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칸 레드카펫, 무서워진 중국..그리고 송혜교

[칸에서 쓴 편지]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5.19 18:06 / 조회 : 59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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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뉴스1/AFP BBNEWS, 전형화 기자


14일 개막한 제67회 칸국제영화제가 첫 주말을 보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는 유달리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찾아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개막작인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주인공 니콜 키드먼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장화 신은 고양이' 더빙에 참여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셀마 헤이엑이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쏠리는 행사 인만큼 각종 홍보행사도 많았는데요.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드래곤 길들이기2'는 케이트 블란쳇이 용 한 마리와 레드카펫에 올랐습니다. 운이 없게도 화제가 된 건 아메리카 페레라 드레스 속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방송인이었긴 하지만요.

'헝거게임: 모킹제이' 제작발표회가 열려서 제니퍼 로렌스가 등장했습니다. 인기가 상당했죠. 비슷한 시간 중국영화 '태평륜' 제작발표회도 열렸는데 이곳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자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의도가 두드러지죠.

할리우드 신성 로버트 패틴슨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더 로버'와 경쟁작 '맵스 투 더 스타즈'로 레드카펫에 섰습니다. 전 연인이라고 해야 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경쟁작 '실스 마리아'로 칸을 찾습니다. 긴장감이 감돈다고 할까요?

실베스타 스탤론과 멜 깁슨, 해리슨 포드, 웨슬리 스나입스 등도 '익스펜더블3'로 레드카펫에 올라 노익장을 과시했으니 올해 칸이 얼마나 할리우드 스타들에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미 리 존스는 경쟁작 '더 홈스맨' 감독으로 칸을 찾았습니다. 칸은 미국 스타들을 대거 초청해 화제를 모으고, 빈손으로 돌려보내기로 악명이 자자한데요. 개막작은 아예 개막파티 비용까지 내야 합니다. 그런데도 몰려오는 걸 보면 칸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빛냈지만 올해 레드카펫은 특별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스타들이 정치 슬로건을 대거 들고 등장했는데요.

경쟁작 '윈터 슬립'으로 칸을 찾은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16일 경쟁부문 공식 포토콜에서 배우들과 'SOMA'라고 써 있는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터키에서 일어난 최악의 탄광 사고인 소마탄광 사고를 뜻하는 것이죠. 300여명이 죽고, 100여명이 아직도 갱도에 갇혀있다는 소마 탄광 사고는 야당이 안전 진단을 요구했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정치공세라며 거절했다가 벌어진 인재였습니다. 현재 터키에선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시위가 한창입니다.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세계 취재진의 시선이 쏠리는 칸영화제에서 소마 탄광 사고를 기억해달라는 시위를 한 것입니다.

'BRING BACK OUR GIRLS'(우리 딸들을 돌려줘) 피켓도 많았습니다. 셀마 헤이엑이 레드카펫에 이 문구가 적힌 글을 들고 스타트를 끊자 실베스타 스텔론, 멜 깁슨, 해리슨 포드, 웨슬리 스나입스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테러단체 보코하람에게 납치된 나이지라 여학생들을 구하자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레드카펫이 한층 특별해 보였습니다.

18일까지 경쟁작 18편 중 8편이 공개됐는데요. 아직까지 황금종려상이 유력해 보이는 영화는 없습니다. 마이크 리 감독의 '미스터 터너'가 반응이 좋긴 한데 엇갈리는 정도입니다. 스크린은 4점 만점에 3.6점을 준 반면 르 필름 프랑세즈는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습니다. 누리 빌제 세일람 감독의 '윈터슬립'도 반응이 좋은데요. 스크린은 3.4점을, 르 필름 프랑세즈는 별 4개 격인 황금종려를 5개 줬습니다. 토미 리 존스의 '더 홈스맨'은 고만고만한 평을 받았습니다.

칸의 단골손님인 다르덴 형제의 '투 데이스, 원 나잇'과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의 '마미'가 영화제 중후반에 공개되니 분위기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올해 영화제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제인 캠피언이 기자회견에서 "칸은 성차별"이라고 일갈한 뒤로 전 섹션에서 여성감독 영화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쟁작인 일본 나오미 카와세 감독의 '스틸 더 워터'가 그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본과 프랑스 합작영화라는 점도 주목됩니다. 칸은 특히 프랑스와 합작하거나 프랑스 투자영화에 후한 상을 안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나리오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시'도 프랑스 투자였죠.

올해 칸에서 또 다른 화제는 단연 중국입니다. 중국영화시장에 참여하려는 세계 영화인들의 움직임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올해 중국은 아예 당당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더군요. 영화제 기간 열리는 유럽최대 필름마켓인 칸필름마켓 개막파티를 중국이 공동주관했습니다. 미국에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한다거나 미국과 영화를 공동제작한다거나 마켓의 가장 큰 손이라는 등의 뉴스가 매일 현지 데일리를 장식했습니다.

중국 최대 부동산재벌인 완다그룹은 2017년에 칭따오 국제영화제를 만들겠다는 발표도 했습니다. 부산영화제 코앞인 9월 말로 시기를 잡았답니다. 아시아 최대영화제인 부산영화제를 견제한다는 소리죠. 초청자들을 퍼스트클라스로 모시겠다는 돈 유혹도 상당했습니다. 여러모로 한국 영화계는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7일 칸에서 오우삼 감독의 '태평륜' 제작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송혜교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죠. 2008년에도 칸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렸는데 우여곡절 끝에 6년 만에 제작하게 된 것인데요. 제작발표회를 지켜보면서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2008년에는 중국 취재진이 일제히 오우삼 감독과 장첸 등에게 송혜교와 함께 하는 소감을 묻더군요. 100여 취재진 중 한국기자는 3명뿐이었습니다. 올해는 철저하게 중국 배우들에게만 집중하더군요. 자국 배우들이 당연히 우선이겠지만 그 만큼 '중국먼저' '중국제일'이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주최측이 외국기자들에게 왜 너희는 중국말을 못하냐고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송혜교 중국활동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뒤 중국 당국에서 바로 제한조치가 있었습니다. 인터넷방송으로 보는 걸 제한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중국당국은 한국드라마가 인기가 높자 주요시간대 방영을 금지했었죠. 그 뒤로 인터넷과 모바일이 우회경로가 됐는데 '별에서 온 그대'가 최대 수혜자였죠. 그러자 바로 제한조치를 했습니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한국스타들의 중국 예능 출연도 자제시키라고 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옛 부터 중국에서 강력한 통일왕조가 등장하면 한반도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중국은 분명 가까이 해야 할 나라고, 중국시장은 탐납니다. 한국영화인들의 중국진출도 활발해졌죠. 중국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며, 한국영화계가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걸 느낀 칸입니다.

현재 칸에선 18일 첫 선을 보인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흔하디흔한 기립박수 마케팅이 아니라 정말 반응이 뜨겁습니다. 덕분에 마켓에서도 '끝까지 간다' 문의가 많습니다. 19일에는 '도희야'가 첫 선을 보입니다. '도희야'도 마켓에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정주리 감독은 칸에서 신인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후보기도 하죠. 한국영화인들이 더 힘을 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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