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야' 정주리 감독 "칸 황금카메라상? 의식 않는다"(인터뷰)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5.2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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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로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정주리 감독이 칸 해변가에 서서 웃고 있다/사진=전형화 기자


첫 번째 장편영화, 첫 번째 해외여행, 그리고 첫 번째 해외영화제가 바로 칸국제영화제라면?

정주리 감독은 영화 '도희야'로 그런 행운을 안았다. '도희야'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정주리 감독은 칸영화제에 초청된 신인감독들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이기도 하다.


행운의 산물이라기 보단 '도희야'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리라.

'도희야'는 개인 사정으로 시골 파출소장으로 전출 온 영남(배두나)이 의붓아버지(송새벽)에게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 도희(김새론)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의붓아버지에게 죽도록 맞는 아이, 착취와 폭력으로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 청소년 왕따, 성소수자에 대한 지독한 편견. 정주리 감독은 너무 익숙해 오히려 무감각해진 이 폭력들을 전면으로 마주한다. 이 진심은 칸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도희야'가 선정주의를 피하고 다양한 결을 살린 정주리 감독의 노력에 경탄했다"고 썼고, 스크린 데일리는 "배두나의 연기가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크리스티앙 존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김새론을 다음 칸에서 다시 보길 바란다"고 극찬했다.


20일 칸의 해변에서 만난 정주리 감독은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지엽적인 이야기가 과연 공감을 널리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다"며 "반응들이 좋다고 해서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정주리 감독은 당초 '도희야' 프로젝트를 CJ E&M과 한예종 산학협업으로 진행했었다. 5개의 시나리오 중 한 편을 선정해 제작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도희야' 시나리오는 이 프로젝트에 최종 선발되지는 못했다. 대신 이 프로젝트를 한예종에서 참여하던 이창동 감독이 눈여겨봐서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해 칸까지 오게 됐다. 영화의 운명이다.

정주리 감독은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 이야기에서 착안했다"며 "고양이 같은 아이로 도희를 떠올렸고 이 아이처럼 굉장히 외로운 사람을 같이 만나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주리 감독은 "영화 시작할 때 비가 내리다가 영남(배두나)이 마을로 들어서자 비가 그치도록 했다. 새로운 뭔가를 이곳에서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희가 영남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오는 게 바로 화장실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차례 화장실 장면은 만남과 헤어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정주리 감독은 "제작을 하신 이창동 감독님이 캐스팅을 좋게 가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배두나와 김새론, 송새벽이 시나리오만 읽었을 뿐인데 그 인물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배두나는 원래 외로움을 갖고 있는 건지 연기로 표현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놀랍고, 김새론은 말할 것도 없다. 송새벽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정주리 감독은 "일반적인 상업영화라는 걸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상업영화나 예술영화라는 구분 없이 많은 관객과 만나는 걸 바란다"고 밝혔다.

정주리 감독은 20일 다른 황금카메라상 후보 감독들과 칸 레드카펫에 올랐다. 25일 시상식에 초대받을지는 아직 모른다. 상은 조금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는 정주리 감독은 오히려 22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도희야'가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더 관심이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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