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스톱 연예계, 다시 움직여야 한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4.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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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앞바다의 슬픔이 전국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누구라도 애달프지 않을까, 누구라도 가슴을 치지 않을까. 먹먹하다.

슬프면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를 터뜨린다. 어리석은 이는 절규를 미개하다 하지만 출구 없는 슬픔은 위험하다. 자칫 자신을 해친다. 출구 없는 슬픔은 위험하다. 자칫 희생양을 찾는다.


세월호 사건 여파로 연예계가 올 스톱 됐다. 가수들은 음원출시를 미루고, 예정된 공연을 취소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웃음 넘치는 프로그램을 모두 결방시켰다. 각종 영화 홍보행사도 모두 사라졌다. 음악 페스티발도 다음을 기약한다.

이 슬픔은 모두의 것이다. 실종자 가족의 슬픔에는 감히 비할 수 없지만 이 죄스러움과 슬픔은 너나할 것 없다.

하지만 슬픔을 강요하는 건 위험하다. 침묵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정훈 한가인 부부가 10년 만에 아기를 갖게 됐다는 소식에 "이 시국에 애를 갖다니"라는 댓글이 달린다. '역린' '표적' 등 개봉을 앞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정작 자기 영화를 보지 못한다. 미소라도 띤 얼굴이 찍힐까 두렵기 때문이다.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오래 정성을 기울인 노래를 조용히 덮어야 한다.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 배 위에서 다툼을 그린 '해무', 해적들의 대결을 그린 '해적', 물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 제작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려는 연예인들도 돌을 맞는다. 홍보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돌을 던진다.

이참에 미쳐 날뛰는 관심종자들과 편 가루기를 하는 사람들은 말할 가치도 없다.

슬픔은 다를 바 없지만 침묵을 강요당한다. 침묵은 위험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을 던진다. 돈 많은 사람들은 행사를 취소해도 견딜 여력이 있다. 돈 없는 사람들은 간신히 잡은 행사를 취소하면 더 알릴 재간이 없다. 두 번 울게 된다.

선의는 이어지지 않는다. 슬퍼서, 슬픔에 공감해서 행사를 연기하고 취소하면 그 돈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행사를 취소하고 연기해도 예정된 대관료는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그들에게 슬픔에 동참하는 건 '남'의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관련 6개 주요 협회가 수학여행 전면중지 결정에 따른 취소위약금 면제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원인을 없앤다. 가난한 사람들은 밥벌이를 빼앗겨도 침묵을 강요당한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슬픔이 오래 지배하면 새롭게 일어날 힘을 잃는다. 힘들면 쉬었다 가야 하는 법이지만 너무 오래 쉬면 다시 걷기가 어렵다. 이 슬픔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그들은 슬픔의 지배를 반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개그콘서트'는 7주 결방했다. 이 슬픔이 7주가 지나면 6월이다. 6월4일이 제6회 전국지방선거일이다. 슬픔은 행동을 멈추게 한다.

고통은 끌어안아야 누그러진다. 살아야 한다. 웃어야 한다. 슬픔은 치우는 게 아니라 끌어안아야 한다.

올 스톱된 연예계는 다시 움직여야 한다. 어제와 똑 같은 하루라는 게 슬프고, 봄날이 죄스럽지만 다시 움직여야 한다. 가수는 노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해야 하고, 개그맨은 웃겨야 한다. 각자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모든 사람들처럼.

이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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