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피처링 목소리 각인..내 정체성 보여줄 때"(인터뷰)

첫 정규앨범 '크러쉬 온 유' 발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4.06.05 13:07 / 조회 : 1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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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 사진=최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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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소~올을 좋아하죠."

혀를 굴려 말하는 습관 탓에 처음엔 영어권 교포인가 싶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 진짜요? 말하는 게 좀 어눌해서 그런가 봐요. 생긴 게 그렇단 얘긴 좀 듣는데 누가 미국에서 살다 왔냐고 하면 왕십리 살고 있다고 해요."

힙합 R&B 송 라이터 크러쉬(22·본명 신효섭)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어릴 적부터 흑인 음악을 즐겨듣고 따라 부르다보니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발음을 꼬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학창시절에도 영어공부는 많이 했어요. 영어로 적힌 가사들을 해석해보고, 스티비 원더, 브라이언 맥나이트처럼 부르고 싶어 열심히 카피했었는데, 하하. 제임스 잉그램의 '원 헌드레드 웨이즈(One Hundred Ways)'를 듣고 있으면 마치 이태원에 흑인들이 생각나지 않나요?"


5일 첫 정규앨범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를 발매하는 크러쉬는 힙합, R&B 등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음악들을 대중에게 들려줄 생각에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처음으로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맡아서 내는 정규앨범이다 보니 준비할 땐 부담도 많이 됐었는데, 곡들이 다 완성되고 나니 지금은 편안해요. 차트 성적까진 모르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크러쉬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마다 음원차트 정상에 올라, 데뷔 전부터 가요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올 초 개리의 히트곡 '조금 이따 샤워해'에 피처링은 물론 편곡에도 참여했고, 래퍼 로꼬의 싱글 '감아'에는 작사, 작곡에 참여해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놨다.

그는 "그동안의 외주 작업이 어느 정도 내 목소리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내 이름으로 더 다양한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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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 사진=최부석 기자


크러쉬는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중학생이 되던 2005년부터 독학으로 음악지식을 쌓기 시작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예체능 반에 지원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제가 중1일 때 다이나믹 듀오 1집이 나왔거든요. 그때 노래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서 하고 싶은 만들을 막 랩으로 써보기 시작했죠. 나중엔 녹음도 하고 싶은데 MR이 없어서 책을 보면서 스스로 방법을 익혔어요. 정상적인 작업은 아니었어요. 마우스로만 한다든지, 그렇게 밤을 새고 계속해서 데모를 몇 개씩 만들었죠."

음악작업에 한창 재미를 붙이면서 앨범을 내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해졌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홍대에서 언더 활동을 하면서 힙합 뮤지션들과 연을 쌓았고, 지난해 7월 평소 존경하던 뮤지션인 다이나믹 듀오(개코 최자)가 이끄는 아메바컬쳐와 전속계약을 맺게 됐다.

"홍대서 자이언티 형을 처음 만났고,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제 음악을 많은 뮤지션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회사와 실질적인 연결고리 역할은 사이먼디 형이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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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 사진=최부석 기자


힙합음악을 듣고 랩을 좋아했지만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R&B 스타일의 가창을 하는 것이 더 잘 맞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규 1집은 크러쉬의 음악적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결과물이다.

R&B, 네오소울, 뉴잭스윙 등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역량을 보여줬고,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박재범, 진보, 싸이먼디 등 색깔 있는 래퍼들과의 협업으로 세련된 감각을 불어넣었다.

특히 개코가 참여한 타이틀곡 '허그 미(Hug Me)'는 힙합 R&B를 선호하는 크러쉬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낸 곡. 크러쉬는 "수록곡 중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곡으로 이번 앨범이 보여주려는 정체성을 모두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가사는 연인들끼리 애정 표현을 할 때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재밌게 녹여냈다"고 소개했다.

또 뉴잭스윙의 곡 '헤이 베이비(Hey Baby)', 박재범이 랩에 참여한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도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맥을 같이한 곡들이다.

크러쉬는 이날 첫 정규앨범 음원 발매와 함께 Mnet '엠 카운트다운' 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정기고, 태양 등 힙합계 뮤지션들이 매력적인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R&B 곡들로 가요계에 각광을 받고 있어 그의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가 더욱 남다르다.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또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음악으로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첫 단추를 꿰는 것처럼 다음 앨범들을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 같아요."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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