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현빈의 공, 현빈의 과..무척 긴 정조의 하루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4.23 09:30 / 조회 : 5940
  • 글자크기조절
image


올해 첫 번째 사극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역린'이 선을 보였다.


'역린'은 22일 서울 롯데건대시네마에서 기자시사회를 열었다. 세월호 사건 여파로 VIP시사회가 취소돼 각 영화 관계자들까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역린'은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PD의 첫 영화 연출작이며, 톱스타 현빈이 제대 후 첫 찍은 작품이라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시너지는 없었다.

'역린'은 조선 정조 시절 왕을 암살하기 위해 살수들이 내시, 궁녀들과 손잡고 담을 넘었던 정유역변을 모티프로 삼았다. 왕을 죽이려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왕의 이야기를 세 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뒤주에 갇혀 죽은 아비를 마음에 품은 왕은 외롭다. 자기보다 어린 할머니 정순왕후는 호시탐탐 왕의 자리를 위협한다. 신하들은 역심을 품고, 믿었던 내시마저 암살자 일당이다. 어머니 혜경궁은 왕을 지키려 시어머니 정순왕후를 독살하려 한다. 어릴 적부터 살수집단에 키워진 살수는 자신이 사랑하는 궁녀를 지키기 위해 왕을 죽이려 한다. '역린'은 왕과 왕을 둘러싼 사람들이 단 하루 동안 벌이는 일이다.


'역린'은 현빈이 정조 역할을 하기로 하면서 운명이 결정됐다.

'역린'은 왕을 지키려는 남자(정재영), 왕을 죽이려는 남자(조정석)의 이야기다. 왕을 죽이려는 남자는 궁녀를 사랑한 탓에 암살 음모에 가담해 궁궐의 담을 넘는다.

궁궐의 어둠을 지배하는 정순왕후(한지민)는 자신을 죽이려 한 혜경궁(김성령)을 볼모로 왕을 위협한다. 외로운 왕은 이들과 맞서야 한다.

이 이야기에서 현빈이 왕을 맡았다. 당대 최고 스타가 왕을 맡았으니 이야기가 왕 중심이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현빈이 등장하는 장면에 힘이 실리고, 다른 이야기들은 펼쳐진 채 수습이 되지 않는다. 살수들의 이야기는 수시로 등장하는 회상 장면이 맡는다. 그 회상은 긴박해야 할 흐름을 뚝뚝 끓는다.

20부작 TV드라마라면 각자 캐릭터와 이야기가 정리될 수 있었겠다. 그러나 '역린'은 2시간 20분 남짓한 시간에 담아야 하는 영화다. 수습이 안된 이야기들은 이도저도 아닌 채 후다닥 마무리된다. 죽을 듯 죽을 듯 하면서도 할 이야기를 다 하고 죽는 TV드라마 결말을 그대로 영화에 옮겨왔다.

이재규 감독은 TV드라마 명장일지 모르지만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역린'은 정순왕후를 정조에 반대하는 노론 벽파의 수장으로 묘사하는 닳고 닳은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악의 축 노론과 그에 홀로 맞서는 외로운 왕. 새로운 해석도, 더 깊은 이야기도 없다. 정조의 비밀이 담겨있다는 금등비사까지 끌고 왔으니 구태가 찬연하다.

'역린'은 현빈에 많은 걸 맡긴다. 처음부터 상의를 탈의하고 육포처럼 찢어질 듯 한 등근육과 복근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현빈은 외로운 싸움에 내몰린 고독하고 의로운, 카리스마 넘치는 왕을 잘 소화해냈다. 그는 '역린'이란 영화를 홀로 떠받히려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미스캐스팅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정재영은 오히려 무게중심을 잡았다. 반면 조정석은 명백한 미스캐스팅이다. 그는 잔뜩 무게를 잡지만 '건축학개론' 납득이 잔향이 묻어난다. TV드라마 같은 액션 설계는 조정석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정순왕후 역할의 한지민도 마찬가지. 감독의 의도겠지만 어색한 대사처리는 심각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한다. 현빈과 한지민이 최대 정적이자 손자와 할머니인데 '케미'마저 느껴진다.

'역린'은 현빈의 공과 현빈의 과가 그대로 담겨있는 영화다. 현빈의 공과 과는 결국 감독의 탓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빈을 보고자 한다면 눈이 즐거울 것이다. 다른 걸 보고자 한다면 무척 긴 정조의 하루를 보게 될 것이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