘까. 조동인에게 넌지시 묻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눈빛'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일단은 제가 연기자로 정말 많이 부족한 건 맞아요. 장점을 굳이 꼽자면 눈인 것 같아요. 감독님들께서 많이 얘기를 해주시는데 '눈빛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들 해주셨어요. 눈동자가 크고 예쁘대요(웃음). '스톤'에서도 오묘한 눈빛을 하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스스로 눈빛 연기를 무리 없이 해낼 때가 되면 좋은 연기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아직은 바둑판에 많지 않은 돌이 놓여있다. 조동인은 스스로 이제 막 수싸움이 시작 된 것이라고 말한다. 꼼수든, 정수든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기보가 아닌 자신만의 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둑과 인생은 어느 정도 이치가 비슷한 것 같아요. 바둑에서도 파도가 있고, 위기가 오고 처음 집을 만드는 것부터 쌓여가죠. 그래서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막 수 싸움이 시작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집을 반 이상 먹었는데, 그 중 일부를 잃었어요. 그런 판에서 싸움을 하고 있는 거죠."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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