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PD출신 감독 스크린 잔혹사 깰까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4.23 09:30 / 조회 : 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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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의 이재규 감독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현빈 주연의 사극 영화 '역린'은 스타 PD의 감독 데뷔작으로도 눈길을 모은다. 메가폰을 잡은 이재규 감독은 브라운관이 먼저 알아본 연출자. 하지원 이서진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연출 데뷔작 '다모'(2003) 이후 주진모 이요원 천정명 김민정 주연의 '패션 70's'(2005), 김명민 이지아 장근석 주연의 '베토벤 바이러스'(2008), 이승기 하지원 주연의 '더 킹 투 하츠'(2012) 등을 선보이며 신뢰를 쌓았다. '역린'은 오랜 시간 스크린 진출을 준비해 온 이 PD가 곳곳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충무로에서는 이 감독이 TV드라마 PD 출신 감독의 스크린 진출 잔혹사를 끊어주길 고대하고 있다. 이 PD가 장기를 보여 온 묵직한 이야기, 현빈 정재영 조정석 등 든든한 배우들도 기대를 더하는 대목이다.

그간 드라마 PD들의 스크린 진출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스타 드라마 PD들의 스크린 진출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이렇다 할 평가를 받지 못한 채, 흥행에서도 쓴 맛을 본 뒤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다. 스타 PD들의 연이은 실패에 충무로에 'PD 출신 감독은 안된다'는 속설까지 생겼을 정도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1990), '고개숙인 남자'(1991) 등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았던 황인뢰 PD는 1997년 김승우 심혜진이 주연한 영화 '꽃을 든 남자'를 내놨으나 혹독한 평가를 얻었다. 이후 황 PD는 방송으로 돌아와 '궁'(2006), '돌아온 일지매(2009)' 등을 만들었다.

'호텔'(1995), '아파트'(1995~1996), '별은 내가슴에'(1997)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던 이진석 PD는 1997년 정준 김소연 주연의 코미디 영화 '체인지'를 내놨으나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는 다시 PD로서 '사랑'(1998), '사랑해 당신을'(1999),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2005) 등을 선보이며 멜로 드라마에서 저력을 입증했다.

오종록 PD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내 마음을 뺏어봐'(1998), '해피투게더'(1999), '피아노'(2001~2002)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각광받던 시기, 손예진, 차태현을 캐스팅해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년을 연출했으나 반응은 신통찮았다.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1995), '아름다운 그녀'(1997) 등을 연출한 이장수 PD는 1999년 정우성 고소영과 함께 영화 '러브'를 내놨으나 드라마와는 상반된 결과를 얻었다. 이후 그는 '아름다운 날들'(2001), '별을 쏘다'(2002), '천국의 계단'(2003),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천국의 나무'(2006)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드라마 히트메이커로 입지를 굳혔다.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밀회', '아내의 자격'(2012) 등을 통해 여전히 대담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력을 과시하고 있는 안판석 PD는 2006년 차승원 주연 '국경의 남쪽'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던 경험이 있다. 드라마 '짝'(1994), '장미와 콩나물'(1999), '아줌마'(2000), '현정아 사랑해'(2002), '하얀거탑'(2007) 등 숱한 화제작을 만든 히트메이커에게도 스크린 도전은 쉽지 않았던 셈이다.

물론 세간의 편견과 달리 돋보이는 성적을 낸 PD 출신 감독들도 있다. 드라마보다는 예능PD 출신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스크린에 접목시킨 이들이 많았다.

예능 PD 출신인 조진규 감독은 신은경 주연 코미디물 '조폭마누라'(2001)로 무려 5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화려하게 충무로에 입성했다. 지난해 초 개봉한 '박수건달'로도 4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김석윤 감독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예능PD 출신으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에 이어 그 극장판을 연출하며 입지를 굳힌 그는 2011년 김명민 주연의 코믹사극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478만 관객을 모으며 히트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후 브라운관에 컴백,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2011), '시트콩 로얄빌라'(2013) 등을 선보였다.

이밖에 김병욱 PD와 함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1998)를 연출했던 김진영 감독은 장근석 주연 '아기와 나'(2008)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성적은 신통찮았으나 이어 '청담보살'(2009), '위험한 상견례'(2011), '음치 클리닉'(2012)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코미디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KBS와 SBS에서 예능PD로 이름을 날렸던 이상훈 PD는 2004년 어린 유승호를 내세운 코믹멜로 '돈 텔 파파'로 냉혹한 평가를 받았으나, '마파도2'(2007)로 150만 명을 모으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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