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국경 없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꿈"(인터뷰)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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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 '도희야'로 초청된 배두나가 칸 해변에서 웃고 있다/사진=전형화 기자


늘 그렇듯 배두나는 당당했다.

20일 칸 해변에서 만난 배두나는 시원시원 팔다리를 내저으며 여전히 씩씩했다. 박찬욱(복수는 나의 것)을 거쳐 봉준호(플란다스의 개, 괴물)를 지나 고레에다 히로카즈(공기인형)를 만난 다음 워쇼스키 남매(클라우드 아틀라스, 주피터 어샌딩)를 거쳐 지금 칸에 서 있지만 여전했다.


배두나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도희야'가 초청돼 칸을 찾았다. '도희야'는 개인 사정으로 시골 파출소장으로 전출 온 영남(배두나)이 의붓아버지에게 폭력에 시달리던 소녀 도희(김새론)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칸에선 프랑스에 일찌감치 선판매가 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도희야’가 선정주의를 피하고 다양한 결을 살린 정주리 감독의 노력에 경탄했다”고 썼고, 스크린 데일리는 “배두나의 연기가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두나는 "다른 두 배우와 같이 칸에 초청돼 굉장히 설랬다. 오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는데 어제 특히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19일 칸 드뷔시 극장에서 진행된 '도희야' 첫 공식상영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으니 흥분될 만도 하다.


배두나는 "박수를 받는 순간 주마등처럼 처음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부터 두 달 동안 여수 순천을 돌면서 찍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찍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돼 감개무량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공식상영 순간을 이야기하니 영국배우 짐 스터게스 이야기를 빼놓은 순 없었다. 배두나는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호흡을 맞춘 짐 스터게스와 열애설이 계속 나돌았었다. 그렇지만 소속사에서는 친구 사이라며 부인했었고, 배두나는 신경을 껐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19일 짐 스터게스가 공식 상영장에 나타나 바로 배두나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박수갈채를 쳤으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배두나도 어느 정도는 각오한 듯 했다.

"어제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며 연신 싱글거리던 배두나는 짐 스터게스에 대한 묻자 "어떤 대답을 원하냐"며 싸늘하게 말했다.

배두나는 "친구라고 한 건 전 매니저가 한 말"이라며 "남자친구에요"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도희야'를 선택했을 때부터 칸에 올 때까지 지켜봤던 친구라 어제 감동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자 친구 이야기를 3초 안에 마친 배두나는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표정이 밝아졌다.

배두나는 "'도희야'에서 비밀을 간직하고 시골로 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내면을 티를 안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배두나의 연기에 같이 칸을 찾은 '도희야' 정주리 감독은 "이 사람이 원래 깊은 외로움이 있는지, 아니면 그걸 연기로 소화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며 "취조실 장면은 모니터를 통해 보면서 배두나의 외로움에 나도 엄청 울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페트병에 소주를 넣어 물처럼 마시는 연기를 하는 배두나는 "실제 주량은 소주 반병"이라며 "영화 속에서 실제로는 좋은 데 냉정한 척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도희야'에서 이희진과 힘든 연기를 했던 배두나는 "이희진이 굉장히 열심히 잘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공을 돌렸다.

배두나는 영화 속에서처럼 이별을 할 경우 술을 마시기보다는 많이 운다고 했다. "실컷 울면 정화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칸에 오기 전에 영국 런던에서 할리우드 새 영화 출연 협의를 마쳤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샌딩'에 이어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다.

배두나는 "국경 없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꿈"이라며 "여기서 느끼는 갈증을 저기서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스케일이 큰 영화를 한다는 것보단 작아도 한국영화를 하는 게 가장 좋다"며 "한국말로 내 능력을 100% 발휘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번역돼 외국에 소개되는 건 아니겠죠"라며 너스레를 떤 배두나는 "새로운 미국영화는 6월부터 9월까지 찍을 계획이다. 아직 발표되기 전이라 자세한 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20대에는 좋은 감독님들에게 연기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했다. 베드신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작품을 보게 된다. 다른 기준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뿌리에 두고 세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배두나. 그녀의 특별함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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