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도', 아홉수 어찌 넘기나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4.24 13:27 / 조회 : 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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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MBC 방송연예대상'의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길이 하차했다. 지난 22일 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길은 다음날 부로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2005년 4월 23일 출발한 '무한도전'이 아홉돌을 맞는 날이었다. '무한도전'이 혹독한 아홉수에 접어든 셈이다.


9년 전 유재석, 표영호,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이켠으로 출발한 이래 '무한도전'의 멤버는 변화를 거듭해 지금에 왔다. 멤버 변화의 역사는 '무한도전'의 역사이기도 했다.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3인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나머지는 변화가 계속됐다. 박명수는 초창기 '무한도전'에서 빠졌다 3개월만인 2005년 12월 재합류했다. 하하도 그와 함께 합류했고, 뒤이어 정준하가 2006년 3월 '무한도전' 멤버가 됐다. 비록 하하가 2008년 3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소하며 함께 빠졌다가 2008년 3월 복귀하고, 하하의 빈자리를 메웠던 전진이 역시 군 복무로 2009년 10월 물러났지만 '무한도전'은 물 흐르듯 했다. 시간이 흘러 군에 가는 멤버와 함께 나이를 먹었고,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는 멤버들과 함께 성숙해졌다. 멤버들의 위기에도 단단히 그들을 지켰다. 멤버들의 삶과 캐릭터를 그대로 시청자와 공유하는 원조 리얼버라이어티다웠다.

그러나 길의 하차는 다르다. 2009년 4월 첫 출연 이후 자연스럽게 비중을 늘려가다 '굴러온 돌', '길메오'로 정식 멤버가 된 그는 '무한도전' 골수 시청자들의 질타 속에서도 꾸준히 입지를 굳혀가던 차였다. 그러나 하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그는 불명예스럽게 '무한도전'을 떠나는 첫 멤버가 됐다. 2012년 멤버들의 합동 콘서트 '슈퍼7'이 논란을 빚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을 때도 '무한도전'은 그를 잡았으나 음주운전 앞에선 그럴 수 없었다. 세월호 침몰로 연예계가 애도를 표명하며 웃음조차 숨죽인 때였다. 더욱이 길은 '스피드레이서 특집'을 통해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출전 멤버로 뽑힌 터.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무한도전'은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갔다.

수많은 위기와 함께 해 온 '무한도전'이지만 격이 다른 뜻밖의 악재.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앞으로의 방송에서 길 씨가 출연한 부분을 최대한 시청자 여러분이 불편하지 않은 방향으로 신중하게 조율해서 방송할 예정"이라며 "특히 최근 촬영을 마친 특집 중 일부는 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간결하게 표현했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다. 세월호 침몰 여파로 전파를 타지 못했던 지난 방송분은 이미 편집은 물론 시사까지 마친 터였다. 더욱이 '무한도전'은 나름의 서사가 분명한 프로그램이다. 몇 개월 뒤를 내다보고 진행 중인 장기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현재 진행 중인 몇몇 특집도 위기에 부딪쳤다.

일단 5월 말로 예정된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의 경우 길까지 총 4명이었던 출전권자를 3명으로 줄이거나 새 출전자를 뽑아야 한다. 길이 등장하는 촬영분들은 삭제가 불가피하다. 어디 이뿐이랴. '무한도전' 멤버들이 전원 함께하기로 했던 오는 6월 브라질 월드컵 일정 및 촬영도 바꿔야 한다. 제작진과 멤버들 뿐 아니라 MBC본사와 스포츠국, 협찬사까지 각 주최가 복잡하게 얽힌 일이다. 공식 입장을 통해 제작진이 밝힌 대로 아예 방송을 타기 어려워진 기획들도 있다.


과연 '무한도전'은 길의 하차를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언급하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까. 공고했던 패밀리십이 위협받지는 않을까. 어떤 논란에 휩싸이더라도 이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동시대를 호흡했던 '무한도전'이 이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갈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언급하고 넘어가기엔 불편하고, 모른 척 넘어가기엔 '무한도전' 답지 않다. 제작진이 공식입장 외에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관계자들조차도 "아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무한도전'이라 모르겠다"고 털어놓을 지경이다.

아홉수를 맞은 '무한도전'이 이전과는 다른 위기를 맞았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입장 외에 더 결정된 것은 없다"고 언급을 아꼈다. 과연 '무한도전'다운 답은 무엇일까. 제작진은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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