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영화를 바라보다' 영화로 마음 움직이는 여정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4.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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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바라보다/사진제공=휴먼큐브 출판사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영화 책을 썼다. 이러면 영화와 법 관련 책이겠거니 하기 쉽다. 기업지배구조와 회사법, M&A, 투자은행이 전공이니 그쪽 이야기로 지레짐작할 만도 하다. 부제가 할리우드 영화의 돈과 정치 이야기이며, 영어제목은 아예 '머니 무비(MONEY MOVIE)다.


그러나 김화진 교수의 '영화를 바라보다'는 영화와 법과, 돈에 관한 이야기지만 좀 더 넓은 시야로 영화를 바라본다. 김화진 교수는 할리우드 스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말을 빌려 영화산업은 운송업이라고 전한다. "우리의 임무는 관객들을 이곳저곳으로 데려다 주는 것입니다"라며.

김화진 교수는 개탄한다. 서울대 면접을 보러 온 학생이 로마를 모르는 것 같아서 물었더니 세계사를 선택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했다며. 어쩌면 김 교수는 '영화를 바라보다'를 통해 영화로 다른 세계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 것 같다.

'영화를 바라보다'는 세 부분, 서른일곱장의 글로 이뤄졌다. 1부는 할리우드 영화에 담긴 정치와 경제, 역사를 짧은 수필처럼 정리했다. 2부는 더 많은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했으며, 3부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 구조와 금융, M&A 등을 다뤘다.


첫 글을 아카데미상 정치경제학으로 풀어낸 건 이 책의 방향을 알려준다.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으면 과연 얼마나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인가는 질문을 던져 독자를 이 세계로 인도한다. 돈과 영화. 머니 무비다.

아카데미 트로피를 파는 건 자유지만 먼저 아카데미 위원회가 살 권리가 있으며 그 경우 가격이 1달러로 책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건 덤이다.

'벤허'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거쳐 스필버그를 지나 '아바타'와 '월 스트리트', '템플 기사단'과 '엘리자베스 여왕'을 넘어 '트로이'와 스핑크스'로 1부를 끝맺는다.

'벤허'로 세계를 호령했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정점을 지나 몰락하기 시작한 이야기를 전하다가 슬쩍 방향을 바꿔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하더니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유대인 이야기로 방향을 바꾼다. 그렇다면 스필버그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할리우드 영화와 돈 이야기를 하니 역대 전 세계 흥행 1위인 '아바타' 이야기를 하는 건 당연하다. 김 교수는 이런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영화 속 대사와 일화로 갈무리한다.

예컨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 촬영도중 자동으로 못 박는 기계를 갖고 와 작업 중에 벨이 울린 스태프 휴대전화를 벽에 박아버린 일화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세상일이 다 이렇게 공평하다고 썼다.

할리우드 영화의 풍부한 상식, 그리고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대학인 하버드, 그리고 돈 이야기는 저자의 전공인 덕에 한층 얘깃거리가 풍성하다. 김화진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와 독일 뮌헨대 법학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쉰들러 리스트'와 '하버드 대학의 공붓벌레들'은 현장에서 전하는 듯 생생하다. 하버드를 다닌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깨알 같은 이야기도 있다. 하버드에서 학생들이 심심하면 발간하는 유머신문에 "톰 크루즈가 종신교수직을 제안받다"는 기사가 실렸다는 것이다.

정사와 전설이 오가는 템플 기사단과 프리메이슨, 뉴에이지를 다룰 땐 흥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이란 DNA에게 끝없는 호기심이 탑재돼 있는 법. 영화가 데려다주는 곳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만났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전공분야인 돈에 관한 영화를 소개할 때는 강의를 현장에서 듣는 것 같다. 저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소개하면서 '인사이드잡'과 '마진 콜', '월스트리트'를 추천한다. '월스트리트'에서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이라는 대사로 월스트리트의 욕망, 보수체계, 그리고 금융위기를 불러온 내부자거래 등을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는 걸 잊지 않는다. 미국에서 연봉이 3만 달러인 사람들에게 동료는 10만 달러를, 당신은 5만 달러를 받는 것과 둘 다 지금 그대로인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는 설문 조사에 다수가 후자를 택했다고 전한다.

3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이모저모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이합집산을 소개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가 타임과 합병을 할 때 뒷이야기와 파라마운트가 M&A 경쟁에 뛰어든 이야기들을 전하며 할리우드 영화산업,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조명한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조명했기에 한국영화산업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도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타산지석으로 한국영화산업을 돌아볼 수 있는 부분이 제법 많다. 최근 3년간 한국 극장 매점 매출이 전체 매출의 15.7%라며 황금 팝콘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영화 흥행에는 제작자, 감독들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누군들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지 않겠냐고 일갈한다. 그리고 오슨 웰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작업은 2퍼센트 제작이고 98퍼센트가 실랑이다" 한국 감독과 배우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김화진 교수는 영화는 제작비가 100억원이 들어도 관람료가 만원이고, 10억원이 들어도 관람료가 만원인 특이한 가격결정이 이뤄지는 상품이라고 적었다. 그 만큼 서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는 문화상품도 없고, 영화만큼 우리를 여러 곳으로 안내하며 격려하는 문화상품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돈을 움직이려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영화를 바라보다'는 영화로 마음을 움직이려는 여정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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